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자
변택주
오랫동안 법정 스님 글을 읽고 문뜩문뜩 뵙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지만, 번거로움을 끼쳐 드리고 싶지 않아 찾아뵙지 못하다가 길상사가 문을 열고 난 이듬해 봄 곁님 손을 잡고 간 길상사 법석에서 처음 뵈었다. 그리고 열두 해 남짓 법정 스님 길상사 법회 진행을 맡아보게 되어 스님 턱 밑에서 법문을 듣는 영예를 안았다. 법정 스님께서 아둔하고 미욱한 탓에 슬기로워지라고 지광智光이란 법명을 지어 주셨건만, 워낙 어리석은지라 스승이 열반에 드신 뒤에도 뜻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그러다가 ‘부처님 모습을 새기면 불상이요, 부처님 말씀을 모아 담으니 불경이고, 부처님 목소리를 옮기면 종소리’라는 에밀레종에 쓰여 있다는 말씀을 떠올리고는, 스승 자취를 더듬어 보겠다며 화엄경에 나오는 선재동자 흉내를 내며 스승을 뵈었던 선지식을 찾아다닌다.
틈틈이 인지학人智學 강의도 하고
‘疏通이면 笑統’이라며 기업커뮤니케이션코칭을 하며
지금市 트區 들으面 열리里 웃길 79에 산다.
첫 책 『법정 스님 숨결』
이메일 einew@hanmail.net
블로그 http://h-a-j-e.net/
2. 내용
법정 스님을 가까이서 모셨던 저자는
스님 생전 말씀들이 제 뜻을 바로 펴지 못하지는 않을까,
그뿐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잊히지 않을까 걱정하다가
첫 책 <법정 스님 숨결>에서 스님 말씀을 정리했다.
그리고 스님 말씀과 삶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꽃을 피우나 살피려고,
스님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지냈던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모으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기존 모든 형식을 버리고 자기 예술 세계로 나아가는 조각가 최종태,
아름다운 찻잔으로 스님과 인연을 이어 간 도예가 김기철,
고요하고 신비한 화풍으로 소년소녀를 그리는 화가 박항률,
따뜻한 추상화로 한국과 프랑스에서 널리 알려진 화가 방혜자,
농사꾼으로 변신한 방송인 이계진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분들도 거기 있고,
스님 어머니를 모신 사촌동생 박성직,
스님 조카인 현장 스님,
성철 스님 시봉일기로 유명한 원택 스님,
법정 스님과 종교 벽을 허물고 진짜 영성을 나눈 장익 주교,
종교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노일경 목사,
첼리스트와 결혼하고 세상 속에서 부처님이 갔던 길을 따르는 돈연 스님,
전 세계를 돌며 사람들의 어머니 노릇 하는 원불교 박청수 교무와 같이
우리 시대에 큰 길을 가는 종교인도 있는가 하면,
스님이 믿고 의지했지만 스님께 부담이 될까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던 강정옥,
괭이 한 자루 들고 등산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파 내려오던 백지현,
스님이 왜 길상사에서 딱 하루만 묵으셨는지 사연을 들려 준 홍기은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있다.
저자는 모두 열아홉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분들이 어떤 식으로 법정 스님에게 물들어 갔는지,
법정 스님 역시 그분들에게 어떻게 물들어 갔는지를 조심스레 보여준다.
우리가 습관처럼 생각하는 바와 달리
깨달음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저자가 만난 열아홉 분들이 그런 것처럼
법정 스님 역시 그분들과 함께 갔기(同行)에
함께 행복할(同幸) 수 있었다.
* 이 책은 「현대불교」 “법정 스님과 만난 사람들” 코너 연재물을 수정 보완하여 묶은 것입니다.
3. 차례
그런데 우리는 법정 스님을 뵈었을까?
1. 울타리 없는 집
장익_너는 네 세상 어디에
최종태_고전으로 들어가 새 길을 내다
방혜자_비움이 크고 넓을수록 공명이 크듯이
박청수_내 삶 내 목숨이 불완전 연소되지 않게
2. 텅 빈 충만
김기철_흙이 자신을 살라 자기로 나투듯이
원택_오보일기, 몇 걸음 걷다가 멈추고 적곤 하셨어요
이계진_따뜻한 눈길 그리고 끝없는 관심
진명_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박항률_아름다움에는 그립고 아쉬움이 따라야
3. 앞섬과 뒤섬
돈연_무소유는 철두철미하게 함께 나누는 공유
노일경_높고 낮음, 앞섬과 뒤섬이 이끌고 받쳐 주는 세상
문현철_천주님 사랑이나 부처님 자비는 한 보따리
강정옥_어떤 인생이든 선택한 만큼 맹렬히 살아야
백지현_작은 파장이 모여 공명하면 온누리가
4. 어우렁더우렁
박성직_좋은 일을 생각하고 말하면
현장_상대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은 소음
이창숙_종이에 물 스미듯 내 안에 스님이
피상순_날마다 꽃처럼 새롭게 태어나야
홍기은_매화는 반만 필 때 운치가 있고
누구도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은 아니다
4. 추천사
숲 속의 정갈한 기운을 생각나게 하는 법정 스님의 마당에 싱그럽게 함께해 온 사람의 숲 향기가 참 좋습니다. 문든 법정 스님의 진면목인 “텅 빈 충만”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 기억납니다.
“꽃은 향기로 비우고 나비는 춤으로 비우며
나비는 춤으로 충만하고 꽃은 향기로 충만하다.”
그렇게 비우고 충만하면 그대로 평화요 행복이겠지요.
- 인드라망 상임대표 도법 손모음
‘법정 스님 물이 들었나?’ 나 살아 있는 사람 가운데 이렇게 깨끗한 말 쓰는 이 좀처럼 만나 보지 못했다. 먼저 쓴 책 『법정 스님 숨결』을 읽으면서 깨우친 게 한두 가지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일깨움이 일깨움을 불러왔다.
‘어허, 법정 스님 둘레에 이런 어른들이 계셨구나. 이 어른들께도 두 손 모아 큰절 한 번씩 올려야겠구나.’ 먼저 나는 여자를 좋아하니까 방혜자, 진명, 박청수, 강정옥, 이창숙, 피상순 님들께 절을 올린다. ‘아이고, 그릇 크고 곰살궂은 우리 보살님네들, 정말 살림 잘하시네요. 큰 살림꾼이네요.’ 살림은 살리는 일이다. 큰 살림꾼은 다만 내 집 살림만 하는 게 아니다. 뭇목숨 살리고 바람도, 물도, 흙도, 햇살도 살린다. 이 분들이 있어서 해도 달도 별들도 살아난다.
법정 스님이 들려주셨다는 ‘모기 이야기’, 정신이 번쩍 든다.
“시어머니 모기가 집을 나서면서 저녁밥을 지어 놓을까 보냐고 묻는 며느리한테 ‘모진 놈 만나면 맞아 죽을 거고, 좋은 사람 만나면 얻어먹을 거니까’ 이래도 저래도 저녁밥 차리지 말라는 얘기인데….”
‘법 보시’는 바로 이런 거로구나. (이 얘기가 이 책 어디에 숨어 있게?) 살아 있을 때 마음 ‘쓰고’, 숨 놓으면서 마음 ‘놓은’ 이, 법정 스님의 숨결이 글 갈피갈피 어려 있다. 글로나마 스님 다시 뵙는 기쁨에, 오늘도 좋은 날씨, 뱀 다리 하나.
“아픔을 덜어 주려면 먼저 아파야 한다. 그게 ‘구고(救苦)’의 뜻이다. ‘중생의 아픔을 덜어 주려고 스스로 앓는 이’, 법정의 ‘구고’는 그런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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