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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채굴장으로 (시공사) 15

by 칠면초 2009. 4. 7.

 

 

 

 

 

 

이노우에 아레노의 소설을 읽으면 이노우에 아레노 병에 걸린다


- 에쿠니 가오리

 

 

탄탄한 구성, 프로의 문체, 어른의 소설

심사 위원 만장일치! 2008년 제139회 나오키상 수상작


문장이라는 피로 문학의 몸을 다시 숨쉬게 만들었다. 질투가 날 정도다.

_하야시 마리코(나오키상 심사위원)


2008년 제139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이노우에 아레노는 국내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다. 경력에 비해 발표된 작품 수가 많지 않기도 하거니와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작품도 단편집 《어쩔 수 없는 물》과 《일곱 빛깔 사랑》에 실린 단편 <돌아올 수 없는 고양이>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그녀의 작품을 접해본 사람들은 이번 수상 소식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와다 료의 《노보우의 성》, 야마모토 겐이치의 《천냥 신부》와 함께 결선까지 진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자로 선정된 그녀의 작품에 대한 심사위원단의 평가는 “인물의 장점이 잘 드러나 있고 탄탄한 문장력과 치밀한 구성으로 ‘문학의 기본’이 모두 갖춰져 있다.”는 것. 어찌 보면 진부하리만큼 기본적인, 이러한 소설의 조건들을 그녀만큼 충실히 지켜낸 작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이노우에 아레노의 독자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노우에 아레노는 1989년 에쿠니 가오리와 제1회 페미나상을 공동 수상하며 등단한 경력 20년차 중견 작가이다. 하지만 20년 지기 친구인 이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사뭇 다르다. 에쿠니 가오리가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서의 길을 올곧이 걸어온 반면, 이노우에 아레노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소설을 쓰지 못했다. 결혼 생활과, ‘아버지라면 이런 소설은 쓰지 않을 텐데’ 하는 고민으로 거의 10년 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고 한다(그녀의 아버지는 전후 좌익 문학의 기수라고 불리는 소설가 이노우에 미쓰하루로, 젊은 시절 아레노는 아버지의 글을 옮겨 적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작가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응축되어 온, 작가로서의 자존심과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그녀가 다시 펜을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이노우에 아레노는 2003년 《준이치》로 제11회 시마세 연애 문학상을 수상, 2004년과 2005년 《다리야 산장》과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아내》로 연이어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후보에 오르는 등 빠른 속도로 일본 문단에서 그 저력을 인정받아 나갔다. 그리고 2007년 《베이컨》으로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고, 다음해인 2008년 《채굴장으로》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다. 《채굴장으로》는 근래의 화제작들과는 사뭇 성격을 달리하는 정통 연애 소설로, ‘아버지라면 이런 치밀한 연애 소설은 못 쓰겠지!’ 하고 야심만만하게 쓴 작품이 아버지도 생전에 받아본 적 없는 나오키상을 거머쥐게 한 것이다. 작품의 배경이 된 곳도 아버지의 고향 섬이라고 하니 이노우에 아레노 자신에게는 물론 일본 문학계에게도 여러 모로 기념비적인 작품임에 틀림없다.

조미료를 넣지 않은 음식처럼, 말초적인 자극에 길든 감각을 정화시켜주는

안타깝도록 섬세한 연애 소설.


《채굴장으로》는 지도 남쪽에 있는 외딴섬을 무대로 한 연애 소설이다. 그것도 남편이 있으면서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유부녀가 주인공인 연애 소설. 이쯤 되면 어느 정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통속적인 사건이 있을 법한데 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보다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다른 남자에게 자꾸 시선이 가고 마음이 끌리는 것을 한없이 억제하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소설의 주를 이룬다. 물론 이렇게 소극적인 주인공과는 대조적으로 유부남과 연애하는 걸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는 동료 교사 쓰키에도 있고, 아흔이 넘은 나이에 음몽(淫夢)을 꾸며 신음하는 시즈카 할머니도 있긴 하지만, 그녀들의 이야기조차 선정적이라기보다는 애틋하고 어딘지 마음을 울리는 구석이 있다. 


책의 제목에 쓰인 ‘채굴장(切羽)’은 본래 갱도의 맨 끝을 가리키는 말로, 그 이상 앞으로는 나아갈 수 없는 장소를 뜻한다. 그러니 ‘채굴장으로’라는 제목을 액면 그대로만 해석하자면 뭔가 ‘막장’으로 치닫는 드라마를 예고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일본어 切羽에는 (한 자씩 풀어보면) ‘날개를 자르다’라는 의미 또한 담겨 있다. 다시 말해, 어쩔 수 없는 사랑의 끌림과 그것을 접는 마음의 애절함을 동시에 담고 있는 제목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지에서 이 작품이 출간되었을 때, 자극적인 소재를 내세우지 않고 연애 소설의 백미를 보여준다는 평가와 함께 가장 많이 이야기되었던 것이 담담한 작품 분위기와는 별개로 ‘에로틱하고 관능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사랑은, 그 사랑의 행위가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것 그 자체로 충분히 관능적이다.” 라고 답한 바 있는데, 이것이 제목이 시사하는 바를 가장 잘 대변해 주고 있다고 하겠다. 

결말이 그 사랑의 치열함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비난하는 사랑에 몸을 던지던 혼자 가슴에 담아두던, 사랑의 그 절절한 마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결말이 어떻게 되던 간에 그 순간만은 언제나 절박한 채굴장에 선 마음, 그것이 이노우에 아레노가 말하는 모든 사랑의 현장이고, 그것을 최대한 치밀하고 섬세하게 그려내고자 했던 노력이 비로소 결실을 맺은 작품이 바로 이 《채굴장으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노우에 아레노의 소설을 읽으면 이노우에 아레노 병에 걸린다.

_에쿠니 가오리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에게는 《채굴장으로》 속 사랑 이야기가 조미료 안 들어간 음식처럼 밍밍하고 싱거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답답하리만치 은근하고 애가 닳도록 애틋한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누군가를 좋아할 때의 그 가슴 저림이 저 먼 곳으로부터 되돌아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책을 덮은 후에도 줄곧 멍해지는 감각, 주인공들의 감정에 공명하여 가슴에 꾹꾹 묻어 두었던 추억들을 떠올리게 되는 열병, 그것이 바로 에쿠니 가오리가 말하는 ‘이노우에 아레노 병’이 아닐까. 파격적인 소재나 숨 가쁘게 뒤를 쫒게 만드는 파국의 결말 없이도 독자로 하여금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묘한 사랑 이야기, 그녀의 소설에는 분명, 동료 작가 에쿠니 가오리가 평한 대로 ‘이끌리고 취해버리는 매혹적인’ 맛이 있다.



■ 작품 줄거리

지도 남쪽에 자리한 외딴섬. 아무렇게나 심어 놓은 크로커스가 무성하게 핀 자그마한 언덕 꼭대기에, 섬의 하나뿐인 초등학교의 양호 선생님 세이와 화가인 남편 요스케의 보금자리가 있다. 같은 섬 출신이긴 하지만 서로 연락이 닿지 않은 채 각자 도쿄에 정착했다 세이 아버지의 죽음이 인연이 되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바람이 잠든 바다처럼 고요하긴 하지만 사소한 행복으로 가득한 일상에 때로는 감탄하고 때로는 지루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던 어느 날, 신학기를 맞아 도쿄에서 젊은 음악 선생 이사와가 부임해 오면서 세이의 잔잔한 일상에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자기도 모르게 머무는 시선, 그 남자에게 섬 말이 아닌 도쿄 말을 쓴 것이 두고두고 신경이 쓰이는 마음…… 옆에 있는 남편이 여전히 그리운데, 파아란 하늘에 그의 모습만 하얗게 도려내지는 순간.



■ 지은이

이노우에 아레노(井上荒野, 1961~ )

1961년 도쿄에서 소설가 이노우에 미츠하루(井上光晴)의 장녀로 태어났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89년에 《나의 누레예프》로 제1회 페미나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결혼 생활 등으로 잠시 펜을 놓았지만,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2003년 《준이치》로 제11회 시마세 연애 문학상을 수상, 2004년과 2005년에 《다리야 산장》과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아내》로 연이어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후보에 오르는 등 일본 내에서 확실히 그 저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7년 《베이컨》으로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고, 2008년 《채굴장으로》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노우에 아레노의 다른 작품들로는 《어쩔 수 없는 물》, 《글라디올러스의 귀》, 《이제 끊을 거야》, 《심한 느낌, 아버지 이노우에 미츠하루》, 《미지근한 사랑》, 《숲 속의 엄마》 등이 있다.



■ 옮긴이

권남희

1966년생.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지은 책으로《동경신혼일기》, 《번역은 내 운명》(공저)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러브레터》 《무라카미 라디오》 《빵가게 재습격》 《밤의 피크닉》 《퍼레이드》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바다에서 기다리다》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미나의 행진》 《우연한 축복》 《멋진 하루》 《젖과 알》 외 다수가 있다.

■ 추천의 글


풍경화와도 같은 작은 섬에서 일어난 잔잔하고 아름다운 마음의 선율.

읽는 내내 숙련된 쇼콜라티에가 정성스레 만든 수제 초콜릿을 맛보는 기분이다.

너무 달지 않은, 사르르 녹아내리는, 적당히 부드러운 긴장, 그 정성,

그 고마움. 만약 인물들의 감정을 조금만 더 드러내려 했다면,

그녀의 소설을 읽는 감미로운 즐거움은 이내 깨어져 버렸을 것이다.

행동하지 않는 사랑, 그 사랑의 무료함을 넘어서는 용기 있는 선택.

그녀의 울림은 진정으로 아름다웠다.

_가수 박기영



이노우에 아레노의 소설을 읽으면 이노우에 아레노 병에 걸린다.

_에쿠니 가오리



문장이라는 피로 문학의 몸을 다시 숨쉬게 만들었다. 질투가 날 정도다.

_하야시 마리코(나오키상 심사위원)



인간 묘사, 특히 마음의 표리와 미세한 움직임을 잡는 표현력이 뛰어나서 더 이상 트집 잡을 데가 없는 수상작이라고 생각했다.

_히라이와 유미에(나오키상 심사위원)



최종 후보작 가운데 가장 인간을 깊이 응시하고 있고, 설득력이 있었다.

_와타나베 준이치(나오키상 심사위원)



체호프의 벚꽃 동산이 여기서는 예전에 탄광이었던 섬이다. 주인공 ‘나’를 비롯하여 등장인물의 마음과 몸이 동요하는 아슬아슬함이 인간 존재의 절박함을 반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문장이 가진 관능의 힘을 교묘하게 구사하는 점에서 이 작가가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_이츠키 히로유키(나오키상 심사위원)



감정의 흔들림과 그것을 억제하는 부분에 행위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짙은 관능성이 있다. 이것이 굉장히 소설적인 부분으로, 작가의 문장력은 그것을 완성의 영역에까지 도달시켰다.

_기타가타 겐조(나오키상 심사위원)


 

 

작가 소개


이노우에 아레노의 소설을 읽으면 이노우에 아레노 병에 걸린다.

- 에쿠니 가오리


문장이라는 피로 문학의 몸을 다시 숨쉬게 만들었다. 질투가 날 정도다.

- 하야시 마리코(나오키상 심사위원)


2008년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139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이노우에 아레노는 아직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다. 작품 수가 많지 않기도 하거니와 번역 소개된 작품도 단편집 <어쩔 수 없는 물> 한 권뿐이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을 읽은 사람들은 모두 ‘이노우에 아레노’ 병에 걸리고 만다. 요즘의 자극적인 소설들과는 달리 일견 밋밋해 보이는 그녀의 소설에는, 분명 동료 작가 에쿠니 가오리(두 사람은 1989년 제1회 페미나상을 공동 수상한 데뷔 동기이자 20년 지기 친구이기도 하다)가 평한 대로 ‘이끌리고 취해버리는 매혹적인’ 맛이 있다. 아버지인 소설가 이노우에 미츠하루의 그늘(아버지를 능가하는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자괴감)과 결혼 생활 등으로 오랜 기간 집필을 중단했지만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2003년 『준이치』로 제11회 시마세 연애 문학상을 수상, 2004년과 2005년에 『다리야 산장』과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아내』로 연이어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후보에 오르는 등 일본 내에서 확실히 그 저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7년 『베이컨』으로 나오키상에 후보에 올랐고, 2008년 『채굴장으로』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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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예쁜글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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