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항상 넘치거나 모자라는 상태를 계속해서 이어간다. 또, 살아가다 보면 의외의 것이 벗이 되기도 하고 스승이 되기도 한다.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들이 어느 순간 말을 걸어오게 되고,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벗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스승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삶 속에 벗과 스승을 두고 사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오늘 손에 잡은 채 순식간에 읽어졌던 ‘지혜가 있는 사람은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15명의 스님이 행복에 이르기 위한 정진의 해답을 일깨워준다. 이 책은 2011년에서 2012년 사이에 <법보신문>에 연재되었던 '名법문 名강의'와 월간 <불광>에 연재되었던 '살아있는 명법문' 중 인기를 누렸던 법문들을 선별해 엮은 책이다. 저자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일상적 소재를 들어 삶의 지혜를 전한다.
지난 1년간 전국에서 열린 수많은 법석의 주옥같은 법문 가운데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생활 법문을 중심으로 15편을 선별해 수록했다. 경전에 대한 해설이나 선법문이 아닌 생활법문만을 모았다. 그런 까닭에 책속의 스님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일상을 기꺼이 펼쳐 보인다.
욕심을 부리면 고통을 면하기 어렵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려는 마음이 자신을 행복으로 인도한다는 메시지가 책에 담겼다.
세상에 거의 모든 사람, 특히 실패한 사람들은 ‘언젠가 증후군(Someday Sickness)’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언젠가는 할 거야, 이것 때문에 다 실패하고 안 된다는 겁니다. 그저 맹목적인 낙관으로 삶을 허비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의 좌우명은 ‘어느 날’이라고 해요. 하지만 그 ‘어느 날’은 영원히 오지 않습니다. 그날을 위해 자신을 갈고 닦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지금 만족하지 못하고 평화롭지 못하면 영원히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니 지금 놓아버리세요. 지금 자유로워지세요. 현재는 과거의 필연적 산물이고 모든 미래의 필연적인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현재가 가장 중요해요. 우리의 깨달음의 성취도, 평화스러움도 지금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내일이나 다음이 아니고 내 마음 속에, 내가 서 있는 삶의 현장 여기에 그대로 들어 있는 거예요. 지금 여기에 머물되 고정된 관념과 집착을 버리는 순간, 우리는 이 미 해탈한 자유로운 존재이며 부처님의 품속에 들어 있는 존재입니다. (P82~P83)
이 책에 실려 있는 열다섯 편의 법문은 나의 삶, 우리의 주변을 다루고 있다. 스님들을 향한 선문답도, 누군지 알 수 없는 독자를 상대로 설해진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독자는 법석에 앉아 법사 스님과 눈을 맞추듯, 지금 품고 있는 고민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듯 생생하고 선명하게 답을 구할 수 있다.
창문이 넓은 집을 좋아했던 해월 스님, 창문이 허공인줄 알고 날아가다가 창에 부딪혀 죽은 참새들의 주검이 해당화의 거름으로 쓰이는 모습을 통해 윤회의 한 자락을 보았다고 털어 놓는다. 영진 스님, 한낱 농담으로 던진 말을 철썩 같이 믿고 기도하는 불자의 모습에서 마음이 도달하는 곳에 진정한 행복의 길이 있음을 발견한다. 의아했던 문장으로 몇 번을 반복해 읽게 했던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욕심을 원력으로 바꾸라”는 지현 스님, “남의 집에서 하룻밤을 자더라도 주인을 찾음이 당연하듯 이 몸뚱이의 주인을 찾는 것도 당연하다”는 원산 스님의 법문 등도 한 결 같이 불자의 길, 행복의 길을 이야기하고 있다.
종교는 다르지만 법문을 듣는 듯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음을 찾는 일, 행복을 찾는 일, 그리고 나와 이웃이 함께 하는 일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이 점점 더 뚜렷이 그려진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제목처럼 행복으로 가는 지혜를 얻은 이에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경계는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는 법을 설득한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성큼 다가서는 스님들의 ‘행복한 법문’이 가느다란 눈을 뜨고도 봄을 맞이할 수 잇도록 여유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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