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조선왕조실록』 속의 공주들이 우리들 앞으로 살아나온다. 어떤 드라마보다 더 생생한 공주들의 삶이 우리들이 손에 잡힐 듯 아스라하다. 『조선공주의 사생활』은 조선시대 100여 명 공주 중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일곱 명의 공주 이야기다.
책속으로
딸이 잘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문종이 지어준 양덕방 경혜공주의 집은 이렇게 끔찍한 참극의 무대가 되고 말았다.
양덕방의 골목골목은 철퇴를 맞은 대신들의 피로 넘쳤고 그 피비린내는 온 동네를 진동했다. 그 피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동네 구석구석에 재를 뿌려 양덕방은 온통 재로 뒤덮였다. 이때부터 양덕방의 이름은 재가 넘쳐나는 곳이라고 해서 잿골로 불리게 되었고 더 훗날 잿골이 한자로 바뀌는 과정에서 ‘회동’으로 불리다가 다시 재동으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렀다. -29쪽
사람이 죽으면 습을 마치고 상주가 시신의 입안에 구슬과 쌀을 물려주는 풍습이 있는데 이를 반함(飯含)이라고 한다. 반함은 저승길을 떠나는 고인이 배를 굶지 않도록 재물과 양식의 상징인 구슬과 쌀을 입속에 넣어주는 효심에서 비롯된 풍습이다. 그런데 연산군은 반함을 끝낸 그의 시신을 관에서 꺼내어 굳은 입을 억지로 벌려 무쇠 재갈까지 채워 넣게 한 것이다. 연산군은 왜 죽은 풍원위의 입속에 무쇠 재갈을 채워 넣은 것일까? -52쪽 으로
출판사 서평
공주에서 노비가 된 경혜공주,
조선 최고의 부자가 된 정명공주의 진짜 이야기
조선시대 공주들의 삶은 어땠을까? 유교에 기반한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계급을 초월한 여인, 공주로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왕과 그 주변을 둘러싼 권력쟁투 속에서 신분이 더 낮은 부마와 어떻게 어우러지고 튕겨져 나가며 행복과 불행의 변주곡을 연주했을까? 공주의 남스란치마가 속살을 드러내며 내밀한 그 세계가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그간 남자들만의 리그였던 조선시대, 그 틈에 숨어 있다 고개를 내미는 공주의 사생활은 자못 흥미롭다.
이 책에서는 『조선왕조실록』 속의 공주들이 우리들 앞으로 살아나온다. 어떤 드라마보다 더 생생한 공주들의 삶이 우리들이 손에 잡힐 듯 아스라하다. 『조선공주의 사생활』은 조선시대 100여 명 공주 중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일곱 명의 공주 이야기다.
우선 구중구궐에서 벌어지는 권력다툼 속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경혜공주의 이야기가 흥미를 끈다. 최근 드라마 ‘공주의 남자’를 통해 세간에 등장한 바로 그 공주의 이야기다.
경혜공주가 살던 양덕방은 계유정난의 진원지였다. 이후에 사람들의 피비린내를 없애려고 재를 뿌리고 또 뿌려 그 동네 이름이 재동이 되었을 정도로 비극의 중심에 있었다. 그녀는 남편 정종이 유배를 가는 곳까지 따라갈 정도로 남편에 대한 사랑이 절절했다. 그러나 남편, 어린 동생 단종과 함께 목숨을 버리지 못하고 뱃속의 아이 때문에 모진 목숨을 견뎌야 했던 경혜공주는 삶이 죽음보다 힘든 세월을 겪었을 것이다. 노비가 되어서도 “나는 공주다”라고 외치며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경혜공주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자.
또 한 비운의 공주는 어린 동생 영창대군이 쪄서 죽이는 증살을 당했을 때 어머니인목대비와 서궁에 유폐되어 고통과 울분을 견뎌야 했던 정명공주다. 정명공주는 인목대비가 자결을 하는 것을 막으려 자신의 고통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속설에 사랑하는 연인이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이별을 한다는 얘기가 있다. 『서궁일기』를 보면 그곳에서 벌어진 엄청난 비극을 알게 된다. 그 돌 틈마다 서린 여인이 한과 사무침은 우리에겐 미루어 짐작하기조차 어려운 감정들이다. 그러나 그런 고통 속에서 인조반정이 성공하면서 광해군이 폐위되고 인생역전에 성공한 정명공주는 조선 최고의 땅부자가 된다. 그러면 그녀는 영원히 행복했을까? 계속되는 반전은 정명공주의 행복에 된서리를 내린다.
* 조선에는 몇 명의 공주가 있었을까?
* 최고의 거부는 어떤 공주였을까?
* 사주를 보기도 전에 소박당한 공주는 어떤 왕의 딸일까?
*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왜 헤어질까?
* 족두리묘에는 누가 묻혔을까?
* 연산군은 왜 휘숙옹주에게 많은 땅을 하사했을까?
* 흥청망청의 어원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 공주가 죽으면 부마는 재혼할 수 있을까?
저자서문 중에서
조선시대 기록문화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방대할 뿐만 아니라, 그 세밀하고 치밀함에 있어 독보적이다.
국가창업의 시조에서부터 비운의 마지막 국왕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대소사에서부터 왕과 궁정의 시시콜콜한 것까지 낱낱이 그리고 객관적으로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이나 국가와 왕실에서 거행한 행사의 전 과정을 그림과 함께 세세하게 기록한 「조선왕실 의궤」 또 국왕의 비서기관이라 할 수 있는 승정원에서 약 300년 동안 처리한 사무, 행정, 행사, 의례에 관한 사항을 모조리 기록한 약 40만 장에 이르는 『승정원일기』는 감탄을 넘어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지독하게 세밀한 기록열의 산물인 이 기록물들은 세계 그 어떤 기록물들과 견줄 수 없다.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외에도 수많은 학자, 문필가, 가문에서 출간한 수천, 수만의 문집과 기행문, 사전, 개인 기록 등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 방대함과 정확함, 투철한 기록정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조선시대는 가히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기록문화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토록 방대한 조선의 기록을 살펴보다 보면 그 기록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남성들이다. 여성의 기록, 여성의 역사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기록에 등장한다 하더라도, 기록 속의 조선 여인들은 남성 중심의 유교관념에 따라 사회적으로 기록이 허용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 조선 사회가 권장하는, 남성에게 순종적이며 모든 것을 인내하고 정절을 지키는 현모양처나 열녀이거나 혹은 이와는 반대로 사회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여성들을 통해 경각심을 주기 위한 차원에서 기록한 여성이 대부분이다.
남성 중심의 유교적 이데올로기가 지배했던 조선의 역사는 철저히 남성들의 것이라고 할 만큼 여성의 역사는 주목받지 못하고 배제돼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오랫동안 KBS의 「역사스페셜」을 집필해 오면서, 역사의 중심에서 밖으로 밀려나 있는 여성들의 삶도 역사의 이면, 역사의 뒤안에 아스라하게 조각들로 남아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방대한 기록들 사이사이에, 행간과 행간에 조선 여인들의 모습을 엿보고 되살릴 수 있는 기록의 단편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으로 뽑은 일곱 명의 공주와 옹주들은 그나마 아버지인 왕과 남편인 부마들과 관련된 부수적인 기록으로 『조선왕조실록』에 희미하게나마 존재하고 있는 여성들이었다. 단편적인 파편으로 흩어져 있던 그녀들의 삶의 조각들을 모아 그동안 잊혀 있던 조선시대 공주와 옹주들의 삶을 불완전한 모습이나마 세상 속에 알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이제 그 결과물을 책으로 내놓는다. 조선시대 최상류층으로 선택받은 조선 공주와 옹주들, 부귀와 영화, 사랑과 명예를 모두 가졌을 것만 같았던 그녀들 또한 오늘을 사는 우리들과 같은 고민을 안고 때로는 힘겹게 세상과 싸우고, 때로는 사랑과 미움에 몸부림치며 치열하게 살아왔음을 이 책을 통해 보게 될 것이다. 한 시대를 파란만장하게 살았던 일곱 공주의 삶을 통해 조명되는 조선 역사의 새로운 이면이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으면 한다.
역사의 틈새에 아슬아슬하게 끼여 박제되어 있는 조선 여인들의 참 모습이 손에 쥐듯, 눈에 보일 듯 다시 되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목차
저자 서문 ·4
01 | 하루아침에 공주에서 노비로-경혜공주(제5대 왕, 문종의 딸) 10
02 | 옹주의 남편은 왜 미녀 사냥꾼이 되었나-휘숙옹주(제9대 왕, 성종의 딸) 50
03 | 공주는 어떻게 땅부자가 되었을까-정명공주(제14대 왕, 선조의 딸) 84
04 | 왕의 딸도 퇴짜를 맞았다!-정신옹주(제3대 왕 태종의 딸) 122
05 | 부마의 첩 때문에 소박맞은 공주-(효정옹주 제11대 왕, 중종의 딸) 148
06 | 급조된 공주, 족두리 묘의 전설을 남기다-의순공주(제17대 왕, 효종의 양녀) 180
07 | 질투심에 눈이 멀어 자작극을 벌이다-(현숙공주 제8대 왕, 예종의 딸) 210
참고 자료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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