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몰랐지만 백성들은 알고 있었던 이야기!
역사책 밖에서 만난 진짜 조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내용 소개
승자의 기록 너머에 있는 민초들의 시선으로 조선 시대를 살펴본다!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추노>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사극이 보여 주었던 임금 및 궁정 중심의 조선사에서 벗어나 민초들의 삶을 중심으로 조선 시대를 조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존의 사극이었다면 엑스트라로나 등장했을 노비들이 주인공이 되었고, 그들이 보여 준 민초들의 리얼한 삶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시청자들은 임금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보이지 않았지만 민초들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존재하는 또 다른 진실에 열광했다.
그런데 이는 사극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실제 역사 너머에도 또 다른 진실이 존재한다. 우리가 조선 시대의 정사(正史)로 믿어 의심치 않는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자. 물론 『조선왕조실록』은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지만, 그 기록이 오로지 역사적 진실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조선왕조실록』은 주로 궁정을 중심으로 한 사건들이 기록되어 있으며, 당쟁과 관련된 기록은 꾸민 데가 많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조선왕조실록』은 단지 ‘승자의 기록’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조선유사』는 바로 그 점에 착안하여 집필된 책이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기록물을 참조하여 정사와 야사의 틀에 갇히지 않은, 임금과 민초의 시선이 모두 담겨 있는 진짜 조선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조선 백성들의 구수한 입 냄새까지 담겨 있는 진짜 조선의 이야기!
『조선유사』는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서술한 『삼국유사』의 형식으로 조선 시대의 역사를 살펴본다. 여러 문헌과 개인 민담 및 전설 등을 두루 확인해 본 이야기들에는 역사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조선 백성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또한 조선 시대의 일화 중 가장 흥미진진하면서도 그 시대의 문화가 잘 드러나 있는 이야기들만 골라 담았기 때문에 딱딱한 역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 들어 있는 이야기를 하나만 살펴보자. 우리는 흔히 ‘암행어사’하면 ‘박문수’를 떠올리지만 그 생각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가 아는 대로 박문수가 당대의 대표적인 암행어사였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는 엄정하고 공평한 일처리로 백성들의 한을 풀어 주었고, 영조 임금 앞에서도 바른말을 잘하는 등 강직한 성품으로 유명했다. 이런 이유로 백성들은 박문수에게 크나큰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박문수에 대한 백성들의 존경심은 박문수에 대한 일화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다른 암행어사들에 관한 설화까지 박문수의 활약상으로 흡수해 버리는 결과를 만들었다. 암행어사의 활약상이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박문수의 일화인 것처럼 굳어진 것이다. 우리가 암행어사라는 말을 들을 때 박문수를 떠올리는 이유는 백성들의 존경심이 만들어 낸 박문수에 대한 환상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왔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설명은 우리의 가지고 있었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 주는 동시에 백성들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설명할 수 있는 역사적 맥락과 사건이 있음을 알게 해 준다.
문화와 역사를 아우르는 새로운 역사 교양서!
이 책의 저자인 박영수는 역사와 문화, 풍속, 인물을 연구하는 동시에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역사문화 연구가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역사문화 연구가답게 역사와 문화를 동시에 살펴보는 그의 통찰력이 『조선유사』 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특히 이야기 속의 중요한 주제어를 선정해 서술하고 있는 ‘문화 이야기’는 조선 시대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겨진 문화적 풍속이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실제로 현재 우리의 문화가 대부분 조선 시대에 형성된 것들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역사와 문화를 함께 포괄하는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저자의 놀라운 통찰력에 감탄하게 된다. 이를 통해 독자들 또한 단순한 역사적 관점이 아닌, 문화인류학적 관점을 포괄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된다.
▶ 작가 소개
박영수
테마역사문화연구원 원장. 동․서양의 역사, 문화, 풍속, 인물을 연구하고 있으며 국내 최초 지식정보사이트 만물유래사전(originbox.co.kr)을 운영하면서 다음과 같은 책을 썼다.
『비즈니스를 위한 역사상식』『청소년을 위한 고려유사』『우리말 뉘앙스 사전-유래를 알면 헷갈리지 않는』 『암호 이야기-역사 속에 숨겨진 코드』『유물 속의 동물 상징 이야기』『영단어, 너 어디서 왔니?』『영어 관습 사전』『영어 표현 사전』『신화로 보는 세상』
▶ 이 책의 차례
제1장 조선 전기
▶이성계, 말재주로 놀라게 하고 화살로 끝내다
[문화 이야기] 일본에 전해진 최초의 한류(韓流), 마상재
▶ 조운흘의 신선 장난과 홍장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문화 이야기]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는 말의 유래
▶ 기생 설중매의 절묘한 풍자
[문화 이야기] 기생의 유래
▶ 정도전의 이름과 아호 뜻이 왜곡된 연유
[문화 이야기] 천자(天子)가 남면하여 앉은 까닭
▶ 함흥차사와 살꽂이 다리
[문화 이야기] 최후의 승리자, 하륜
▶ 사라진 진주의 범인은 거위
[문화 이야기] 주막의 역사와 목로주점 및 선술집의 어원
▶ 세종대왕의 금지옥엽이 굶어 죽을 운명이라니
[문화 이야기] ‘忍(참을 인)자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는 말의 유래
▶ 맹사성과 젊은이의 공당 문답
[문화 이야기] 인침연에 얽힌 사연
▶ 명재상 황희는 청백리가 아니었다!
[문화 이야기] ‘청백리’란 말은 언제 생겼을까
▶ 세 번 물었을 때 세상에 나온 성삼문
[문화 이야기] 사육신은 왜 죽음을 택했을까
▶ 신 정승, 구 정승 세조의 말장난 벌주
[문화 이야기] 숙주나물의 어원에 대한 고찰
▶ 이징옥이 멧돼지를 산 채로 잡아 온 비법
[문화 이야기] ‘영문을 모르다’라는 말의 유래
▶ 꿈꾸며 살다 간 늙은이, 매월당 김시습
[문화 이야기]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
▶ 남이 장군, 억울한 죽음의 미스터리
[문화 이야기] 무속 신앙에 장군이 많은 까닭
▶ 멋지고 지혜롭게 술을 즐긴 선비 손순효
[문화 이야기]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땐 왜 목욕재계를 했을까
▶ 찢어진 소매를 꿰매지 않은 까닭
[문화 이야기] 두루마기의 유래
▶ 돼지정승 장순손과 검은 고양이
[문화 이야기] 고사에는 왜 돼지머리를 올릴까
▶ ‘함구령’이란 말을 유행시킨 연산군
[문화 이야기] 채홍사와 흥청망청의 어원
▶ 주세붕이 백운동 서원을 세운 까닭
[문화 이야기] 삼계탕 유래 - 닭고기와 인삼을 같이 삶는 까닭
제2장 조선 중기
▶ 완벽한 도덕주의자 조광조
[문화 이야기] 반정 때 말 머리 방향을 보고 안심한 중종
▶ 퇴계 이황의 남모를 눈물
[문화 이야기] 제사상에 모시는 ‘신주’란 무엇인가
▶ 재치 넘치는 지혜의 달인, 이항복
[문화 이야기] 수결에 一心(일심)이 많은 까닭
▶ 이덕형이 첩을 버린 이유
[문화 이야기] 첩 혹은 소실의 유래
▶ 우복룡과 닭 한 마리의 지혜
[문화 이야기] 고을 관아를 왜 ‘동헌’이라 부를까
▶ 홍순언의 기이하고도 특별한 인연
[문화 이야기] 역관 중에 부자가 많은 이유
▶ 최경창과 홍랑의 순애보 사랑
[문화 이야기] ‘순애보’의 어원과 의미
▶ 음식상을 두 번이나 물리친 이지함
[문화 이야기] 이지함이 정말 『토정비결』을 썼을까
▶ 기생 매창과 남녀 간의 깊은 우정을 나눈 허균
[문화 이야기] 허균이 『홍길동전』을 쓴 까닭
▶ 말 그림을 주며 남긴 수수께끼
[문화 이야기] 사랑방에 대하여
▶ 주술로 복수한 유인숙의 계집종
[문화 이야기] 사주팔자와 팔자란 무엇인가
▶ 죽어서야 영웅이 된 임경업 장군
[문화 이야기] 칼과 검의 차이, 그리고 임경업의 검
▶ 침착하고 담력 강한 이완
[문화 이야기] 효종이 북벌의 상징으로 생각한 명마, 벌대총
▶ 장희빈, 사랑에 웃고 권력에 울다
[문화 이야기] 비(妃)와 빈(嬪)의 차이
▶ 기생의 다리 들기 해 보셨습니까
[문화 이야기] 유기와 ‘안성맞춤’의 어원에 대한 오해
▶ 민정중, 부서진 다리를 다시 고친 까닭
[문화 이야기] 국왕 묘호는 왜 ‘조’와 ‘종’으로 구분될까
▶ 안용복은 어떻게 무인 독도를 지켰을까
[문화 이야기] 독도의 어원
▶ 아전에게 속고 하인에게 감동한 조태채
[문화 이야기] 사약의 성분은 무엇일까
▶ 김우항, 기생 홍도에게 은혜 입다
[문화 이야기] 잔치와 모꼬지의 어원
제3장 조선 후기
▶ 영조가 방석에 앉기를 꺼려한 연유
[문화 이야기] 방석, 꽃방석, 돈방석, 바늘방석의 어원
▶ 왜 ‘암행어사’하면 ‘박문수’일까
[문화 이야기] 암행어사가 이용한 마패의 말은 몇 마리일까
▶ 정홍순 집에 사위가 발길 끊은 사연
[문화 이야기] 국보 1호 남대문
▶ 사도 세자, 뒤주에 갇혀 죽고 궤로 위로받다
[문화 이야기] 사화에 대한 핵심적 고찰 그리고 오해
▶ 배 위에 올라간 독사를 어찌할까나
[문화 이야기] 담배의 유래, 그리고 맞담배 금기 관념의 근원
▶ 박지원의 기막힌 술 낚시
[문화 이야기] 막걸리와 동동주 그리고 모주 어원
▶ 공짜 재산과 아들 출세를 맞바꾼 정승 부인
[문화 이야기] 마제은 혹은 말굽은에 대하여
▶ 홍국영이 내기 바둑에 당한 사연
[문화 이야기] 바둑 고수를 ‘국수’라 부르는 이유
▶ 정약용에게 행운을 안겨 준 이별시
[문화 이야기] 수작 문화와 ‘참작’의 어원
▶ 도둑을 개과천선시킨 홍기섭
[문화 이야기] 엽전, 푼돈, 무일푼, 개평의 어원
▶ 방랑 시인 김삿갓은 왜 유명할까
[문화 이야기] 백일장의 유래
▶ 명필로 이름 떨쳤으나 운명은 기구했던 추사 김정희
[문화 이야기] 입춘에 ‘입춘대길’이라고 쓰는 이유
▶ 책 속으로
경상도 상주에서 태어난 장순손(張順孫, 1457-1534)은 콧구멍이 심하게 위로 들린 얼굴이 돼지머리를 닮아 일찍이 ‘저두(猪頭)’라는 별명을 얻었다.
“어이, 장저두!”
“저두가 무슨 뜻인감?”
“돼지 저[猪], 머리 두[頭]!”
생김은 못났어도 장순손은 좀 늦은 나이인 스물여덟 살(1485) 때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을 시작했고 순조롭게 승진하였다. ‘인생이 순(順)하고 손(孫)을 잘 이으라’는 이름 그대로의 삶이었다. 하지만 1504년(연산군 10) 후원에서 열리는 궁궐 활쏘기 대회[後苑觀射]에 토를 다는 바람에 연산군의 미움을 받아 고향 상주로 부처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너 보는 재미에 내가 사는구나.”
이때 장순손은 그곳에서 산홍이라는 이름의 기생을 사랑하였으나 그마저 오래가지 못했다. 얼마 뒤 산홍이 채홍사에게 발탁되어 궁궐로 가서 연산군을 모셨기 때문이다.
연산군은 여러 기생들 중에서도 산홍을 특히 예뻐하였다. 미모가 뛰어난 데다 교태가 있었던 까닭이다.
그러던 1506년의 어느 날이었다. 종묘에 친제를 올리는 날 연산군이 손수 돼지머리•를 제물로 제사상에 고이고 있을 때 옆에서 시중들던 기생 산홍이 ‘후훗’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몹시 비위가 거슬린 연산군은 노기를 띤 채 산홍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이년 어찌 웃느냐?”
당황한 산홍은 황급히 몸을 낮추며 대답했다.
“제가 웃은 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사옵니다.”
“그 사연이 뭐란 말이냐?”
“제가 상주에 있을 때 장순손이란 사람을 보았는데 그 얼굴 생김새가 돼지를 닮아 별명이 ‘돼지머리’였습니다. 지금 돼지머리를 보니 그 생각이 나서 웃었사옵니다. 용서하여 주소서.”
“장저두를 말하는 게로구나. 그놈이라면 그럴 만도 하지. 그 자가 돼지를 닮은 게 아니라 돼지가 그 자를 닮은 것이니까.”
연산군은 처음에는 산홍의 변명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연산군은 이내 얼굴을 찡그리더니 산홍에게 화를 내었다.
“가만 생각하니 네 년이 그놈 얼굴을 어찌 자세히 아느냐?”
산홍이 대답을 얼버무리자 연산군은 치밀어 오르는 질투심에 큰소리로 말했다.
“네 이년! 그놈이 네 서방이었던 모양이로구나. 당장 그놈을 멀리 귀양 보내야겠다. 아니다. 그 놈 면상을 다시 한 번 봐야겠다. 여봐라!”
연산군은 즉시 의금부에 호령하여 장순손을 즉각 잡아 오라 했다. 하여 도사(都事: 의금부․중추부 따위에 속하여 벼슬아치의 감찰 및 규탄을 맡은 종오품 벼슬) 일행이 장순손을 잡으러 길을 떠났다. 이튿날 연산군은 분이 안 풀렸는지 따로 나졸을 보내면서 이렇게 호통쳤다.
“압송되어 오는 장순손을 만나거든 그 자리에서 처형하고 목만 베어 오라!”
“예이!”
장순손으로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벼슬에서 쫓겨나 애인을 뺏기고 이제 목숨마저 내놓아야 하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상주에 먼저 도착한 도사 일행은 장순손을 포박하여 압송하였다. 장순손은 별수 없이 끌려갔고 문경새재를 넘어야 했다. 문경새재를 넘기 전 함창에 이르니 두 갈래 길이 나왔다. 비교적 편한 큰 길과 좁은 지름길이었다. 도사가 장순손에게 물었다.
“어느 길로 가고 싶으시오?”
장순손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좀 늦더라도 편한 길로 갈까? 불편하더라도 빠른 길로 갈까?’
장순손이 이런 생각을 할 때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사잇길을 가로질러 지나갔다. 그걸 본 장순손이 도사에게 말했다.
“지난날 내가 가는 길을 검은 고양이가 가로지르더니 과거에 급제를 합디다. 지금 고양이가 저쪽 길을 가로질러가니 나를 그쪽으로 데려가 주시오. 그쪽 길이 비록 좁기는 하나 지름길이어서 빠를 것이외다.”
장순손은 과거 시험에 여러 차례 낙방했었고 실제 그런 일을 겪은 뒤 과거에 합격하였기에 그리 말했던 것이다.
“그럽시다.”
어려운 부탁이 아닌지라 도사는 쉽게 승낙하였다. 일행은 좁은 길로 접어들어 문경새재를 향해 계속 갔다. 그런데 사소해 보인 이 선택이 장순손의 목숨을 살렸다. 특명을 받고 장순손을 죽이러 온 나졸들이 큰길로 지나갔기 때문이다.
장순손의 행운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장순손 일행이 문경에 이르렀을 때 반정(反正)이 일어나 연산군을 내쫓고 새 임금 중종이 등극했으며, 억울한 사람을 모두 석방한다는 사면령이 전해졌다. 장순손은 참으로 아슬아슬하게 죽음을 모면한 것이다.
[문화 이야기] 고사에는 왜 돼지머리를 올릴까
우리나라에서는 고사(告祀) 지낼 때 흔히 돼지머리를 상에 올린다. ‘고사’는 간단히 상을 차려 소원을 비는 의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본래 ‘고사’는 가족에게 닥칠지도 모를 재앙을 막고 평화와 행운을 가져다 달라고 비는 가정적인 신앙 형태의 하나였다. 그러나 점차 새로 일을 시작할 때도 고사를 지내며 무사고를 기원하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건축 공사나 큰일을 시작하기 전에 고사를 지내며 행운을 기원한다. 그런데 왜 고사지낼 때 돼지머리를 사용할까?
고삿상의 돼지머리는 무속(巫俗) 신화에 그 배경을 두고 있다. 옛날 하늘 세계의 옥황상제 밑에 ‘업’ 장군과 ‘복’ 장군이 있었다. 두 장군은 서로 아웅다웅하는 사이로 상제는 그들의 시기 다툼을 싫어했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 탑을 쌓게 하여 그들 중 먼저 탑을 쌓은 사람을 가까이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업 장군이 잔꾀를 부려 복 장군에게 이겼다. 하지만 상제는 모든 일을 알고 있었기에 업 장군의 잔꾀를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상제는 복 장군을 돼지로 환생하게 하여 사람들이 상제께 소원 빌 때 중개 역할을 하도록 했고, 이때부터 돼지가 제사에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돼지가 자주 소원의 전달자로 정해진 진짜 이유는 경제적 현실에 있다고 여겨진다. 소대가리를 공물(신에게 바치는 물건)로 바치려면 소 한 마리를 통째로 잡아야 하는데 소가 귀한 시기에 그것을 공물로 쓰기는 매우 곤란했다. 따라서 그보다는 구하기 쉽고 비교적 값싼 돼지머리를 자주 쓰게 된 것이다. 요즈음에는 고사 지낼 때 절을 한 뒤 돼지 주둥이에 돈을 물리기도 하는데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현대인의 가치관을 보여 주는 행위라 할 수 있다.
- 조선 전기 ‘돼지정승 장순손과 검은 고양이’ pp.10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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