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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싶은시

즐거운 편지 ... 황동규

by 칠면초 2023. 2. 12.

즐거운 편지

 

                                     시/황동규

 

0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자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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