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절미 두어 개를 한 번에 넣고 삼키지 못해 목이 메듯 아프게 하는 여자,
곰삭은 아픔들을 조용히 풀어 놓을 줄 아는 여자,
그러나 팔을 걷어 부치고 생활인으로 돌아왔을 땐 강한 엄마, 송영애(45).
땅 끝 마을 진도에서 태어나 89년 서울 YMCA 직업청소년 대상 문예공모전 수필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다.
그때만 해도 “우연히 만들어진 영광”이라던 그녀가 2004년 13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수상 후, 그녀는 바빠졌다.
MBC 라디오 ‘여성시대’와 SBS ‘아름다운 세상’, ‘TV 에세이 좋은 생각’ 등 방송에 다작 출연하는 인기인이 돼 버렸다.
그녀가 화제의 인물로 부각된 건 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직업이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
이제 알 만한 사람 모두가 알아버린 ‘노점상 떡볶이 아줌마’다.
“집안에 있는 가전제품 대부분이 방송국에서 상품으로 받은 것들이에요.”
힘든 살림에 톡톡히 한 몫을 했다며 수줍게 웃는다. 혼자서 일기 쓰듯 써 내려 갔다는 글엔 생활냄새가 촉촉이 묻어난다.
그녀가 7년 전 떡볶이 리어카를 끌고 나간 건 남편직장이 부도가 났을 때였다.
여느 포장마차와 다를 것 없는 영애씨의 포장마차에 다른 점이 있다면 자작시들을 곳곳에 걸어 두었다는 것과
장사도중 틈틈이 읽는다는 책들이다.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관두고 남들보다 빨리 일을 시작해야 했던 열일곱 나이.
어린나이에 어머니와 하나뿐인 동생을 잃은 그녀는 슬픔과 고단한 근로자의 삶을 자위하듯 써내려갔다.
“야학시절 늘 꿈 꿔왔던 문학상이었습니다. 전태일 열사도 사실 그 당시 알았어요.
그분의 삶이 나처럼 고된 삶이라 관심을 갖게 된 거죠.” 아픔을 이야기해도 연신 입가엔 미소다.
그 밝음이 아마 오늘의 그녀를 만든 힘이 됐을 것이다.
얼마 전 그녀에게 기쁜 일이 있었다. 그동안 여기저기 기고한 글을 모아보자는 출판사 제의가 들어온 것.
<떡볶이 아줌마의 아픈 하루> 라는 제목으로 부끄럽지만 솔직한 그녀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고단한 생활 속에서 글을 뽑아내는 가치를 아는 사람, 시작하는 작가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손님인데 싸 보내야 마음 편하다’며 극구 사양하는 기자에게 떡볶이 한 봉지를 쥐어 주는 영애씨.
그녀의 ‘아픈 하루’가 넉넉함이라는 포장지에 싸여 있음을 확실히 알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