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삼매경

서평-족보

칠면초 2009. 1. 28. 17:43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행복했다. 족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책은 진솔하고 읽기 쉽게 다가왔다. 족보 없이 오늘 우리가 없다는 면에서 족보는 우리의 사연이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중학교 때 미션스쿨을 다니며 알았던 상식하나 ‘성격 속 등장인물은?’ 2천6백명이라고 기억한다. 그런데 하나님의 인간경영백서 족보에 등장하는 인물은 불과 십여명이지만 전달하는 감동은 성경과 맞먹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창세 전 구속사역과 예수의 족보는 한 폭의 그림처럼 독자들 눈앞에 펼쳐졌다.
 
그렇다고 2천년전의 이야기만 담고 있는 구닥다리 족보는 아니다. 나는 이 책에서 현대인들의 삶의 지혜와 희망을 보았다. 시대를 뛰어넘는 하나님의 역사는 웃음과 함께 감동 속으로 몰아넣었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하나님의 인간경영을 보여 주었으며, 하나님의 인간경영의 특징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밑 빠진 독이요, 깨어진 질그릇이나 깨어지고 부서져도 우리 안의 보배는 깰 수 없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으시는 하나님의 인생경영을 보면서 하나님의 중단 없는 사랑에...(156p) 더 이상 전달 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이 밀려온다. ‘그래...나는 이렇게 맡 빠진 독이었다.’


또한 족보는 믿는 자들에게 우리는 모두 하나님께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사랑의 모험으로 건져낸 택함을 받은 자들이라고 말한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를 구원하고, 그를 하나님의 일하심의 도구로 쓰셔서 모든 밑 빠진 독 같은 존재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이다.

 

책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자연스럽게 나뉜다. 전반부에 족보를 통하여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후반부에 그 실례를 제시하여 독자들이 더 분명하게 이해하도록 한 것 또한 탁월한 저자의 안목이라 안할 수 없다.

 

특별히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는 구약 성경에 대한 분명한 실체로 드러난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며,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분인지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기독교인들만 읽을 수 있게 어렵게 만들지 않은 것이 돋보인다. 간혹 기독교인들의 잘못된 교리중심 사상을 보면서 불편한 적이 종종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기독교 교리의 중심인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아주 잘 깨우치고 있다. 그리하여 정체성을 잃기 쉬운 그리스도인에게 자기 존재감을 새롭게 하며, 더 나은 신앙을 위하여 전진하게 한다.

 

저자는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주제를 끌어내 쉽게 전달한다. 마치 할머니에게 듣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날 정도로 편하다. 이 정도 객관성이라면 기독교인뿐 아니라, 모든 독자가 읽고 공감하며 유익을 얻을 내용으로 가득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통해 현대인에게 새로운 꿈을 주며, 여성의 발자취를 통해 여성이 가진 잠재력을 보여준 것은 탁월한 통찰력이다. 성격은 모친의 계보만 기록되어 있음이 이를 입증한다. 한 가문의 소중한 뿌리 없이 오늘 우리가 존재할 수 없음을 깨우쳐 주고,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우친 것 또한 독자에게 큰 기쁨일 것이다.

 

거기다 기독교인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 저자의 탁월한 신학적 안목과 함께 영적 통찰력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있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말씀에 붙들려 머리만이 아닌 마음으로, 영으로, 삶을 순종키 위해 몸부림치는 한 신앙인의 영적 고뇌 앞에 저절로 두 손을 모으게 된다.

 

인생이란 마라톤(히스기야) 편에서 족보의 중요한 특징을 이야기한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조건으로 구원을 하지 않았기에 그 조건의 열악함으로 우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하나님을 떠나 지낸 10여년. 이 책은 내게 가히 오랜 가뭄 끝 단비의 역할을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