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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는 산새처럼 살고싶다 (중앙북스) 15

by 칠면초 2011. 10. 24.

 

 

 

 

 

 

 

 

 

 

<저자>

도연 스님

새와 , 산 사진을 찍는 생태사진가. `DMZ(비무장지대) 포토그래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불가에 귀의한 후 모든 인연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스스로 운수납자(雲水衲子)의 길을 택했다. 현재 지장산 골짜기 두 평짜리 컨테이너에서 자연과 산새를 벗삼아 홀로 지내고 있다. 그는 새는 부처이며 관세음보살이라 이야기한다. 새는 가벼운 날갯짓으로 가지 못하는 곳이 없고, 깃털 하나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번식을 마치면 둥지마저도 미련 없이 버리고 떠날 정도로 무소유를 몸소 실천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저자는 산새들의 모습에서 늘 소비만 일삼는 인간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순수함과 자유, 그리고 사랑을 발견한다. 20그램밖에 안 되는 작은 새들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도의 의미를 재발견한다.

 

<책 소개>

이 책은 생태사진가이자 산사에서 홀로 가난한 구도자의 길을 걷는 도연 스님이 자연과 산새와 더불어 살며 느낀 점과 다채로운 사진을 함께 담은 사진 에세이집이다. 다시 태어나면 새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로 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깊은 도연 스님은 비무장 지대에서 탐조가들과 함께 어우러져 새를 촬영하며 `두루미 스님`으로도 불리운다. 이 책에는 그동안 스님이 산사에서 만난 수많은 새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산사에서 처음으로 친구를 맺은 곤줄박이와 수행자처럼 잿빛 납의를 입은 쇠딱따구리와의 동질감, 깃털의 윤기를 잃으면서까지 혼신을 다해 새끼들을 먹이는 어미새들, 포식자를 피해 법당에서 쪽 잠을 자는 동고비, 수행자의 게으름을 질책하는 듯 부지런한 호랑지빠귀 등 도시인들이 평소 접하지 못하는 산새와 철새들에게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새들을 성가시게 하기 싫어 사진을 찍기보다 새 그림을 더 자주 그린다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새들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평소 자연과 환경에 대해 지니고 있는 철학 등 무겁지는 않지만 결코 현대인들이 쉬이 지나칠 수 없는 환경주의에 대한 내용도 함께 담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목차>

1장 산새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새들이 먼저 손을 내밀다/반가운 동거인, 곤줄박이/어미의 자식 사랑이란/나무 타고 간 동고비/공양供養/가장 대답 잘 하는 청딱따구리/화려한 단벌신사, 오딱이/법당에서 자는 새들/위장술의 천재들

 

2장 새들에게 배우다

위급할 땐 모두 하나가 된다/눈물겨운 미꾸라지와 청호반새/동생들은 내가 돌볼게요. 박새 / 속의 작은 난폭자, 때까치/영원한 맞수, 까치와 파랑새/목숨을 담보한 흉내내기, 노랑턱멧새/`잘 먹고, 잘 사는` 우리 기특한 직박구리/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데/수리부엉이와 만나다/떠돌이 참새, 원주민을 몰아내다/북쪽에서 온 손님, 되새와 콩새/게으름을 질책하는 봄의 전령사, 호랑지빠귀/어린이집 원장님, 붉은머리오목눈이/먹이 감추기의 명수

 

3장 더불어 살며 느끼다

새들에게는 집이 없다 /인공둥지 만들기 /용기와 희망은 주고 있는가/왕눈이가 돌아왔다 /작은 폭군, 다람쥐/인연을 떠나보낸다는 것/매미도 눈물겹다/ 많은 멧돼지/하늘의 종결자, 흰꼬리수리/꺼병이가 찾아왔다

 

4장 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나는 새처럼 살고 싶다/다음 생에는 무엇으로 태어날까 /20그램의 새가 주는 기쁨/새와 가까워지기 위해서/나비야 청산 가자/생명/새들도 경제를 안다/목욕을 즐기는 새들/새들은 달에서 오고/떠나고, 다시 만나고/꾀꼬리도 오고, 뻐꾸기도 오고, 호반새도 오고/듣는 것으로 족하라/바람처럼 오가는 새, 동박새/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

 

<샘플 원고>

 

1장 산새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_초대 받지 않은 불청

나는 새처럼 자유롭기 위해, 온전히 홀로 되기 위해 숲으로 들어왔다.

삭발하고 절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지만 절을 떠나 홀로 사는 것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우선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히 살겠다는 생각만 버린다면 의식주가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야영텐트 하나, 코펠 하나, 침낭 하나와 승복 한 벌로 나의 의식주는 단박에 해결되었다.

안락한 절집에서 나와 떠돌이 운수납자(雲水衲子)가 돼 보는 건 어떨까. 어릴 적 무전여행을 동경한 적이 있었지만 실천에 옮긴 적은 었다. 그렇기에 운수납자가 되어 전국 방방곡곡 가보고 싶었다. 그 길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어떤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늘 궁금했다.

주저앉기 일보직전의 허름한 티코 자동차를 타고 무작정 세상을 향해 떠났다. 새처럼 집 없이 떠돌았다. 몸이 머물 곳이 없으니 마음 또한 머물 곳이 없어 홀가분하게 좋았다. 평소 가고픈 곳도 가보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나고 졸리면 산골 계곡에서, 소나무 그늘에서 잠을 잤다. 밤이 되면 인적 드문 곳에 자동차를 세우고 텐트를 쳤다. 나는 거의 완벽한 자연인이 된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새와 야생동물을 만났다. 야생동물은 주로 밤에 활동했다. 새들은 낮에 다가와 음식물 찌꺼기를 먹었다.

온 천지가 나의 집이 되어주었고 식물이나 곤충, 동물들은 나의 친구요 도반이 되어주었다. 부처님의 뜻인가 아니면 예수님의 뜻인가. 내가 부처님의 제자 되기를 간청했으니 부처님의 뜻이라고 해야 맞겠다.

 

(후략)

 

_새들이 먼저 손을 내밀다

 

수행자들에게 음식은 첫 번째 수행의 넘어야 할 과제다. 세상에서의 습관대로 먹어서는 안 되고 생명을 부지할 만큼만 먹어야 한다. 식단이라는 게 워낙 단순하다 보니 보충식으로 견과류를 틈틈이 챙겨 먹는데, 어느 날 먹다가 놓아둔 견과류가 반으로 줄어들었다. 누가 와서 먹은 걸까. 범인은 바로 새들이었다. 새들은 내가 빤히 보고 있는데도 견과류를 가져갔다.

그때부터 새들 먹이를 따로 준비다. 새들은 사람이 먹는 곡류는 못 먹는 게 없다. 콩, 옥수수, 벼, 들깨, 율무, 땅콩, 잣 등등 가리지 않는데 특히 땅콩이나 잣, 들깨 가은 기름진 곡류를 더 선호한다. 자기들 몫으로 먹이가 공급된다는 걸 알아챈 새들은 내가 마당에 앉아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실 때도 스스럼없이 먹이를 가져갔다. 따로 놓아준 먹이가 떨어지면 내가 먹는 견과류 그릇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우리는 한솥밥을 먹는 사이가 되면서 서서히 소통하기 시작했다.

숲에 들어와 살면서 하루 종일 대화할 상대가 없어 입에서 군내가 날 지경이었는데 나는 처음부터 그들에게 말을 붙였다. 꼭두새벽부터 아침을 먹으러 온 새들에게 잘 잤느냐, 어디서 잤느냐, 네 이름은 무엇이냐 등등 나는 혼잣말 하듯 중얼거렸다.

곤줄박이가 사람 말을 알아들을 리야 없겠지만 대화라는 게 꼭 말로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곤줄박이는 3-4년 산다고 한다.) 우리는 몸짓 눈빛만 봐도 서로 무엇을 말하는지 소통하는 데 불편이 없었다. 내가 먹이를 놓아주면 새들은 와서 먹고 가고, 또 놓아주면 와서 먹고 가고, 우리는 양식의 나눔을 통해서 무언의 소통을 시작한 것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후략)

 

_나무 타고 간 동고비

나무를 잘 타는 아이가 있었다. 녀석은 높은 나무를 타고 올라와 곧잘 새알을 꺼내오기도 하고 때론 새끼까지 꺼내와 기르기도 했다. 어떤 때는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바람에 밑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더 조마조마했다. 늘 우리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녀석이 훗날 무슨 직업을 가졌는지 궁금하다.

참나리꽃이 만발했다. 참나리 구근은 멧돼지가 좋아하여 머잖아 멧돼지가 나타나겠구나 싶었는데 멧돼지 대신 나무를 거꾸로 타는 색다른 녀석이 등장했다.

딱따구리도 아니고 저 녀석은 대체 누굴까? 바로 동고비라는 녀석이었다. 어찌나 날쌔게 나무줄기를 타고 오르내리는지 카메라 초점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다. 딱따구리가 나무 타기 선수라면 동고비는 나무 타기의 달인쯤 된다. 딱따구리는 밑에서부터 나무를 타고 올라가지만 동고비는 반대로 위에서 밑을 향해 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재주꾼이다. 고개를 수평으로 쳐들고 거꾸로 내려오면 고개가 아프지 않을까 싶은데 새 중에서 가꾸로 나무를 타는 녀석은 동고비가 유일하지 싶다.

 

먹이통에 접근하는 방법도 이채롭다. 박새나 곤줄박이 같은 녀석들은 먹이통에 바로 착지하지만 동고비는 나무에 착지한 후 습관처럼 거꾸로 나무를 타고 내려와 먹이통에 접근한다. 딱따구리와는 정반대다. 먹이 먹는 습관도 다른 새들과 딴판이다. 여느 새처럼 먹이를 두 발로 꼭 쥐고 부리로 쪼아 먹지 않고 동고비는 먹이를 나무 틈새에 끼워놓고 부리로 강하게 타격하여 쪼아 먹는다.

특히 잣처럼 견고한 먹이를 먹을 때는 온몸을 이용한 타격법이 상당히 효과적이다. 먹이를 저축하는 습관이 있는 동고비는 한번에 서너 개 이상 먹이를 물고 간다. (중략)

 

 

어느 날, 동고비 한 마리가 먹이 놓아주는 돌 위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새끼를 키우느라 그랬는지 깃털에 윤기가 사라졌다. 방으로 데리고 와 물과 먹이를 주었는데 조금 먹다가 꾸벅꾸벅 졸기만 한다. 어서 먹고 살아서 씽씽 날아다니라고 용기를 주면 반짝 눈을 떴다 싶다가 이내 눈을 감는다. 하필이면 녀석이 TV 리모컨 위에 앉아서 자는 바람에 건드리면 깰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사흘째 되던 날 녀석은 기어이 눈을 감고 잠들었다. 새들도 죽을 때를 아는지 가끔 사람 근처에 와서 삶을 마감한다.

동고비가 열반에 들고 며칠 후 꺅도요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

 

수행자들에게도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어떤 스님이 저승사자가 데리러 오는 꿈을 꾸었다. 깜짝 놀란 스님이 `절도 지어야 하고 공부도 더 해야 하고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며 못 가겠다고 떼를 쓰다가 잠을 깼다. 걱정이 된 스님이 도반 스님에게 전화를 걸어 저승사자 피할 방도를 물었다. 잠결에 전화를 받은 스님, `일단 외국으로 피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나. 외국으로 나가 저승사자를 피하는 데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도 닦는 수행자들에게도 죽음만은 피하고 싶은 게 당연한 일이다.

 

깊이 잠든 새들은 하늘을 나는 꿈을 꿀 것이다.

사람은 죽으면 무슨 꿈을 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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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예쁜글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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