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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톡톡

굿당

by 칠면초 2008. 12. 4.

 

우연히 군자봉 아래 굿당을 발견했다.

어려서 살았던 동네에선 종종 굿판이 벌어지곤 했다.

동네 아이들과 구경을 하다가 나중에 하나씩 나눠주는 사탕을 자정까지 기다려 받아먹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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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개비(안개비 보다 약간 굵은비)와 나나무스끄리 음악으로 촉촉해진 마음.

군자봉 아래 굿당을 보고는

옛 추억이 생각나 무작정 들어서니 주인이 약간 놀란다. 마당에서부터 장식된 굿판의 전경들로 내가 더 놀랐는데 말이다.

 

하여튼, 마당에서 군자봉 유래까지 듣고 사진도 몇 장 찍고 돌아왔다.

유래인즉 단종 임금이 어머니 현덕왕후의 묘소에 참배를 하러 가다가 이 산을 보고 마치 연꽃처럼 생겨

군자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여 군자산이라 하다가 조선 말경에 군자봉이라고 바뀌었다고 한다.

주인아저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군자봉 꼭대기엔 수백 년 된 느티나무가 있단다.

 

굿당 마루에 노 할머니 만신들이 몇 명 있다.

“할머니 드라마에서 보니까 내림굿 같은 것 있다는데 해보셨어요?”

"내림굿은 아주 힘들어서 다시는 내림굿 안하려고 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무당들은 무복을 입고 12거리굿 이라는 것이 끝나면 작두를 탄다고 한다.

약간 호기심이 동해 “언제 한번 볼 수 있을까요?” 하니 “아무나 오면 안돼.”

편안하게 웃던 모습이 금방 다른 얼굴로 바뀐다.

 

문득 그리스 로마 신화의 12신과 우리 무속의 신이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들의 아버지인 제우스가 무속에선 옥황상제 격이고, 삼지창을 든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무속에선 용왕 격일 게다.

비너스는 무속의 선녀신 정도 될까? (하여튼 모르겠다^^)

 

군자봉 이곳을 지날 때면 난 가장 좋아하는 길로 내 맘속에 저장해 두었었다.

언덕 올라서서부터 펼쳐지는 초록빛 숲. 좌우로 우거진 숲과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언덕길을 따라내려 오면

마치 강원도 어디쯤 와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던 곳.

 

그곳에서 생전처음으로 굿당을 보고 지난 어린시절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이가 들며...이젠 무서운 게 없나보다. 하긴..다 사람이 하는 일인걸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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