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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즐기기

연극 "여기, 사람이 있다"

by 칠면초 2011. 5. 30.

 

 

 

 

 

용산…오랫동안 청과물 시장이 있었고 1980년대 후반부터 가전제품과 컴퓨터를 구입하기 위해 사람들 발길이 이어지던 곳. 간혹 불법 비디오가 길가에서까지 버젓이 거래 되던 곳으로 기억한다.


그러더니 2008년 겨울이 되며 매일처럼 뉴스의 탑을 장식하던 용산. 2009년 1월, “여기, 사람이 있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기억한다.


쎄시봉이 만들어낸 열풍인가? 가벼움을 뒤로하고 아픔과 고뇌를 담은 연극을 만났다. 혜화동 연우무대에 올려진 극단 드림플레이의 ‘여기, 사람이 있다’는 제목부터 가슴을 뛰게 한다. 용산 참사 20년 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창작극으로 우리시대의 아픔과 서민의 애환을 다뤘다. 또한, 2011 서울 연극제 공식 참가작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구성이 탄탄했다. 개인적으로도 용산 참사 철거민들의 이야기라 꼭 보고 싶었던 소재였다.


연극은 용산 참사 희생자 가족과 그들을 내몰던 경찰간부의 삶을 들려주는 것 외에 19세기 인디언의 이야기를 통해 뺏으려는 자와 뺏긴자의 심정을 전달한다.

 

지금으로부터 20년 후, 용산 중심에 스카이팰리스가 지어지기 전 이 동네에 살다가 쫓겨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철거민의 유령들이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를 비롯한 인디언 원주민의 영혼들과 함께 아직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배회하는 모습들이 나타난다.


그들 가운데에는 20년 전 이곳 용산에서 살다가 쫓겨난 젊은 형사의 아버지 이상룡의 모습도 보여주는데 웃음과 눈물이 함께 어우러진 무대였다. 특히 공연 중간중간 “여기 사람이 있다 !!!!”라고 부르짖는 순간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연극 시작과 마지막에 인디언의 주술 같은 독백은 우리의 내면을 건드려 객석에서도 훌쩍이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나 역시, 극중 소원이 엄마의 눈물과 함께 눈시울이 붉어졌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우리도 백인과 같은 심장을 가졌다. 침묵은 착한자의 거짓이다. 우리는 많은 일들을 빨리 잊어버린다. 나는 많은 것을 바란 것이 아니다 내 것을 가지려는 것이다. 그게 나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해도 나는 어쩔 수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나 그건 아니다.  죽은 자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할 뿐...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자들의 죽음이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

 

무대에서 배우들이 외치거나  간혹 소곤대는 귀한 언어들이 오랫동안 나를 설레게 할 것으로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