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두고도 몰라본 세계적인 문화유산 ― 서울!
서울―한국 문화를 들여다보는 창
서울에 사는 사람은 많아도 서울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서울을 찾는 사람은 많아도 서울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서울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외국에서 친구가 왔을 때, 서울을 함께 둘러보며 이것이 한국 문화의 진수라고 설명할 책이 없다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러다보니 서울을 겉핥기로 둘러보고 간 외국인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 문화를 중국과 일본 사이의 어디쯤에 위치한 어정쩡한 문화로 오해하기 일쑤다.
서울의 전통 및 종교 유적을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과 연관 지어 해설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들을 기획하고 쓴 최준식 교수(이화여대 한국학과)의 의도다. ‘아 이것이 한국 문화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 큰 틀을 잡아주면서도 재미있게 서술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 책을 통해 외국인은 한국 문화의 독자성을 이해하게 될 것이고, 한국인은 이렇게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모르고 있었다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주인공의 눈으로 보고 느끼기
경복궁을 간다고 치자. 저자는 관람객의 입장을 떠나 왕의 눈으로 보고, 왕의 마음으로 느끼자고 제안한다. 이 궁의 주인공은 조선시대의 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야 경복궁을 이곳에 지은 풍수지리가 눈에 들어올 것이며, 곳곳에 자리 잡은 건물들과 그곳에서 벌어졌던 역사적인 사건들이 제 의미를 찾을 것이다.
예로 경복궁 수정전은 한글을 탄생시킨 곳이다. 한글은 한국인을 한국인답게 만드는 정체성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그런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이런 사태가 저자는 너무나 안타까운 것이다. 한글 철자는 바보가 아니라면 한두 시간이면 배운다고 한다. 수정전 앞에서 외국 친구의 이름을 한글 철자로 가르쳐주고, 그 이름을 도장이나 기념물에 새겨 간직하게 한다면 이야말로 문화 사절이 아니겠는가! 북촌을 들를 때는 조선 시대 사대부가 되고, 국사당에 가서는 무당이 되어보자는 것이다. 창덕궁은 어떠한가. 창덕궁의 후원인 비원을 거닐 때는 왕비가 되어 거닐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해외여행 대신 서울 답사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경제가 어렵다. 환율은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해외여행은 꿈꾸기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그런데 어렵다고 정신마저 주저앉으면 진짜 어려워질 수 있다. 다행히 서울에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많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창덕궁이 있고 종묘도 있다. 그 외에도 알고 보면 기막힌 유산들이 널려 있다. 이럴 때 우리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것은 어떨까? 이보다 어려운 일도 이겨낸 한국인이 아니던가.
가족이 함께 나서면 어떨까. 아빠는 길잡이가 되고 엄마는 가이드가 되어 우리 문화의 특색과 저력을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고 함께 걸어 다니면, 해외여행 못지않은 알찬 문화 답사가 되지 않겠는가?
저자는 이 책 출간을 기념하여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경복궁과 북촌답사를 준비하고 있다. 자세한 것은 인터넷 서점을 참조하면 된다. (끝)
■저자 소개
최준식
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수 미국 템플대학교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국제한국학회장, 한국죽음학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문화와 한국인』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 『한국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 『한국인에게 문화가 없다고?』 『한국미, 그 자유분방함의 미학』 『한국인은 왜 틀을 거부하는가?』 『종교를 넘어선 종교』 『그릇, 음식 그리고 술에 담긴 우리 문화』 『죽음, 또 하나의 세계』 『한국인을 춤추게 하라』 『세계가 높이 산 한국의 문기』 등이 있다.
■목차
길을 나서며- 서울이 품은 이야기 속으로
첫 길- 서울에 깃든 한국 문화, 한국인의 삶
1. 바람을 다스리고 물을 거느린 땅
서울은 살아 있다
바람과 물의 조화
서울을 감싸고 있는 산들
그리운 한강의 옛 모습
청계천의 역할은?
2. 남산 위에서 서울을 굽어보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서울을 지키는 청룡・백호・주작・현무
일제가 세운 조선 신궁
두 번째 길- 조선의 심장을 찾아서
1. 왕의 하루를 따라 왕실 문화를 읽다 ― 경복궁
경복궁과 자금성의 배포
조선 최고의 건축물을 감상하는 법
세계 기록 유산의 탄생
왕의 하루
왕의 여흥
한글의 탄생 ― 수정전修政殿
경복궁을 뒤흔든 격동의 근대사
경복궁을 나서며
2. 조선의 관리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 북촌
세월 속의 북촌
한옥의 참맛은?
세상으로 향하는 골목길 ― 북촌의 상징
3. 자연의 품에 안긴 궁궐 ― 창덕궁
파격적인 디자인, 인간적인 배치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
굽이굽이 길 따라 펼쳐진 궁궐
가장 아름다운 정원, 비원
오솔길 걸어 창덕궁을 나서며
세 번째 길- 한국인의 마음을 빚은 종교 유적
1. 한국인을 춤추게 하는 영혼의 가락 ― 국사당
초라한 국립 사당을 찾아서
춤판, 노래판, 한 판 굿판
한국에게 무교란 무엇인가?
국사당을 넘어, 삶 속의 무교
2. 왕들의 혼이 머무는 곳 ― 종묘
하늘의 정기에 이르는 자리
거친 돌길에 숨은 뜻
인간을 압도하는 장엄한 건축
종묘 제례, 그리고 제례악
3. 조선 최고의 싱크탱크 — 성균관
조선 시대에 관리가 되려면?
진정한 교육이란
학문을 완성한 스승에게 드리는 의례
조선 대학생들의 하루 일과
군자의 길은 책에만 있지 않으니
4. 한국 불교의 본산 — 조계사
조계종을 알면 한국 불교가 보인다
속세와 가까이 있는 부처
조계사 뜰에서 석가탑을 생각하다
욕망의 몸을 풀어 정신을 세우다
33개의 하늘, 33번의 종소리
승려는 어떤 사람일까?
네 번째 길- 옛 것과 새 것의 교차로
1. 전통과 현대의 사이길 — 인사동
북촌 양반의 몰락으로 시작된 골동품 거리
차, 붓, 책, 옷, 그림. 도자기, 떡
인사동을 즐기는 방법
2. 젊음은 잔잔할 수 없다 ― 홍대 앞
젊은 예술가들의 둥지
길 위의 그림, 길 위의 음악
홍대 앞다운 공간들
낮과 밤의 두 얼굴
길 끝에서- 다 이르지 못한 길
■본문 발췌
143쪽
서울에는 조선시대의 궁궐이 5개가 남아 있는데, 그 가운데 유일하게 이 창덕궁만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 다른 4개의 궁궐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너무 많이 파괴되어 등재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창덕궁은 궁궐의 원형이 나름대로 잘 보존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조선의 왕실 정원이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점수를 많이 받았다. 왕실 정원은 경복궁에 있는 것을 보면서 잠깐 언급했는데, 창덕궁의 것은 한반도 전체에서 유일하면서 최고의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창덕궁은 궁궐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산세에 맞추어 자연 지형을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놔두고 건물을 그 안에 얹혀서 자연과 인위적인 건물이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창덕궁은 이런 조선 특유의 미감이 발휘되어 우리식 궁궐 건축으로 지어졌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 궁이 한국적인 감각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인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떤 프랑스 건축가는 한국에 오면 반드시 창덕궁에 간다고 했다. 한국을 느끼고 싶어서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그는 한국인들도 자신이 한국인임을 잊지 않으려면 일 년에 서너 번씩 꼭 창덕궁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70쪽
우리는 경복궁을 청나라의 정궁이었던 자금성과 비교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많은 중국 관광객이 경복궁을 방문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노상 벌어진다. 이때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은 ‘경복궁은 자금성의 행랑채에 불과하다!’와 같은 발언이다. 쉽게 말해 규모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그런데 나라의 면적에 궁궐 크기를 대비하면 외려 조선이 더 큰 궁궐을 가진 셈이다. 중국은 조선보다 수십 배나 큰 나라인데 조선 궁궐은 그 크기가 중국의 반이나 되니 그렇다는 것이다. 비교 대상을 바꾸어서 창덕궁 영역과 자금성을 비교하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창덕궁 자체도 작지 않은 궁궐이지만 옆에 있는 창경궁과 앞에 있는 종묘까지 합하면 ―여기다 성균관(문묘)까지 합할 수 있다― 이 영역의 넓이는 분명 자금성을 능가할 것이다. 그러면 중국인과 한국인 가운데 누가 ‘배포’가 더 큰지 헛갈리게 된다. 이렇듯 사람의 일은 비교해서 보아야지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면 잘못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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