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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204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는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 2022. 6. 19.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 한국에 소개 된 것은 아마도 1980년대 후반으로 기억된다. 이 작품이 1984년 프랑스에서 발표되면서 작가 밀란 쿤데라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1988년 미국에서 '프라하의 봄'이란 제목으로 영화로 만들어지고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프라하의 외과의사인 토마시는 장래가 아주 촉망되는 의사로 아내와 이혼 했고 자녀가 한명 있다. 그는 바람둥이로 이 여자 저 여자를 만나고 다닌다. 그런 중에도 사비나와는 친구이자 연인으로 관계를 지속한다. 그런 토마시가 체코의 한 시골 마을에 있는 카페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테레사를 만나게 된다. 사랑에 자유분방한 외과의사 토마시, 운명적 만남으로 토마시와 결혼한 뒤 운명적인 사랑을 믿고 싶어 하는 테레사,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토마시의 애인 화가.. 2020. 12. 12.
기억을 듣는 회사원 사물은 인간의 기억을 저장한다. 그리고 나는 그 기억들을 들을 수 있다. 타인의 기억을 듣는 회사원의 쇼핑몰 MD 성공기! 10%의 사실에 90%의 MSG!!!! 한회 한회 흥미진진한 슬기로운 회사 생활이 다음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한다. 2020. 6. 4.
언어의 온도 예전 내가 가장 좋아했던 사물은 꽃과 책이었다. 어디서든 꽃과 책을 만나면 꼭 한두개라도 사야만족스러웠다. 아날로그 시절이었으니 독후감 적은 대학노트가 10권을 넘어 자랑으로 삼았던 시절... 몇 번의 이사로 가장 먼저 책을 줄이며, 도서관에서 빌려 책을 읽게 되버린 지금.... 집에.. 2018. 12. 14.
나의 지도책 책을 받고 약간 당황했다. 이야기로 이어진 책으로 알았는데, 그냥 페이지마다 다른 그림이어서 말이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 보니 어린아이 수준으로 눈높이를 해야만 보이는 그림책이었다. 책장을 넘기면 보물지도나 마을지도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지도도 있고, 내 얼굴 지도, 강아지 .. 2018. 9. 2.
오늘도 욱 하셨나요? 가끔 불같은 성격으로 손해를 보기도 한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며 많이 나아지긴 했어도 , 역시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욱’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요즘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걸 대부분 알고 있다. 특히 정년에 임박하며 자연스럽게 인간관계.. 2018. 8. 1.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공포와 전율 때문에 날마다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심경을 전했던 이외수 작가. 요즘 매스컴에 자주 오르기도 하지만 워낙 많은 팔로워를 가진 작가이기에 그의 작품집에 더욱 호기심이 갔다. 그의 산문집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은 어린 시절 에피소드부터 현재의 모습에 이르.. 2017. 10. 2.
문 앞에 꽃이 피었네 오솔길은 호젓해서 좋다. 단풍이 들어도 나들이처럼 수다스럽지 않아서 좋다. 잎 진 나뭇가지 사이로 속살을 드러내면 원시의 자연이 정겹고 반갑다. 마치 오솔길 같은 책, ‘문 앞에 꽃이 피었다’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화선지 위에 검은 먹으로 글씨를 쓰고 채색한 그림, 모조지.. 2017. 7. 2.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사과나무 숲 한 그루의 나무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같다. 실외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물론 실내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하루에 한 번 정도는 나무와 만난다. 그런데 나무가 가지고 있는 역사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은 드물다.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사과나무숲’은 현재에 존재하는 수많은 시.. 2017. 7. 2.
벌집패턴 일본어 일본어 ‘사바(鯖·さば)’는 고등어란 말로 일본인들이 은사를 찾아 뵐 때 감사의 표시로 고등어 두 마리를 사간다는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소박하고 진심이 담긴 접대를 나타내는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은밀하게 뒷거래를 위해 수작을 부리는 ‘사바사바’로 왜곡돼 쓰이는 것도 선물.. 2017. 5. 15.
이 도시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 도시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팜파스 사)" 이 문장이 왜 이토록 공감이 가는 걸까. 아마 많은걸 소유하고 물건으로 이어지는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로인해 삶은 불안을 갖고 살아간다. 더불어, 달리기를 멈출수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인의 고독을 제시한다. 그.. 2017. 5. 6.
지금 나에게도 시간을 뛰어넘는 것들이 있다 봄볕이 참 따사롭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겨울이 한창일 때는 정말 봄이 올까 싶다가도 소리 없이 꽃이 피고 봄이 오는 걸 보면 자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고 경이롭다. 우리 사회는 작년 가을 이후로 지금까지 여러모로 갈등과 혼란의 터널을 지나며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대통령 탄.. 2017. 3. 27.
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 새들은 아침 빛에 민감하다. 숲에서 잠을 잔 새들이라면 움트는 빛을 찾아 하늘을 난다. 햇빛은 생명을 충전하는 에너지다. 인근 산에서 잠을 잔 새들이 아파트 마당 안으로 찾아 들어와 소란하게 운다. 출근을 서두르는 이들을 위해 아파트 마당에선 싸락싸락 비질 소리가 들린다. 이때 .. 2017. 1. 27.
유방암 면역요법이 답이다 인생 100세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길고 긴 인생살이가 언제 훅 가버릴 수도 있다.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도 알 수 없다. 결국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유해산소로 통하는 활성산소를 적정량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거나,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없애야 한다. 그러기위해 유기농 식품을 먹음으.. 2017. 1. 17.
이야기가 스며든 오래된 장소, 스케치북 들고 떠나는 시간여행 세월이 그렇게 빠른 것인지, 나이를 먹으면서 감각이 느려지는 것인지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면 세월이 저만큼이다. 이름조차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던 ○○년, 겨우 2016이라는 숫자에 익숙해진다 싶은데 기우뚱 한 해가 기울며 절기로도 '소설' 지나고 있다. 가을 맞으며 손에 들었던 책 .. 2016. 11. 23.
디카시집-화양연화 아직도 한낮은 더위로 힘들지만, 아침 저녁에는 제법 선선하여 가을임을 알게 한다. 소슬하게 불어오는 바람에서도 가을 눈빛이 느껴지고, 가을꽃에서도 가을 눈빛이 느껴진다.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 샐비어, 국화, 백일홍, 칸나 등에서도 진하게 느껴지는 가을 눈빛, 참 형형하다. -가을.. 2016. 9. 16.
처음에는 당신이 나의 소금인 줄 알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무엇인가를 주고, 베풀고, 내놓는다는 건 반드시 내게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사랑이라 여겨진다. '처음에는 당신이 나의 소금인줄 알았습니다' 의 이우걸시인이 느끼는 사랑은 감정이 녹아드는 '소금'이었음을 첫장 읽으며 바로 알아낼 수 있었다. .. 2016. 8. 20.
뿔을 가지고 살 권리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7월이다. 어느새 가버린 세월, 반쯤 남기고 베어진 나무처럼 휑할 때 한 권의 책을 받았다. "뿔을 가지고 살 권리" 표지에 '열편의 마음 수업' 이라는 소제목이 주듯이 적당한 삽화와 10단원으로 나뉘어서 쉽게 손에 잡을 수 있도록 구성한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이.. 2016.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