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아침 빛에 민감하다. 숲에서 잠을 잔 새들이라면 움트는 빛을 찾아 하늘을 난다. 햇빛은 생명을 충전하는 에너지다. 인근 산에서 잠을 잔 새들이 아파트 마당 안으로 찾아 들어와 소란하게 운다. 출근을 서두르는 이들을 위해 아파트 마당에선 싸락싸락 비질 소리가 들린다.
이때 한권의 책을 손에 들었다. 책표지와 제목에 먼저 마음이 가는책, '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 표지에 쓰여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유일한 멘토라는 글도 눈에 들었다.
무심히 길을 걷다가, 음악을 듣다가, 하늘을 보다가, TV를 보다가, 문득 ‘왈칵’ 하고 마음이 쏟아지는 날이 있다. 공허, 울화, 권태, 피로, 부담, 설움, 후회, 그리움… 어떤 감정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도 토해내듯 쏟아져 버린 마음과 마주하게 되는 그런 벅찬 날. 이 마음들이 무엇인지 왜 나에게 나타났는지 정체를 알 수 없어서 답답하고,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척, 담담한 척 견뎌 왔지만, 사실은 누군가에게 툭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어진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정답인가’ 하는 것은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이 아닙니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나는 이렇게 결정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늘 정답이 정해져 있고, 다른 사람이 지나간 길로만 간다면 ‘나로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내 인생인가요, 타인의 인생인가요? ‘정답’이란 녀석이 사람의 얼굴을 하고 살아서 움직이지 않는 한 영원히 확인할 수 없습니다. (p.50)
저자는 이렇게 따뜻하게 위로를 아끼지 않는다. 크든 작든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세상에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는 말 한 마디는 살아갈 힘을 준다. 저자의 심리상담 실제 사례와 경험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마음의 문제들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꿈이나 신화의 분석을 통해 무의식적인 내용을 의식화하는 과정을 중시했다.
'지금 겪는 마음, 감정, 느낌이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하는 현실적인 위안과 함께 스스로 삶의 가능성을 찾도록 격려한다.
특히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딱딱한 심리학 용어나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잠언을 쓰지 않고, 친숙한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것도 하얀 눈을 바라보며 읽기 좋았다.
7개의 장으로 나눈 책은 1장_마음, 맑았다가 때때로 흐림, 2장_지구를 둘러싼 나와 너 , 3장_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4장_이토록 소중한 인연을 위하여, 5장_비밀이 보내는 신호 , 6장_꿈을 꾸고 꿈을 살다, 7장_누군가의 마음을 열고 듣는다는 것으로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왈칵 쏟아지는 생각, 감정들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정면으로 맞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른 무엇도 아닌 ‘내 마음’이기 때문에 그렇게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쭉 곁에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p.228)
맞아, 행복한 삶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욕망을 줄여야 하는 고통이 필요하다. 어쩌면 자본주의사회에서 욕망을 줄인다는 것은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는 것과 같다.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언제 어디서 누가 나를 해칠지도 모르는 이 험한 세상에서 무장해제한다는 것은 참으로 스스로에게 잔인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새로운 삶, 어릴 때 꿈꾸던 순진무구한 행복을 얻으려면 '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과 같이 무장을 해제해야 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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