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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한련화

by 칠면초 2012. 4. 18.

어린 시절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이 날을 길이 빛내자’는 기념노래를 또박또박 따라 부르며 내 자신이 만세운동 현장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끓어올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일제강점기 충남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독립만세를 외쳤던 유관순은 독립투사의 아이콘이다. 시퍼런 일제에게 맨몸으로 대항한 소녀는 결국 감옥에 숨을 거뒀다. 책 '한련화'는 유관순 열사를 새롭게 조명한 책이다.

 

책 제목 '한련화'는 마른 땅에 피어나는 연꽃을 지칭한다. 꽃말은 애국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1919년 3월1일 경성에서는 한 소녀가 모진 고문 끝에 숨을 거둔다. 독립투사의 아이콘인 유관순을 이 책에서는 인간적인 매력에 초점을 맞췄다. 사람이었던 유관순도 결단을 내리기까지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위인전 속 유관순은 용감한 철인이자 태생부터 독립투사였다. 그래서 매력이 없었고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여겼는지도 모른다. 그런만큼 공감도 덜한 것 사실이다.

 

이념과 취향이 다르고 세계적인 소비문화에 노출돼 자라온 세대들도 나라사랑과 민족의 자긍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보았듯이 태극기를 흔들며 열정적으로 뭉쳐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던 모습에서 희망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유관순, 그녀가 왜 나라의 미래를 고민했는지, 왜 직접 나서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그녀는 태생부터 독립투사이자 위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위인전의 병폐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릴 적에 누구나가 유관순의 위인전을 읽었지만 성인이 된 후엔 그녀에게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녀가 ‘애국투사의 신화’ 앞에서 인간의 냄새를 빼앗겼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유관순의 마지막 심경을 체험하기 위해 한겨울 감방에 들어갔다. 추운 겨울 덜덜 떨면서 고문을 당했던 유관순의 고통을 생각해 봤다. 저자는 감방에 앉아서 유관순이 당했을 조롱과 비웃음, 그리고 살이 찢어지는 고문에 대해 생각했다. 저자의 노력 덕분에 '한련화'는 우리가 모르는 인간 유관순의 모습을 담아냈다.

 

방패 같은 잎과 투구 같은 꽃을 가진 '한련화'는 고민 끝에 자신을 희생한 유관순가 묘하게 닮았다. 꽃이 피는 6월, 베란다에 한련화 덩굴 한 화분과 그 꽃을 피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