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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톡톡

그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by 칠면초 2008. 12. 4.

봄에는 유채꽃…

여름에는 꽃양귀비…

가을에는 메밀꽃

 

시흥시에 미개발지로 남아있는 '군자매립지' 그 부지만 수백만평에 이른다. 한국화약에서 매립한 후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리며 수년간을 세금만 물면서 보유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시흥시에 팔아넘긴 그 땅이다. 정왕동 옥구공원과 인접해 있는 '군자매립지' 한켠에 화사한 꽃밭은 사람들의 검은 욕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사한 꽃들로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시흥시에서 천여평의 부지에 계절 따라 꽃을 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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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4월이면 유채꽃으로 노란 물결이 마치 병아리 떼를 연상케 한다. 시흥시에서는 9월에 씨앗을 뿌려 이듬해 봄이면 시민들에게 공터를 제공한다. 유채꽃을 보는 것뿐 아니라 여린 순을 잘라 나물로도 먹을 수 있고 기름을 만드는데도 유용하게 쓰인다.

 

유채의 어린잎은, 쌈으로 먹는다던지 김치, 국거리 등 봄의 입맛을 사로잡는 식물이다. 어린잎은 비타민 A의 함유량이 배추의 12배, 비타민C의 함유량은 오이의 2배, 섬유소는 오이의 1.5배, 지질은 오이의 32배 등 영양가치가 매우 높다. 시민들은 앞을 다퉈 나물을 뜯다가도 즉석에서 맛을 보며 추억을 되살린다. 유채나물 뜯기는 시흥시의 행사이기도 하다. 더구나 유채는 친환경 바이오 오일로 개발되어 수요가 다양하고 미래의 에너지 작물로 각광받는 작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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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간다고 꽃이 지는 건 아니다. 6월이 오면 군자매립지에는 꽃 양귀비가 그 자태를 뽐낸다. 여인의 붉은 입술보다 더 붉은 꽃양귀비 언덕이 펼쳐져 찾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꽃양귀비는 개양귀비라고 불리는 두해살이풀로 꽃은 여러 품종이 있는데 적색, 흰색, 분홍색 꽃이 가지 끝에 1개씩 달리며 5월경에 피며 꽃이 피기 전에는 밑을 향하지만 필 때는 위쪽을 향한다.

 

혼자 보기에는 아까울 정도의 꽃밭이 한여름 군자매립지에 형성된다. 봄에 유채나물을 캐본 시민은 여름에 양귀비 씨앗을 담아간다. 물론 마약성분은 검출되지 않는 관상용이라 안심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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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가을이 시작되면 군자매립지는 소금같은 메밀꽃 무더기를 피워낸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내용 중 “길은 지금 산허리에 걸려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함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 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와 어울릴 만한 메밀꽃 밭이 시흥에 조성되었다.

 

정왕동 옥구공원 옆 군자매립지에 흐드러진 메밀꽃 밭 30,000㎡ 이 강원도 봉평마을을 연상시키고 있다. 유채 파종기까지 휴작 기간 동안 메밀꽃을 심어 볼거리 제공과 시민들의 옛 추억을 되살려 정서 생활에 도움을 주고자 만들었다. 지난 7월 30일 메밀을 파종해 9월 초순부터 중순까지 하얀 꽃이 매립지를 뒤 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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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매립지는 봄에는 유채꽃, 여름에는 꽃양귀비, 가을에는 메밀꽃을 조성, 연중 볼거리 넘치는 아름다움으로 시흥시민과 수도권 주민들에게 멋과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발길이 잦다.

 

"10일 동안 붉은 꽃이 없어라(花無十日紅)"란 말처럼 무수히 피고 지는 꽃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 아름다운 자태를 다 보여주지 못하고 떠날 때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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