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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톡톡

세상에 이런 일이

by 칠면초 2008. 12. 12.

세상에 이런 일이?

후배가 돈과 나무를 얻었다고 전화를 했다.                                    

 

2년 전, 후배는 사업관계로 강동구 약간의 외진 곳에 창고를 지었다. 

그때 진입로 때문에 가로수인 25년산 느티나무 한 그루와

쥐똥나무 수십 그루를 강동구청 공원녹지과에 허가를 받아,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가로수 하자 보증금'

170만원을 맡겨 두었다고 한다.

 

조건은, 옮긴 나무가 2년 후에 잘 살아 있으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고,

그 나무에 이상이 생기거나 죽으면 가로수 값으로 구청으로 귀속 된다는

말에 비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친구는 보증금을 맡겨야 했다.

 

"그 가로수가 잘 살아 있는지?..."

자주 문안을 가야 했고, 여름에 비가 안 오면 차에다 물을 싣고 가서

주기도 했단다. 가지도 다듬어 가며 2년 동안 잘 보살피며,

그야말로 자식 키우듯 했다고……

 

느티나무는 창고 가까이서 단풍을 곱게 보이고,

쥐똥나무는 현장에서 2킬로나 떨어진

고덕동 한영외고 뒤쪽까지 옮겨가서도 잘도 자라

파랗게 사철나무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고 전화로 늘 자랑을 했다.

 

후배는 만 2년이 지난 얼마 전,

사진을 몇 장 찍어 잘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환급신청서 쓰고,,

신분증 사본,

입금 받을 통장사본까지 해서

어제 강동구청 공원 녹지과를 찾았다.

 

담당자가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 주는지 감동 먹었다고....

2년 동안 기다리느라 애썼다면서

2년 전 사진과 대조를 해보더니 나무를 잘 키웠다고,

칭찬까지 받았다고 한다.

 

후배 왈,

"내가 만약 거금의 보증금 170만원을 맡기지 않았다면,

이사시킨 가로수에 대해 그토록 애정과 관심이 있었을까?"

 

길마다 수없이 늘어서 있는 가로수들....

25년 동안 뿌리 내리고 살던 나무를 옮기면서

보증금이 비싸다고 여겼던 일이 부끄럽다고 했다.

구청 공원 녹지과에서 이런 일들도 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야길 듣고,

무심코 지나치던 가로수 한그루 한그루에 눈길이 머문다.

어제저녁 아파트 뒷산을 하얗게 만든 눈이

길가 가로수 위에도 곱게 머물러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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