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Am I There Yet?『특별하지 않은 너를 위해』저자인 지상철은 2011년 현재 성균관대학교 재학 중인 학생이다. 지난 2009년 대학생활을 휴학하고 워킹홀리데이비자를 들고 호주로 떠난 그는 두려움에 가득 찬 이방인이었고, 맘 편히 먹고 자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던 그곳에서 도착하자마자 한 핏줄인 한국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다. 그리고 아무 인맥 없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퍼스 인근 모든 타운들을 훑고 다녔지만 그에게 어느 누구도 일자리를 주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구촌 어느 곳에서 건 사회와 그 구성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몸소 체험하면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농장일’, 아시아인들은 할 수 없는 ‘배타는 일’들도 결코 마다하지 않았고, 그 어려운 어떤 일일지라도 일할 수 있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디어냈다. 무릇 세상의 모든 일에는 “공짜가 없다”라는 말처럼 매번 새로운 여러 일들을 경험하면서 자아 속에 감추어진 용기와 모험정신으로 충만된 또 다른 자신을 만나게 된다.
“이십대를 특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시작된 여행은 길지 않았지만, 부족한 돈으로 많은 날을 노숙했고, 여권도 도둑맞았으며, 소매치기를 당해서 대사관 보호 아래 며칠을 지내기도 했다. 비자문제 때문에 호주 대사관에선 메디컬 테스트까지 받았고, 노숙하다 전자기기들을 도둑맞기도 했다. 야생버라이어티처럼 예측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저자는 결국 5개 대륙을 밟았고, 20개국의 나라, 40개의 도시, 60개국이 넘는 사람들을 접하고 느꼈다. 그가 보낸 시간들과 생각, 감성들을 공유하고 싶어 “Am I There Yet?『특별하지 않은 너를 위해』를 쓰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거짓말처럼 펼쳐진 숱한 상황들 속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친구이거나, 형, 누나, 부모님, 혹은 동생이기도 했던 그들에게서 자신이 몰랐던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고, 이 생각들은 여행을 떠나오기 전 무심코 지나쳤던 지난날의 질문들에 대하여 친절한 답변을 제공해주었다.
저자처럼 어딘가를 떠나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들, 특히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 답 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던질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20대 청년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대부분 부모님들의 걱정스러운 눈길 혹은 그저 떠나고 싶거나 이미 먼 길을 돌아온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이런 자신의 경험을 밑천 삼아 말을 건넨다.
“어딘가에서 만날 인연들을 위해, 그리고 평생 모른 채 살아갈 그 인연들을 위해.”
푸른 호주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조금 더 멀리 걷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결심으로 굳어졌고, 보통의 여느 젊은이들처럼 상상을 생각에 그치지 않고 다부진 각오로 첫발을 내디딘 그의 여행기는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1년 6개월에 걸친 저자의 청춘 기록이다.
그러나 어디 말처럼 쉬운가?
빈 털털이로 세상여행을 한다는 것이…….
그것은 푸르고 아름다운 청춘이기 때문에 가능한 젊은 날의 대장정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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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상철
이름은 루디(본명 : 지상철)는 1985년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재학 중이다.
25살의 나이에 호주로 날아가 온갖 일들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혼자 5개 대륙을 여행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일상의 작은 감동들을 좋아해서 여행 중에 마주친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걷다가 가슴속에 남겨진 수많은 생각과 감성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공유하고 싶었다.
이 책은 몇 번을 소매치기당하고, 도둑맞는 것도 모자라 이민성에 갇히기도 하고, 없는 돈으로 여행하려 많은 날들을 노숙으로 지내며 맞서보려고 했던 현실들, 이방인으로서 마주친 풍경들과 그때마다 느꼈던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한 평범한 대학생의 이야기이다.
| 이미지|
|차 례|
AM I THERE YET? -STARTING
쉽게 무뎌지는 나
퍼스의 야경을 뒤로하고 어딘가를 향해서
Am I There Yet?
AMERICA -MOVING
여행의 나침반
Big Fan Of Maradona
흑백사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천마일 때쯤 열두 번째 읽기
이방인의 첫 경험
그때 내가……?
눈앞이 막막해진 산티아고의 지하철
운전석에서 바라본 도로
하늘과 호수가 연결된 그곳으로
소금 호수를 향한 첫째 날
소금 호수를 향한 둘째 날
소금 호수를 향한 셋째 날
화장실 친구
라파즈의 그 눈빛
선택의 순간
영화 속의 밤
나무판자를 넘어서
리마의 한 샤워실에서
나도 참 치사한 녀석
경계선을 넘어 다니며
하늘을 나는 것과 투명 인간
OCEANIA -LIVING
지푸라기
나의 베스트 프렌드 Lucy
그때 그 모습만
비상 깜빡이에 의지해서
추억보다 아린 기억
카나본에서 만난 사람들
벌써 일 년
맞추기 위해 한걸음
세이루형 같은 사람
대화
ASIA -THINKING
푸른 눈의 여인들 맥 AND 첼시
레이디맨의 웃음
가장 슬픈 섹시함과 농염함 그리고 두 번째 레이디맨의 웃음
알다가도 모를 에리카
걷다가 마주친 묘미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내 자전거 기사
누군가 글자 퍼즐을 맞추고 있다면
EUROPE -FEELING
역시 내 동생
나는 그곳에 서 있었다
당신의 사진이 기대됩니다
걷다가 걷다가
감상에 젖은 내게 다가온 검은 얼굴들
영화보다 매력적인 건 그들의 눈빛
로맨틱보단 오스트리아 맥주
유럽의 어느 지하철에서
그때 그 석양
사랑스러운 베니스와 나
왜 후레쉬맨이 될 수 없는데?
유리병에서 시작한 with or without you
기관사의 무표정한 얼굴과 내가 놓아준 풍경들
"This is not my first time"
로마에서 시실리 섬으로
걷다가 걷다가 2
그녀가 준 감촉
라면은 참 맛있게 끓였었는데
낯선 곳에 서 있는 익명의 유령
AFRICA -MISSING
그 사람에게 나는
외로워서 외로워서
Can You Believe It?
그럴 땐 다시 일기를 읽기
시작점으로 Am I There Yet?
여행이 끝나고 난 뒤 -FINISHING
여행이 끝나고 난 뒤…
본문중에서
2시간이 더 지났다. 공항에 갇혀 있는지 5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쯤 이민성 직원이 돌아왔고, 난 이미 망친 시험결과를 받아보는 마음으로 직원을 쳐다봤다.
예상과는 다른 점수가 나왔다. 이민성 직원은 우리가 3시간 이상을 잡아두고 다시 입국시켜주는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라면서 안에 가서 가방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나에게 일을 제공해주었던 백팩커의 주인이 내가 그 백팩커에서 지낸 것을 증명하는 자료를 팩스로 보냈고, ‘내가 그곳에서 3개월간 일을 했다’라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보장했다는 것이다.
‧
‧
순간 눈물이 나올 뻔했다. 그 흔한 땡큐 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울상이 됐던 얼굴을 다시 펴지고 가방을 메고 나오자 이민성 직원이 약간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you are unbelievably lucky guy”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의 그 말이 지금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상상도 못할 거예요."
‧
‧
퍼스공항을 나왔을 때 내 신용카드는 정지돼 있었고, 전화기는 불통인데다 주머니엔 호주 돈으로 10불 정도가 있었다. 도시로 가는 버스는 25불, 택시는 30불이었지만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걸어서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
다행히도 난 지푸라기를 잡았으니까. 그리고 다시 걸을 수 있었으니까. -114쪽
말 그대로 이등병의 상태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다 심리적 긴장상태는 최고조였으며, 그들이 소리를 지를 때마다 난 정신이 나가 있었다.
‧
‧
늘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가장 못하는 신참들은 일이 안 풀리는 모든 것에 대한 불평거리가 돼야 한다.
아무리 이를 갈고 미친 듯이 따라가려 해도 내 손은 난생처음 보는 불쌍한 모양으로 벗겨지고, 찢어지고, 상처가 나고 있었고, 내 발에 잘 맞지 않는 젖은 장화 때문에 장딴지의 살은 썩어 들어갔다.
심지어 일을 시작한지 며칠 만에 안경을 잃어버려서 잘 맞지 않는 예비 안경으로 일을 해야 했으며, 그러다 그물과 철 사이에 손이 껴서 손가락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붓기도 했다.
더 힘들었던 건 그 손으로 30분 뒤에 다시 그물을 잡기 위해 훅을 던져야 했다는 것이다.
‧
‧
내 상황이 거짓말 같았고, 내가 왜 이런 상황에 있는 건지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저 안하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느새 내 머릿속은 이 바다 위에서, 이 배 위에서 그저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
‧
2주 가까이 시간이 흐르고 달이 차기 시작했다.
피슁잡은 3주간 배 위에서 일하고, 육지로 돌아가 일주일간 휴식을 취하고, 다시 3주간 배 위에서 일하는 형식으로 6개월 동안만 이루어진다. 보름달의 주기로 출항의 여부를 정하기 때문에 달이차고 있다는 건 시간이 흐르는 것과 동시에 배에서 내리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별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내 눈은 오직 달만을 쫒고 있었다.
-126-127쪽
나는 만으로 25살에 몇 개의 나라와 도시들을 여행하고, 여행에 대해 뭐라도 아는 것 마냥 존에게 여행을 이야기했다.
아니 지껄여댔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내가 그렇게 바보 같아 보일 수 없었고,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한 그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게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
‧
무슨 사정이 있어서 여행을 하는 사람처럼, 무언갈 찾아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의미부여에 취해서,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 혹은 그 어떤 목적의식도 모두 잃어버린 상태에서 난 여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쳤다.
‧
‧
그리고 난 나를 지나친 어떤 사람에게도 무언갈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걷고 있기 때문에 그럴 여유 따윈 없고, 당연히 당신들이 나에게 무언갈 보여주고 주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걸으면서 나를 꽁꽁 싸매고 누군가에게 작은 병을 줄 여유조차 부리질 못했다.
존은 이제 20살에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런 바보 같은…….”
꽉 막힌 것 같은 무언가가 뚫린 기분이었다.
‧
‧
이제라도 존을 만나서 그 작은 병을 받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230~231쪽
잠시 동안 난 19살 때로 돌아갔다.
기억하기 싫어서 늘 도망 다니던 그때로…….
‧
.
19살 때 쓰러진 아버지는 하루 만에 식물인간이 됐다.
중환자실에 몇 달을 계시다가 집으로 모셔왔는데, 그때 아버지의 모습이 그 노인과 비슷했다.
‧
‧
집에 돌아가면 병원에서 가져온 매트리스 위에 링거를 꽂은 아버지가 누워 있었고, 눈을 뜬 채로 뼈만 앙상히 남은 채 가끔 심한 기침으로 가족 모두를 깨우곤 했다.
등의 피부가 썩어가는 걸 막기 위해 하루에 몇 번씩 몸을 돌려 등을 쳐줘야 했고, 어머니는 얼마간 모든 수발을 들어야 했다.
‧
‧
그렇게 몇 달간 눈만 깜빡이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작별을 고했고, 그 몇 달간은 나에게 있어 돌아가기 싫은 단 하나의 기억이 되어버렸다.
‧
‧
가끔 밀려오는 기억만큼 무서운 게 없는데, 나에겐 아버지가 그렇다.
그 기억은 모든 것에서 날 멈추게 한다.
‧
‧
그날 걷다가 마주친 문틈에서 난 멈춰버렸다.
‧
‧
몇 분인가를 멍하니 보고 있는데, 집안에 있던 한 아저씨가 누워 있는 그 노인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얼른 걸음을 재촉했다.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주저앉았고, 한동안 그저 멍하니 앉아 있는 거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252쪽
그래서 난 그렇게 했다.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해야 했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동생의 안쓰러운 모습에 난, 화를 낼 수도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심지어 장례식이 진행되는 3일 동안 그다지 울지도 못했다.
‧
‧
그리고 장례식의 마지막 날, 난 가족들을 대표해서 아버지의 뼈가 갈아지는 순간을 지켜봐야 했다.
가장 돌아가기 싫은 기억의 정점이 되어버린 그 순간.
‧
‧
내 눈앞에서 아버지가 가루가 되는 그 몇 분 동안 난 모든 걸 보상받으려는 듯 목 놓아 울었고, 그 이후론 단 한 번도 아버지 생각으로 울지 않았다.
‧
‧
시실리 섬이 그 두 번째 장소가 될 줄은 몰랐다.
도망치려고 떠나온 길목에서 마주친 그 기억은 잠깐이지만, 큰 눈물을 맞이하게 했다.
‧
‧
그래도 이번엔 혼자 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이어서,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아서, 마음 놓고 울어버릴 수 있었다.
‧
‧
울고 나니 한껏 후련해졌다.
마치 목 놓아 울기 위해 길을 떠나온 사람마냥,
하루 종일 이빨에 낀 무언가를 잠자기 전에 뺀 사람 마냥…….
신나게 울고 나니 배가 고파져서 호스텔로 돌아갔다. 그리고 고이고이 아껴뒀던 라면을 꺼내서 끓이기 시작했다.
‧
‧
중학교 때쯤인가 독서실에서 밤늦게 돌아오면 깨어 있던 사람은 아버지뿐이었는데, 그때마다 아버지랑 라면을 끓여먹었었다.
“우리 아버지가 라면하나는 정말 기똥차게 잘 끓이셨는데”
‧
‧
배가 많이 고팠었는지 그날 라면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253~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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