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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벤트

북이벤트-부자아빠의 몰락 (창비)

by 칠면초 2009. 2. 8.

http://cafe.daum.net/liveinbook/Rst/2098

 

 

 

 

 

부자 아빠의 몰락

FALLING BEHIND: How Rising Inequality Harms the Middle Class

 



미국 코넬대학교 경제학 교수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복잡한 경제현상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 호평을 받아온 로버트 프랭크가 중산층 위기의 본질과 극복 방안을 명쾌하게 제시한 책. 일반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수학모델 대신 인간심리와 일상적 사례에 근거해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중산층의 삶에 미치는 악영향을 다각도로 짚어내며 이른바 ‘부자 아빠’의 꿈이 암울하게 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산층 위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현재 중산층 가계가 직면한 위기는 크게 두가지 축을 지닌다. 하나는 1970년대 이래 소득과 부의 양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불평등 구조의 정점에서 경제성장의 결실을 독차지한 고소득층의 소비패턴이 아래로 전이된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위기로 시작된 전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가세하여 두 원인은 더 강하게 중산층 가계를 옭죄고 있다.

그렇다면 관건은 중산층의 소비를 적정하게 유지하면서 내수를 진작하고 투자를 활성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저자가 볼 때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적정한 소비의 기준은 무엇일까? 아무리 소비를 줄여도 어떤 영역에서는 왜 턱없이 많은 지출이라는 비합리적 경제행위가 벌어지는 걸까? 저자는 소비행위에 숨어 있는 인간본성, 즉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측면을 간과한 채 경제적 이성의 주체로서 인간을 상정하는 것이 오류라고 본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소비는 정황(context)과 밀접한 관련을 갖게 되었다. 정황에 의존한 소비란 가령 이런 것이다. 여성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스 씨크릿에서는 보석이 박힌 브라를 만들어 1200만달러에 시장에 내놓았다. 사실 이 브라는 팔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제조업체가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이 브라 덕에 100달러짜리 브라를 사면서도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자신이 검소하게 사는 편이라고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불평등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이 브라의 경우와 비슷하다. 집중된 부가 엄청난 소비를 유도하며, 그 소비를 따라가려는 중산층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가령 자식을 괜찮은 공립학교에 보내고 싶은 부모는 학비만 좀더 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좋은 지역의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좋은 공립학교는 바로 그런 지역에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평등의 심화는 단지 심리적인 위축을 가져올 뿐 아니라, 실제적인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이처럼 소득분포에서 최상위층의 지출이 소득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중산층의 실제적인 소비패턴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저자는 ‘지출연쇄반응’이라고 명명한다.


  지출경쟁에 내몰리는 중산층

그렇다면 중산층이 상류층을 따라잡기 위해 주택, 승용차, 의류 등에 들이는 비용은 어떻게 충당되는가. 우선 일을 더 많이 한다. 현재 미국의 중산층은 70년대에 비해 여성은 200시간, 남성은 100시간이나 더 오래 일한다. 또한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위해 빚을 늘린 탓에 집값이 싼 교외로 이사를 가게 되고 그에 따라 통근거리가 길어진다. 결국 덜 자게 되고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마지막으로 공공써비스에 대한 개인의 투자(기부금)를 줄임으로써 중하류층 전체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이런 소비패턴을 저자는 지위적 소비(positional consumption)라고 말한다. 지위적 소비는 가령 넓은 집에 사는 것을 선호하는 성향을 말한다. 만약 60평에 살면서 1시간에 걸쳐 통근하는 경우와 30평에 살면서 10분 만에 통근하는 경우 중 전자를 택한다면 지위적 소비이고, 후자를 택한다면 비지위적 소비가 될 것이다. 여가 및 건강 가족관계 등을 고려할 때 비지위적 소비가 훨씬 행복(well-being)한 삶으로 이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실제 소비패턴은 지위적 소비 쪽으로 나아간다.

이처럼 지출연쇄반응은 주로 지위적 소비에 작용하여 개별 소비주체로 하여금 소모적인 지출경쟁에 나서도록 만든다. 군비경쟁이나 동물의 짝짓기 다툼처럼 제로썸 게임에 뛰어들어 출혈적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추락하는 삶의 질, 대안은 없는가

30년 전에 비해 실질소득이 제자리인 중산층이 출혈적 지출경쟁에 뛰어들어 어떤 댓가를 치르고 있는가? 저자는 다양한 생활조사통계를 활용해 중산층 삶의 질이 곤두박질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시간의 연장, 저축의 감소와 부채 증가, 통근시간 연장과 건강악화, 공공써비스 후퇴 등 그가 지적하는 ‘생활의 퇴보’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공공교육과 사회안정망, 도시환경을 비롯한 사회공공성에 대한 우려는 미 대선 직전까지 진행된 각종 민영화와 감세 조치와 맞물려 대안 마련이 시급함을 역설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정책 대안은 지위적 경쟁을 위한 지출의 동기를 바꾸는 것이다. 그 유력한 방식으로 소득세 중심의 현행 조세를 소비세 중심으로 개편하고 누진율을 소비액에 따라 가파르게 책정하자고 제안한다. 소비에 대한 높은 한계세율은 대부분의 소득계층에는 저축과 투자의 동기를 강화하고 부유층의 낭비를 줄이게 하여 지출연쇄반응을 위에서부터 차단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국의 감세정책은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정부는 부자들이 더 큰 집을 살 수 있도록 세금을 깎아준다고 하지만, 그 결과는 위에서 살펴본 대로, 부자들의 소비패턴을 중산층에 강요함으로써 전체적으로 행복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이런 세수 감소는 공공적인 안녕에 도움이 되는 여러 정책들, 가령 교사의 처우를 개선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안전한 생활용수를 공급하며 건강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만든다. 무엇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불평등이 심화된 나라가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더딘 성장률을 보인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 선택한 변화, 과연 우리는?

이처럼 저자의 비판과 대안에 정반대로 질주해온 미국사회는 불평등 심화, 사회복지 축소, 중산층 삶의 질 하락이라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하지만 그 끝에서 미국인들은 버락 오바마를 선택하며 변화를 더이상 미룰 수 없음을 세계에 천명했다. 이 책은 1980년대 레이건 정부와 2000년대 부시 정부의 공급중시 경제정책의 하나인 감세의 혜택이 주로 부유층에 돌아가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한국의 이명박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시 정부가 단행한 감세조치로 최상위 1% 가구는 중간소득계층 가구의 40배에 가까운 평균 4만 990달러의 혜택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 정부를 그대로 벤치마킹한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은 성장과 고용의 증대를 보장하지 못하는 반면 재정수입의 축소만 초래해 중·저소득층의 복지혜택 축소와 사회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뿐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저자 로버트 프랭크 Robert H. Frank

미국 코넬대학교 존슨경영대학원 교수. 『뉴욕타임스』에 고정칼럼 ‘경제의 현장’(Economic Scene)을 연재하며 날카로운 분석력과 유려한 필치로 전세계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저서로 미 연준의장인 벤 버냉키와 공저한 경제학 교과서 『경제학』(Principle of Economics) 『이코노믹 씽킹』(Economic Naturalist) 『승자독식사회』(The Winner-Take-All Society) 등이 있다.


저자의 『뉴욕타임스』 최근 기고문

January 4, 2009: "Should Congress Put a Cap on Executive Pay?"

http://www.robert-h-frank.com/PDFs/EV.01.04.09.pdf


December 7, 2008: "Why Wait To Repeal Tax Cuts for the Rich?"

http://www.robert-h-frank.com/PDFs/EV.12.07.08.pdf


November 16, 2008: "When It Really Counts, Qualifications Trump Race"

http://www.robert-h-frank.com/PDFs/EV.11.16.08.pdf


November 9, 2008: "Just What This Downturn Needs: A Consumption Tax"

http://www.robert-h-frank.com/PDFs/EV.11.09.08.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