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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톡톡

내가 사는

by 칠면초 2008. 12. 4.

 

내가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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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시흥의 포동 벌판은 아침 안개가 잦다.

아침 안개에 싸인 벌판은 고요하고 바라보는 눈길도 부드러워진다.

그래서 오랫동안 이곳에 살면 마음이 넉넉해지고야 만다.

여기선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힘이 있다.

세상의 소소한 일들 모두 별거 아니라는 듯 마음이 편안해지고 세상을 좀 더 너그럽게 바라보게 만든다.

석양이 아름다운 날 아파트 마당을 가로질러 나오면 나무다리 소금창고가 있었다. (분명 과거다)

소금창고 앞에 나무다리가 하나 남겨져 있어서 자연스럽게 붙여진 이름이다.

100년 되었다는 나무다리 소금창고.

오래전, 음력보름과 그믐 무렵 밀물이 가장 높아지는 한사리 때에는

그동안 물이 잘 닿지 않는 이곳으로 바닷물이 그득하게 차올랐다고 한다.

물이 차오르면 나무다리를 통해 옛 염부들이 물길을 건너 다녔단다.


나도

태양을 맞바라보고 사진을 담으면 염부들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그리곤 나무다리 소금창고는 어둠 속에 갇혔다.

 

호기심이 많았던 어린 날, 태양이 궁금해서 오랫동안 태양을 올려다 본 적이 종종 있었다.

강한 태양 빛에 눈이 시려와

눈을 돌려 사물을 보면 강한 태양에 노출되었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사진과 같이 어둡게 흐려졌었다.

그또한 재미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눈물이 질끈 나는 일을 몇 번을 겪고는 강한 빛에 더 이상 대항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렌즈를 통해 해를 바라보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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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면초와 소금창고 뒤로 우리 아파트가 보인다.wow!)

햇빛을 받은 나무다리는 역광에 빛났다.

맞다.

역광으로 찍은 사진들은 좀 더 역동적이다.

세월이 흘렀다는 것은....

이제는 맞대고 태양을 바라보지 않고 렌즈를 통해서 슬쩍 숨어서 태양을 맞바라보는 일이 아닌가 싶다.

몇 년 전, 비가 내린 뒤의 나무다리 소금창고는 세수를 방금하고 나온 듯 해맑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소금창고 앞의 억새들도 소복하고 탐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은 찰랑찰랑 머리를 흔드는 여인의 모습처럼 보인다고 옆 사람은 중얼거렸다.

해맑은 소금창고와 잘 어울리는 풍경었다. 아마 그때도 가을이었나 싶다.

아름답던 나무다리 창고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반쯤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반쯤 무너진들 어떠한가?  

무너지면 무너지는 대로 자신을 세월에 맡긴 채 소금창고는 서 있었고 풍경은 그 자리에 남아 있는걸....

소금창고 옆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붉게 타는 칠면초가 해마다 자라고 있고

구불구불 굽이치는 논두렁은 현기증 같은 미열을 일으키는 곳, 포동.

소생과 소멸이 언제나 공존하고 있다.

그 생명의 윤회를 바라보는 일은 얼마나 감동스러웠는지....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어느 해

소금창고가 어느 건설사에 의해 무참하게 파괴되고 가을을 맞았다.

떨어져 나간 그림조각처럼 풍경을 바라보는데 울컥하는 서러움과 분노가 밀려왔다.

소금창고가 없음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벌판을 바라보는 일이 서글펐고

무분별한 건설사의 경제관념이 분노를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

 

오늘,

출근 길에 바라 본 ....

2008년 가을 햇살을 받은 포동 벌판은 여전히 아름다운 아침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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