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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갈아엎는 달

by 칠면초 2019. 4. 6.


4월은 갈아엎는 달 / 신동엽


내 고향은

강 언덕에 있었다.

해마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 가난.

지금도

흰 물 내려다보이는 언덕

무너진 토방가선

시퍼런 풀줄기 우그려 넣고 있을

아, 죄 없이 눈만 큰 어린것들.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산천은 껍질을 찢고

속잎은 돋아나는데,

4월이 오면

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나고 있는데,

우리네 조국에도

어느 머언 심저, 분명

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곰나루서 피 터진 동학의 함성.

광화문서 목 터진 4월의 승리여.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

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의 불야성 갈아엎었으면

갈아엎은 한강연안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갈아엎는 달.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일어서는 달.

****

이 시는 4.19의 역사적 의미를 서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4.19혁명은 미완의 혁명이었다. 따라서 고향의 봄은 여전히 가난이 피어나는 것이었으며 시적 자아는 죄없이 가난에 허덕이는 어린 것들을 보며 미치고 싶은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진달래 피어 화창한 조국의 봄날처럼 우리의 억압에 가득찬 역사를, 부패와 향락의 불야성이 되어있는 이 모순의 땅을 갈아 엎어 버리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싶은 강렬한 꿈을 노래한 시에 마음이 저며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