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어느 날 갑자기 파킨슨 병에, 그리고 곧이어 치매에 걸린 어머니. 같이 사는 아버지는 귀도 잘 들리지 않고 심장질환이 있어 어머니를 돌보기는커녕 당신도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신세다. 심지어 저자 자신마저 점점 시력을 잃어 가게 된다. 이런 어려움 속에 저자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집과 직장을 뒤로 하고 고향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7년 동안 집과 노인 요양원에서 어머니를 돌보며 처음엔 그처럼 길고 어두우리라 생각지 못한 터널을 지나간다.
이 책은 처음에는 간호 기록을 남기려고, 나중에는 견디기 힘든 현실에 무너지지 않으려고 묵묵히 적어 나간 고백을 정리한 것이다.
<출판사 서평>
■ 7년에 걸친 꼼꼼하고 생생한 기록
이 책은 나이 든 딸이 파킨슨 병과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7년 동안 돌보며 기록한 글이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병원 진료 날짜와 투약 상황 등을 챙기기 위해 적기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그 ‘혼란의 늪 속에서 어떤 의미라도 건져 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정리했다. 이 절절한 기록은 어머니를 돌보는 과정에서 겪은 후회와 아픔, 절망, 그리고 사랑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보여 준다. 또 병원 진료에서 노인 요양원 생활에 이르기까지 현실적으로 부딪친 일들도 꼼꼼하고 생생하게 그려 내고 있다.
저자에게 닥친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어머니 곁에 있던 아버지는 심장질환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고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아 어머니의 간병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육십을 바라보던 저자는 직장과 집을 떠나 부모님 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간병을 하던 저자마저 녹내장 진단을 받고 점차 시력을 잃어 가는 절망을 겪는다. 처음에는 1년 반 정도 집에서 어머니를 돌보면서 열 명이 넘는 의사를 전전하며 치료를 받지만 병세는 급속도로 악화되어 어쩔 수 없이 노인 요양원으로 옮기게 된다. 저자가 ‘발을 들여놓자마자 누구든 절대로 이런 곳에 오지 않겠다고 맹세하게 되는 곳’이라고 표현한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5년을 지내고 저자는 어머니의 임종을 맞는다.
■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이 책은 『퍼블리셔스 위클리』와 『크리스채너티 투데이』가 각각 2007년, 2008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단지 치매 걸린 어머니를 돌본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인간, 죽음, 영혼, 뇌 등의 문제를 깊이 있게 고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환각’을 보다가 점차 지력과 감성, 언어와 기억을 잃어 가는 어머니는 저자에게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기억인가? 이성적인 능력인가, 의지인가? 그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 때 인간에게는 무엇이 남는가? 이런 질문을 통해 저자는 끝 모를 혼돈 속에서 어머니의 존엄성과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의 본질을 찾으려 씨름한다.
어머니는 건강 문제를 하느님이 세상에 만들어 놓은 질서로 받아들여 온 분이었기에 자신의 병에 죄책감을 느꼈다. 이것은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를 자신의 기본 전제로 여기는 저자는 어머니의 자아가 붕괴되는 것을 보면서 겁이 났다. 어머니와 보낸 7년을 지진이 난 폐허더미 아래 갇힌 것에 비유하는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그 폐허더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뿐이었다고, 그 아래서 들려오는 희미하지만 낯익은 어머니의 목소리와 몸짓에 필사적으로 반응하는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어머니와 인생을 다시 발견한다. 병에 걸린 어머니의 무의식적인 몸짓은 과거 당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던 행동이었고, ‘곁에 있어 달라’는 말을 반복한 것은 인간 존재의 가장 밑바닥을 이루는 고독의 다른 표현이었다.
<저자 소개>
수많은 기고문과 평론을 쓰는
옮긴이 유자화
성균관대학교 번역테솔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펍헙 번역그룹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잊을 수 없는 환자들』 『비행기의 역사』 『최고의 리더십』 『나는 왜 성경을 믿는가』 『한 번에 한 걸음씩 희망을 선택하라』 등이 있다.
<목차>
* 들어가며
1. 책의 마지막 장
2.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다
3. 왜 하필 우리 어머니지?
4. 나는 의사 편인가, 어머니 편인가
5. ‘치매’라는 지옥
6. 나마저 시력을 잃어 가다
7. 절망과 더불어 살아가기
8. 노인 요양원의 ‘죄수들’
9. 잠들지 못하는 밤
10.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
11. 어머니의 두려움
12. 폐허더미 옆에서 기다리라
13. 슬픔을 위로하는 법
14. 너와 멀어지고 싶지 않아
15. 떠나는 자와 보내는 자
* 감사의 말
<책 속으로>
큰일을 당한 사람이 “왜 나여야 하지?”라고 묻는 것에 논리를 따져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은 사람이 멀쩡한 정신으로 “왜 내가 아니지?”라고 물을 리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런 물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우리 어머니가 파킨슨 병에 걸려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어머니를 대신해 “왜 우리 어머니지?”라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세상에 그런 일을 당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우리 어머니여야 했다.
마음 좋고, 관대하며, 유머 있고, 정도 많은 우리 어머니는 살면서 이미 크고 작은 고난을 수도 없이 겪었다. 하지만 질병이라는 재앙은, 그런 일을 당해 마땅한 사람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처럼 삶의 고난은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닥친다. 어머니를 돌보아야 하는 임무가 어느 여름날 폭풍우처럼 느닷없이 내게 쏟아졌듯 말이다.
☞ 본문 6쪽 ‘들어가며’ 중에서
어머니가 없었다면 나는 시간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내 머리로는 어머니가 사라지는 시간이 올 거라는 것을 안다.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어머니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붕괴, 천천히 진행되는 어머니의 자아의 붕괴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 존재의 전제인 어머니가 무너지고 산산이 부서져 버린다면, 그것은 나한테 무엇을 의미하게 될까? 만일 어떤 알 수 없는 원심력이 어머니의 온전한 정신을 무중력 공간으로 날려 버린다면 내가 어떻게 멀쩡할 수 있겠는가? 어머니의 자아가 사라진다면 ‘사실’의 세계가 내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본문 46쪽 중에서
어머니는 머리를 흔들고 내 손을 움켜쥐었다. 손 안에 잡힌 나비처럼 퍼드덕거리며 요란하게 팔딱이는 어머니의 맥박이 손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나는 어머니의 팔을 부드럽게 도닥여 주었다. 어머니는 서서히, 서서히 안정되어 갔다.
일단 어머니의 공황발작이 가라앉자 물었다.
“무서우세요?”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았다.
“죽는 것이 두려우세요?”
이번에는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그 말이 튀어나왔다. 나는 어머니가 제발 아니라고 대답해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어머니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계속해서 어머니 팔을 도닥여 주었다.
잠시 후에 어머니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깊고 깊은 우물처럼 보였다.
“너한테서 멀어지고 싶지 않아.”
☞ 본문 266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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