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 촘스키, 피터 싱어, 힐러리 퍼트넘 등 21세기 서구 지성을
대표하는 위대한 철학자들을 인터뷰하여 삶의 해답을 찾는다
우리의 일상에서 늘 제기되는 질문들을 현대 철학으로 뒤집어본다면?
2011년 7월 중순, “미국 대통령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의 외신 기사가 화제가 되었다. 2010년 5월부터 미국 전역의 학교 식단들을 샐러드와 과일 위주로 변경하여 어린이 비만을 퇴치하는 활동을 하던 미셸 오바마가 “정작 자신은 점심으로 1,700킬로칼로리짜리 햄버거 세트를 사먹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잠시 논란을 일으켰던 이 기사에 대해 영국의 유력 철학 저널리스트 니컬러스 펀에게 의견을 묻는다면 아마 다음과 같이 대답해줄 것이다.
“내가 다이어트를 하는데도 점심으로 샐러드 대신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골랐다고 해봅시다. 나는 다르게 선택했으면 좋았으리라 생각하면서 나의 의지박약을 원망하겠지요. 그러나 나는 단순한 결심 이상의 것을 후회하는 데 행동의 원인 때문에, 이 경우에는 탐욕과 나태라는 원인 때문에 후회합니다. 내 결심이 내 성격을 형성하거나 본성을 나타낼 수 없다면, 후회스런 선택을 했을 때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도덕적 태만을 경멸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성격과 반대되어서가 아니라, 성격의 진정한 형식을 드러낸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니까요.”
이는 본서의 <제2장. 자유의지와 운명>에 나온 니컬러스 펀의 주장을 인터뷰에 대한 답변처럼 재구성해본 것이다. 아마 몸짱이 되겠다고 결심했으나 단 두세 끼를 밥과 김치와 쌈채소만 먹은 뒤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포기한 사람들이라면 이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아울러 누군가의 행위가 옳고 그른지에 대해, 그 당사자가 유명인이든 아니든 혹은 나 자신이든 내가 평소에 안 좋아하던 사람이든, 이렇듯 철학적으로 깊이 있게 돌아보고 뒤집어보고 따져보고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지만 좀 더 깊이 따져보지 않는 생각할 거리들이 소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한 책임을, 불우한 환경이라든가 가족이나 친구 같은 주변 사람들에게 돌릴 수 있을까? 낡은 부품을 계속 교체해온 배, 비행기, 자동차는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 동일한 제품일까? 컴퓨터가 인간의 뇌와 맞먹는 수준에 이르면 인간의 마음이나 영혼까지 고스란히 모방할 수 있을까? 천연의 요새인 영국 해협 덕분에 나치스의 지배를 면할 수 있었던 영국인들은 나치스에 정복당하고 부역까지 해야 했던 프랑스인들을 비난해도 될까? 우리는 지금 영화 <매트릭스>의 배경과 같은 가상 현실 속에서, 즉 이미 지능 면에서 인간을 앞지른 컴퓨터에 개개인의 의식을 업로드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상 속에서 우리는 뉴스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인터넷 활동을 하면서 종종 이런 엉뚱한 질문들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능력이 부족하거나 사회적 한계 때문에 도저히 만족스러우면서 진지한 대답을 구할 수 없었다. 이런 우리를 위해 니컬러스 펀은 놈 촘스키, 피터 싱어, 힐러리 퍼트넘, 존 설, 데니얼 데닛, 데이비드 차머스, 제리 포더, 콜린 맥긴 등 21세기 현대 철학을 대표하는 위대한 철학자 30여 명을 만나 질문하고 대답을 구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시대부터 철학자들은 이치에 맞는 논증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고 무엇을 얻을 수 없는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알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에서 니컬러스 펀은 30여 명의 철학자들과 각각 인터뷰했을 당시의 이야기와, 그들이 인터뷰 과정에서 쉽게 정리해준 답변(그들이 평소에 주장하던 이론에 기반을 둔)들을 제시한다. 펀이 이들에게 했던 질문들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아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철학의 3대 핵심인 형이상학, 인식론, 윤리학을 대표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이에 이 철학자들은 자유의지, 동일성, 의식은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 그대로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덕과 악의 차이는 단순히 행운의 문제일 수 있다는 주장도 한다.
한 예로 2004년 4월, 영국의 울러라는 마을의 현금 자동 입출금기에서는 인출하려는 돈보다 두 배나 많은 돈이 나오는 오류가 발생했다. 평소에 법을 잘 지키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았는데, 그들 중에 그 은행이 공짜로 돈을 나눠주기 시작했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결국 그 은행은 마을 사람들을 기소하는 대신 과잉 인출된 돈을 손실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들의 금전적 행운은 도덕적 영역에서의 똑같은 양의 불운으로 상쇄되었다. 즉, 그들에게 그런 ‘기회’가 없었더라면 분명히 우리처럼 비교적 흠 없는 삶을, 도덕적인 가책을 받지 않고 살아가는 행운을 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해서, 우리가 사는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 또한 울러의 주민들처럼 하지 않으리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극대화하는 행위를 지향하는 현대 철학자들 중 가장 유명한 철학자인 피터 싱어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칭찬받을 만한 일도 하지 않았지만 비난받을 만한 일도 하지 않았다고 자위하는 것, 정치에 무관심하듯이 도덕에도 무관심한 것은 엄청난 부작위(omission)의 죄를 저지르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소크라테스가 주장했던 일관성 덕목을 실천할 것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의학 연구자들이 살아 있는 동물을 실험의 대상으로 삼고 싶다면, 동물과 능력이 똑같은 뇌 손상 인간에게도 그 실험을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식이다. 즉, 우리도 동물의 왕국의 일원이며, 우리의 윤리는 그런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완전히 수긍하기는 힘들겠지만 한번 고려해볼 만한 일이기는 하다.
▶ 본문 발췌
신문과 잡지에서는 최근 과학의 성과를 걸러내어 우리가 이러저러한 충동이나 성향에 ‘좌우된다’는 말을 끊임없이 한다. 그러나 우리의 욕구도 우리를 구성하는 것들의 일부이며, 만약 이러저러한 성격을 빼면 무엇인가에 좌우될 것이 전혀 남지 않게 된다. 내가 나 자신에 좌우된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나 자신 말고 무엇이 있는가?_56쪽
인간 체스 선수는 수천 개의 위치를 떠올리고 가능한 움직임을 모두 조사해서 최선의 수를 결정하지 않는다. 대가라면 직관을 이용하여 몇 초 만에 어떻게 할지 결정한다. 대가는 고도로 개발된 형태의 상식을 이용하여 어떤 수들은 처음부터 배제한다. 그는 어떻게 두면 자멸할지 직관적으로 알기 때문에 다음 수를 어떻게 둘지 골머리를 쓰며 고민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컴퓨터는 그런 것은 전혀 모르며, 이는 게리 카스파로스를 이긴 딥-블루조차도 마찬가지이다._89쪽
아들이 무서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믿는 아버지가 있는데, 결국 재판에서 그 아들이 무죄로 밝혀졌다고 상상해보자. 아버지는 아들이 무죄라는 것을 정말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판결이 다르게 나왔어도 아들에게 죄가 있다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믿음은 증거가 아니라 신념에 근거하는 것이다. 노직의 설명에 따르면, 신념은 상황에 따른 변화를 완전히 무시하므로 참인 믿음을 이끌어내는 방법으로는 결함이 있음이 드러났다._135쪽
철학자들은 철학사의 대부분을 도덕적 불운이 일어날 수 있음을 부인하면서 보냈다. 그들은 물리적인 또는 정신적인 행복에 운이 작용할 수 있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의 타고난 장점이나 결점이 강화되거나 퇴색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고대 그리스의 도덕 프로젝트에서는 우리의 삶을 불운과 격리시키는 것이 관심사였다. 물질적인 환경은 운명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겠지만, 우리의 내적인 삶은 운명의 방해를 받지 않을 자유를 어느 정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_242쪽
도덕적 행운은 우리에게 호의적으로 작용하지만, 불리한 방향으로도 작용한다. 미국 철학자 토머스 네이글은 무모한 운전과 살인 사이의 ‘도덕적으로 중요한 차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무모한 운전자가 어린이를 치었느냐는 그 운전자가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차를 모는 순간 어린이가 길을 건너고 있었느냐에 달렸다. 만약 그 운전자에게 비난할 점이 전혀 없다면, 그는 이 사건에서 자신이 한 일이 무시무시하다고 느끼겠지만 도덕적으로 비열하다고 느낄 필요는 없을 것이다._245쪽
▶ 저자․역자 소개
니컬러스 펀(Nicholas Fearn)
영국 런던의 킹스 칼리지를 졸업했으며, 현재 런던에서 살면서 철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을 비롯한 20여 개국에서 출간된 『니콜라스의 유쾌한 철학 카페』(2005) 등이 있으며, 잡지 『스펙테이터』 및 『인디펜던트 온 선데이』, 『옵저버』, 『이코노미스트』 등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옮긴이 최훈
서울대학교 철학과와 같은 대학교의 대학원을 졸업했다(철학 박사). 현재 강원대학교(삼척 캠퍼스) 철학 교수이다. 『논리는 나의 힘』, 『라플라스의 악마, 철학을 묻다』, 『변호사 논증법』, 『생각을 발견하는 토론학교 철학』 등의 책을 썼다.
▶ 이 책에 대한 찬사
심오한 깨달음을 주면서 재치도 넘치는 이 책은 한 권의 지적인 파티이다.
당신이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 이 책을 읽고 발견해보는 즐거움을 누려라.
- 레이먼드 탤리스(영국 철학자이자 문화비평가)
문체나 내용 모두 감탄할 만한 책이다. - 힐러리 퍼트넘(하버드 대학교 석좌교수)
- 차 례 -
감사의 말
머리말
제1부 나는 누구인가
1. 자아의 문제
2. 자유 의지와 운명
3. 마음과 기계
4. 몸과 영혼
제2부 나는 무엇을 아는가?
5. 지식의 문제
6. 의미의 문제
7. 본유 관념
8. 사유 언어
9. 포스트모더니즘과 실용주의
10. 이해력의 한계
제3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11. 도덕적 행운
12. 팽창하는 원
13. 삶과 죽음의 의미
주註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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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단 모집간 : 9월 19일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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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일 : 9월 26일 (→이벤트 당첨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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