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청년 한스는 세체니(Szecheny)다리에서 두나(Donau)강에 몸을 던진다.
눈 깜짝할 새 일어난 일이어서 누가 말릴 겨를도 없었다.
세체니 다리는 두나 강을 사이에 두고 둘로 나뉘어 있던 헝가리의 두 도시 부다와 페스트를 단단히 묶어 수도 부다페스트로 거듭나게 한 명물 가교(架橋)다.
자살을 기도한 한스는, 그러나 그를 구하려 목숨 걸고 강물에 뛰어든 헝가리 친구 자보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실연(失戀)때문이었다.
부다페스트지사에 파견 근무하던 독일 상사의 엘리트사원 한스는 그곳 사교클럽에서 일하는 헝가리 여인 일로나(Ilona)한테 푹 빠져 있었다.
무척이나 ‘헤퍼 보이는‘ 일로나에게는 여러 남자가 더 있었는데, 그 중 한 남자는 권총으로 자살을 한다. 역시 치정(癡情)에 얽힌 우발적 행동이었다.
90년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독일-헝가리 합작영화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는 40년대의 유럽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은 이른바 ‘자살의 송가’ <우울한 일요일(Szomoru Vasarnap)>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이따금 일로나가 가사를 붙여 손님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사랑이 싹텄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노래를 듣는 순간 선택해야한다. 삶의 전부를 건 사랑이냐, 아니면 죽음이냐!”
“저 노래를 부르거나 듣기만 해도 저승사자가 데려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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