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이 참 따사롭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겨울이 한창일 때는 정말 봄이 올까 싶다가도 소리 없이 꽃이 피고 봄이 오는 걸 보면 자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고 경이롭다.
우리 사회는 작년 가을 이후로 지금까지 여러모로 갈등과 혼란의 터널을 지나며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대통령 탄핵 사태와 맞물려 최고조에 달한 느낌이다. 하지만 깊은 어둠 속에서 헤어날 길이 안 보이다가도 어느 날 광명이 비쳐오기도 한다.
"여보게 우리들의 논과 밭이 눈을 뜨면서 뜨겁게 뜨겁게 숨쉬는 것을 보았는가"로 시작하는 겨울공화국 양성우 시인의 '지금 나에게도 시간을 뛰어넘는 것들이 있다'라는 한 권의 책은 그의 자서전이라해도 부족함이 없다.
저자는 기억을 더듬어가며 글을 써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어떤 부분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도 말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험한 세월을 보내는 과정에서 젊은 시절에 대한 기록은커녕, 메모나 일기 및 사진 한 장도 제대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은 4.19혁명. 중남미 혁명전사 체 게바라의 책과 시에 빠져 들었던 학창시절. ‘민통련 호남고등학생연맹’을 조직한 혐의로 5.16군사쿠데타가 일어난 다음날 교실에서의 체포와 구금, 그리고 퇴학. 대학에서의 문학운동과 민주화 운동. 고은, 신경림 시인 등과의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구성. 시 '겨울공화국'에 의한 교사직 파면과 은둔 생활 등이 기록돼 있다.
시인은 책 말미에 "세상을 바꾸는 싸움의 전사를 자처하며 좌충우돌 떠돌던 젊은 날에는, 그 하루하루가 마치 까마득히 높은 벼랑 위를 걷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며 "이 책에 쓴 내 젊은 날의 상처 많고 굴곡진 삶의 편린들이, 읽는 이들에게는 때로는 거울이 되고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고통스런 인생도 인생이도 실패한 인생도 인생이다. 그리고 모든 인생이 가치 있는 것이라면 천신만고의 내 인생도 전혀 무가치한 것만은 아니리라..... 나를 아는 이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나는 성공한 사람도 아니고 자랑거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성공담이나 자랑거리를 위주로 쓰는 글이 자서전이라고 한다면, 이 글은 자서전이 아니다. 다만 시대적인 격랑 속에서 ‘시詩’라는 돛대를 껴안고 험한 파도를 헤치며 살아온 상처 많고 굴곡진 내 젊은 날의 이야기일 뿐이다.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에필로그 중에서)
책장을 덮으며 다시 한번 묻는다. 우리의 고향은 어디인가. 망설일 필요 없이 바로 답한다. 우리의 고향은 ‘대.한.민.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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