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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톡톡108

소리없이 조용히 다가온.... 나는 앉는다. 그리고 내 건너편에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본다. 오늘도 청색 재킷을 입었다. 추워 보인다. 그는 가끔 통화중이다. 그래서 목소리도 익숙하다. 내가 전철에서 내릴 준비를 하려고 일어설 때 그도 움직인다. 나는 내렸다. 승강기를 타는데 전화가 왔다. 익숙한 목소리다. 전화를 받으며 걸었다. 무빙워크 옆으로 걷는다. 내 곁에, 또는 내 앞에 가는 이들이 뒤돌아본다. 사람들은 제각각이다. 그래서 쉽게 관심도 갖지만 금세 잊어버린다. 조금만 가면 만들어진 오솔길이 있다. 아니 그곳은 들어가지 못하지만 마음은 이미 오솔길로 접어든다. 오솔길 끝까지 걸어갔다. 다음엔 벵갈고무나무 숲이 계절을 잊고 있다. 에스키모와 벵갈고무나무가 공존하는 곳, 이곳에 나는 서있다. 갑자기 조그만 분수 물줄기가.. 2023. 10. 7.
오늘도 바람이 분다 포동은 아침 안개가 잦다. 그래서 오랫동안 이곳에 살면 마음도 넉넉해지고야 만다. 안개가 없는 날은 바람이 분다. 안개와 바람은 의외로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힘이 있다. 세상의 소소한 일들 모두 별거 아니라는 듯 마음이 편안해지고 세상을 좀 더 너그럽게 바라보게 만든다. 어느날, 석양이 아름다웠던 날.., 아파트 마당을 가로질러 나오면 나무다리 소금창고가 있었다. 소금창고 앞에 나무다리가 있어 자연스럽게 붙여진 이름이다. 100년 되었다는 나무다리 소금창고... 오래전, 음력보름과 그믐 무렵 밀물이 가장 높아지는 한사리 때에는 나무다리를 통해 옛 염부들이 물길을 건너 다녔단다. 태양을 맞바라보고 사진을 담으면 오래전 염부들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그날, 염부는 역광에 빛났다. 세월이 흘러... 2023. 10. 7.
봄, 일방통행 올 봄 꽃샘추위는 유별나다. 꽃들이 더디 피는 바람에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열렸고, 봄의 전령사 개나리도 예년보다 늦게 노란 웃음보를 터트렸다. 그래도 다가온 봄의 한가운데, 만발한 꽃들은 걸음마저 멈춰 세운다. 동산의 나무들은 부지런히 땅으로부터 수액을 빨아올리며 잎을 피우고 꽃을 보이기 위한 준비로 바쁘다. 햇살과 함께 다가온 꽃 나들이는 따뜻한 담벼락에 등이라도 기대고 싶다. 시인의 시 한구절 따오른다. '입 뗀 봄 꽃잎들 너울너울 여름 파도 마음 잠시 적신 뒤에 누구든 내민 손을 잡고 왈츠 한 곡 추실래요?' 봄날 꽃들의 왈츠 가운데 빠져든 하루다. 2023. 4. 24.
그 지독한 오미크론 *4월12일 화(-2) 오후에 몸에 한기가 와서 점퍼입고 근무함. 봄비로 날씨가 흐려서 단지 기온차인줄 암. *4월13일 수(-1) 역시 오후에 한기가 들어 점퍼 입고 일하며 땀을 많이 흘림. 추웠다 더웠다 반복, 평소 하던 기침보다 조금 더 많이 기침이 나옴. 밤에 기침이 더 심해짐. *4월14일 목(1) 아침에 기침을 간헐적으로 하게 되어 홀스를 사먹음, 노조활동 마치고 기침 때문에 병원 방문. 3시 10분 확정 받음. 집에 와서 약을 먹고 바로 잠 들었음. 9시쯤 깨어나서 저녁 약 먹을때 기침과 목이 많이 잠기고 콧물도 생기고 몸살기운이 느껴짐. 목이 심하게 아퍼져 침을 삼키는 것도 힘듬. *4월15일 금(2) 몸살기운은 어제보다 조금 사라졌지만 기침과 콧물이 많아짐. 가래도 생겼음. 목은 여전히 .. 2022. 4. 30.
떠나는 곳에 머물며 여행이란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떠나는 것일까? 공항에서 보면 세상 사람들이 어느새 거기로 다 모여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어떤 사람은 글자 그대로의 여행을, 어떤 사람들은 수많은 저마다 삶의 이유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 2019. 11. 14.
채송화 씨앗 채송화 씨앗을 뿌린 날,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이 보내온 답신이었다. 아들은 nrotc 안내서와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보냈다. 3년 학비 면제 후 5~7년 동안 해군 장교로 근무해야 한다는 내용을 상세히 적었다. 아이와 통화도 했지만 나는 참으로 많은 고민.. 2018. 6. 24.
내 마음은 무엇으로 나는 유난히 아이 업기를 좋아했다. 걸음마를 시작해 마냥 걷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도 굳이 “엄마가 업어줄게” 하며 등에 들쳐 업기를 곧잘 했다. 아이 가슴이 내 등에 따뜻함으로 다가오면 업혀있는 아이보다 내가 더 편안하고 행복함을 느꼈다. 내 아이보다 어렸던 어린 시절 나는 무.. 2018. 6. 24.
부겐베리아 추억 9월이 되면 부지불식간 가을로 접어든 기분이다. 지루할것만 같은 매일매일이 더운 그 세상은 5월도 9월도 보이지 않고 부겐베리아만 지치지 않고 길가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꽃잎의 초라함이 안타까워 12가지 색의 잎이 꽃보다 아름다운 부겐베리아. 잎으로 화려함을 치장해 사람의 눈길.. 2017. 8. 27.
'개판 오분전' 알고보니.... ‘개판 오분전’의 유래 우리는 누구나 생활하면서 ‘개판 오분전’이란 말을 많이 들어봤거나 한번쯤은 사용해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개판 오분전’이란 말의 유래를 알고 계십니까? 이 말의 유래를 아시면 전혀 다른 뜻에서 유래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개.. 2016. 6. 12.
내 몸속에 잠든이 누구신가(수레국화)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김선우 (어.. 2013. 6. 22.
낙엽을 태우며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뜰의 낙엽을 긁어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만, 낙엽은 어느 새 날아 떨어져서, 또 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의 사람의 수효보다도 많은가 보다. 삼십여 평에 차지 못하는 뜰이건만 날마다의 시중이 조련(調練)ㅎ지 .. 2012. 11. 12.
아빠: 아티 그런데 너 왜 우는 거니? 아들: 제가 넘어졌는데요. 친구들이 절 두고 가버리잖아요. 아빠: 친구? 네 친구들? 그 애들을 방 안에다 먹을 것도 없이 일주일만 가둬 놓으면.... .... 그땐 친구란 게 뭔지 알게 될 거다...... <쥐 1 : 아버지에게 맺혀 있는 피의 역사> / 아트 .. 2011. 12. 14.
정도전 예언이 두렵다 이성계를 추대하여 조선을 건국한 조선 개국공신으로 한양의 성곽부터 군사개편, 나라의 조직까지 조선의 기틀을 세운 사람이 정도전이라는 인물이다. 조선실록을 살펴보면, 숭례문을 만들 당시 정도전이 태조 이성계에게 한가지 예언을 했다고 하는데... "내가 만든 숭례문이 훗.. 2011. 12. 9.
나의 이름은 기회입니다 나의 이름은 기회입니다 사람들은 흔히들 인생에는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들 한다. 헌데 인생에 세 번이 아니라 백 번의 기회가 온다 한들 잡지 못하면 황이다. 결국 기회를 잡지 못한 사람들이 후회하고 한탄하며 세상을 원망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당연히 자본이 주.. 2011. 11. 22.
계급별 막대기의 의미는? 2011. 9. 29.
어떤 일에서든 어떤 일에서든 진실하라. 진실한 것이 더 손쉬운 것이다. 어떠한 일이든 거짓에 의해서 해결하는 것 보다는 진실에 의해서 해결하는 편이 항상 보다 직선적이며 보다 신속하게 처리된다. 그리고 남에게 하는 거짓말은 문제를 혼란시키고 해결을 더욱 멀게 할 뿐이다. 그러나 그보.. 2011. 7. 9.
꽃의 말 꽃의 말 이해인 고통을 그렇게 낭만적으로 말하면 저는 슬퍼요 필 때도 아프고 질 때도 아파요 당신이 나를 자꾸 바라보면 부끄럽고 떠나가면 서운하고 나도 내 마음을 모를 때가 더 많아 미안하고 미안해요 삶은 늘 신기하고 배울 게 많아 울다가도 웃지요 예쁘다고 말해 주는 당신에 곁에 있어 행복.. 2011. 4. 6.
한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한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詩人: 김재진 한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그때 그 용서할 수 없던 일들 용서할 수 있으리 자존심만 내세우다 돌아서고 말던 미숙한 첫사랑도 이해할 수 있으리 모란이 지고 나면 장미가 피듯 삶에는 저마다 제철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찬물처럼 들이키리. 한번쯤 다.. 2011.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