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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싶은시

박기섭, 책

by 칠면초 2017. 10. 23.



아버지, 라는 책은 표지가 울퉁불퉁했고

어머니, 라는 책은 갈피가 늘 젖어 있었다

그 밖의 책들은 부록에 지나지 않았다

 

건성으로 읽었던가 아버리, 라는 책

새삼스레 낯선 곳의 진흙 냄새가 났고

눈길을 서둘러 떠난 발자국도 보였다

 

면지가 찢긴 줄은 여태껏 몰랐구나

목차마저 희미해진 어머니, 라는 책

거덜 난 책등을 따라 소금쩍이 일었다

 

밑줄 친 곳일수록 목숨의 때는 남아

보풀이 일 만큼은 일다가 잦아지고

허기진 생의 그믐에 실밥이 다 터진 책


아버지는 울퉁불퉁..엄머니는 젖어있는 마음...

부모님을 생각하며 그리움이나 은혜라는 말은 너무 쉽다.

그냥 보풀처럼 붙어있는 내 부모님들...

"엄마..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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