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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화두라 할 수 있는 이 말은 내 삶에도 큰 영향을 주는 문장이다. 감동도 남달랐다. 쉽지만 가볍게 읽어버릴 수 없는 소설이다. 아니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수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편이다.
‘연탄길’의 작가 이철환씨는 슬픔을 참으로 곰삭힐 줄 안다. 그 삭힘이 더욱 큰 울림이 되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마음이 알싸해졌다.
‘눈물은 힘이 세다’는 그의 첫 장편이다. 주인공 유진이 마치 작가 자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수필과 같은 느낌이 든다. 소설이라는 허구를 가미한 장르를 선택했지만 한 인물의 스토리텔링은 주변에서 대하는 내 이웃과도 같고, 나와 같기도 하다. 작가는 삶의 내밀한 부분을 드러내기 위해 소설 속에서 연속된 고난을 헤치고 나가는 주인공의 잡초 같은 모습을 치열하게 그려냈다.
스포일러를 원치는 않지만 간략한 줄거리를 말하자면, 가난의 끝에서 알코올중독으로 자신을 놓아버린 아버지와 가장의 무력함에도 큰 목소리 내지 못하는 어머니가 주인공과 끊을 수 없는 인연이라면, 힘들 때마다 삶의 지혜를 곱씹어주고 하모니카 연주로 아픈 마음을 달래주는 눈먼 아저씨와 몽당 크레파스조차 준비하지 못한 주인공에게 곱게 쓰던 자기 것을 건네는 가슴속의 꿈같은 존재 라라가 등장한다. 더구나 크레파스를 들고 와 주인공에게 쑥스럽게 전하는 라라의 모습은 유년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거나 꿈꾸던 장면이다.
우리는 가끔 이런 말을 들으며 위안도 되고 안타깝기도 하다. ‘타인의 불행은 내 행복이요....’라는 말이다. 역으로 작가는 주변 사람들의 아프고 힘든 모습들을 글로 형상화함으로써 인간에게 희망이란 무엇인가를 일깨워 준다.
소설에 등장하는 눈 먼 아저씨(주인공 유진에게 정신적인 지주)를 그리기위해 작가는 직접 명동성당에서 추운 겨울 노숙자들의 무리 속에 엎드려 차가운 땅과 싸늘한 시선을 온몸으로 체험했다고 한다.
눈먼 아저씨의 ‘아픔도 힘이 된다’는 삶의 역설적 진실과 함께 오늘 내 생의 자극제가 되어준다. 타인의 아픔에 무덤덤하고 아니 타인의 아픔을 즐기는 사이코패스들을 뉴스에서 접하며 각박해진 마음이 이 소설을 통해 따뜻한 눈물을 흘리게 했다.
아침 출근길에 4살 정도 먹은 여자아이가 울고 있었다. 옆에서 몇 살 더 먹은 듯한 언니가 난감한 표정이다. 가방에서 껌을 꺼내 하나씩 쥐어주며 울지 말라고 달래지만 “엄마, 엄마”만을 찾는다. 출근하는 엄마를 따라가겠다는 동생의 투정에 언니도 참았던 눈물을 흘린다. 달래려고 마주앉았던 나 때문에 언니도 울음을 터트리고 말은거다. 순간, 동생의 눈이 동그래진다. 맞다. 눈물의 힘은 역시 강했다. 언니 눈물을 보던 동생이 눈물을 멈추고 일어나 껌 껍질을 벗기는 걸 보고 나도 발길을 돌렸다.
오늘 아침....가을을 완연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