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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십삼

<운명이다> - 노무현 자서전

by 칠면초 2010. 5. 20.

"훌륭한 시민으로 살고 싶었다. 그럴 자신이 있었다"
 

 
사진·유영민 기자 youngbittle.gmail.com

자서전 제목 치고는 참 얄궂다 싶다가도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만큼 똑 부러지는 제목이 없을 성 싶기도 하다.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꾼 전직 대통령의 자서전 제목이 '운명이다'라니. 게다가 자서전인데 책 속 주인공은 이미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고 없어 유고가 됐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대신해 책을 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기록해 둔 것을 시간과 사건에 따라 재구성, 압축하면서 '재집필'했다"고 밝혀놓았다. 책의 들머리에 있는 '프롤로그-실패와 좌절의 회고록'은 노무현 대통령이, '에필로그-청년의 죽음'은 유시민 전 장관이 쓴 것으로 돼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프롤로그에서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으로서의 회한을 말한다. "그래도 아직은 기회가 있는 것 같았다. 시민으로서 성공할 기회가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현직에서는 사랑받지 못했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사랑받고 싶었다. 내게 남은 시간, 훌륭한 시민으로 살고 싶었다. 그럴 자신이 있었다"라고 과거형으로 말한다. 이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망하지 말라던 운명, 탓이다.
 
5공 청문회 당시 '명패투척사건'을 회고하는 장면에서는 "분노를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었다"면서 "잘못된 세상에 대한 크고 강한 분노를 어떻게 다스리고 표현해야 할지 아직 터득하지 못하고 있었다"라고 적었다. 그의 죽음이 가져다 준 충격에 오열로 분노하던 시민들의 얼굴이 겹쳐졌다.
 
그가 살아온 삶의 역정을 담담히 들려주는 가운데 <조선일보>와의 싸움을 말하는 부분이 2부와 3부에 걸쳐 두 번이나 나온다. "기기묘묘한 편파·왜곡보도로 끊임없이 상처를 입히는 신문과 협력하는 일은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그가 살아 온 삶의 역정이 감정이입 돼 전해진다.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마지막으로 본 세상은 평화로웠다"라며 끝을 맺는 책을 다 읽고 나면 전직 대통령의 쓸쓸한 운명 앞에서 한 잔 술 같은 눈물이 찔끔 흘러내릴 지도 모르겠다.
 
삶의 이력을 따라 책 군데군데 들어앉은 사진도 그를 추억하기에 충분하다. 보급판과 양장본 두 종류로 나와 있다.  


사진 돌베개출판사 제공


시대는 한 번도 나를 비켜가지 않았다
<성공과 좌절> - 노무현 대통령 회고록

"아직 인생을 정리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이 남아 있어 회고록은 한참 후에 쓰려고 했다"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못다 쓴 회고록이다. 서거하기 전까지 직접 집필한 것으로 그의 굴곡진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300여 쪽에 이르는 분량에 그가 살아 생전 남긴 글들이 사실상 모두 수록돼 있다.
 
이 책은 전체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쓸 결심을 하고 차례와 대강의 구성을 직접 작성한 '성공과 좌절'을 비롯하여, 집필을 결정한 뒤 줄거리를 밝힌 구술 기록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와 <사람 사는 세상> 인터넷 누리집 비공개 카페 '봉하글마당'에 올린 글들이 수록됐다.
 
2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육성 기록'이라는 부제 아래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역정과 참여정부 5년을 다룬 내용이 들어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준비를 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이 기록이었다. 특히 대통령 자신의 인생 역정과 정치 역정, 참여정부 5년의 국정운영에 대해 스스로 평가한 것을 기록으로 남기길 원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2007년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네 번의 인터뷰가 기록으로 정리된 것이 2부에 해당한다. "방송과 DVD에 담지 못한 녹취록 전체를 원문에 충실하게 정리했다"는 것이 본문의 설명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진보의 미래> - 미완의 과제 불멸의 삶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라는 부제를 단 <진보의 미래>는 미완의 저술이다. 세상에 어디 완결된 삶이 있고, 완결된 역사가 있을 수 있겠는가? 많은 독자는 이 책이 미완으로 끝난 것만을 아쉬워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완을 강제한 무자비한 권력의 독기가 여전히 서슬 파란 세상에서, 처음 가슴으로 받아들였던 진정한 대통령, 사랑하고 존경하는 지도자의 부재를 아쉬워하고 가슴 아파하는 것이다.
 
노무현의 손에서 미완으로 남은 책을 전해 받는 순간 나의 가슴은 뜨거워지고 숨은 가빠졌으며 코끝에는 희미한 피 냄새와 짙은 국화꽃 향기가 느껴졌다. 지난 봄, 노무현은 우리 곁을 떠나갔고, 그가 죽음으로 지키고자 했던 것이 우리 손에 과제로 남아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고뇌의 궤적을 따라가는 여정은 역사적 과제의 엄중함과 그 실천의 지난함을 마주하는 엄숙한 시간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근본 프레임에 대한 회의 없이, 국가 권력은 아직도 국민에 대한 지배수단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국민의 행복한 삶을 증진하는데 기여하는 시민의 자발적 의사 결집체로 나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 없이, 천박한 정치공학과 미시 정책적 차원의 담론에 매몰된 정치 현실을 질타한다. 다시 올 수 없는 길을 떠나며 무거운 역사적 짐을 남기고 간 그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으로 가슴 저민다.
 


"다음 세상에서는 대통령 하지 마십시오"
<내 마음속 대통령-노무현, 서거와 추모의 기록 1>
 
2009년 5월 23일. 전교조가 스무 살이 된 기념을 겸해 전국의 교사들이 서울 여의도공원에 모여 전국교사대회를 시작하려던 날 오전 11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공식 발표. 믿기지 않는 비보에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일주일의 국민장. 온 나라는 눈물과 분노 그리고 500만송이 국화와 노란 종이비행기로 뒤덮였다. <내 마음 속 대통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배경과 국민장 7일간의 추모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이 출범 이후 첫 번째 추모기록사업으로 펴낸 책이기도 하다.
 
특히 서거 한 달 전 이명박 대통령에게 쓴 '부치지 않은 편지'와 대검찰청 출석 후 5월 초에 작성하다가 중단했던 '추가진술 준비'등이 공개돼 서거 직전 노 대통령의 생각과 갈등을 잘 보여준다.
 
기록 작성에 필요한 방대한 1차 자료의 수집과 분석은 인터넷 동호회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졌으며, 현장을 생생하게 촬영한 프로추어 사진작가들이 제공해준 수천 장의 사진자료들 중에서 엄선된 기록사진들이 수록됐다.
 
책을 따라 가면 마치 다시 국민장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장례가 치러지던 7일간 전국에서 벌어진 추모 열기와 언론 등의 보도, 그 모든 과거가 생생하게 되살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