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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뿔을 가지고 살 권리

by 칠면초 2016. 7. 12.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7월이다. 어느새 가버린 세월, 반쯤 남기고 베어진 나무처럼 휑할 때
한 권의 책을 받았다.

 

"뿔을 가지고 살 권리" 표지에  '열편의 마음 수업' 이라는 소제목이 주듯이 적당한 삽화와 10단원으로 나뉘어서 쉽게 손에 잡을 수 있도록 구성한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우선 카운슬러나 의료진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개최했던 강의나 강좌에서 이야기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다보니 치료나 병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어떤 자극에 의해 ‘마음’에서 메멘토 모리가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병태가 바로 공황장애다.
특징적으로 공황발작이라는 증상이 일어나며, 이것은 ‘지금 당장 죽을 것 같다’는
강렬한 불안 발작이다. 바로 이 느낌에 이 병태를 해결할 열쇠가 있다.
공황발작이 시작되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죽음이라는 것에 직면한다.
자동적이고 수동적으로 이뤄지는 메멘토 모리다. 공황장애를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사람에게 왜 이 발작이 필요했는가 라는 식으로 접근해보아야 한다.>(P201)


내 경우 삶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에 대해 실망할 때가 있었다. 때로 나보다 나은 상대와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자신의 "뿔"을 비관하기도 했다.   세상에 대한 원망과 좌절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에 대해 포기하고픈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이를 훌쩍 먹어보린 이제 생각하면 살아가는 동안은 우리는 늘 피어있는 꽃이 아닐까...


성인은 혼자 있어도 행동이 게으르지 않으며 칭찬과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다 성인은 될 수 없고 자주 흔들리며 사는 것이 인간 다반수의 삶이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개성과 자존심을 지니고 살고 있다. 그 자존심이 우리가 보이지 않고 깊숙이 감춰논 '뿔'이 아닐까.


세상 사는 건 원래 쉽지 않은 거라며 스스로를 달래보지만 어느 순간 한계가 찾아온다.  털어놓기도 담아놓기도 힘든 마음속 문제들, 논리적이지도 않고 남한테 공감받을 수도 없는 이상한 마음들. 그러나 이런 일이 내 마음속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자세히 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누구에게서든 발견할 수 있는 괴로움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내’ 잘못인 걸까? 라는 책 소개와 같이 나도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내 경우 나이가 들수록 경험과 지식이 늘어나고 그에 비례해서 자존심이라는 "뿔"도 강해졌다. 저자는 우리 모두 남들과 다른 각자의 "뿔", 즉 태생적 자질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말한다.


<뿔은 두드러지기 마련이라 사람들은 가장 먼저 그 뿔에 관심을 갖고 화제로 삼는다.집단에서는
뿔 때문에 꼬투리가 잡히거나 놀림을 당하는 등 주위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이 뿔이 있어 살기 고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겨난다.>

 

7월 여름의 한 복판이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임을 까맣게 모르고 있어도 좋다. 그냥 그대로 내가 7월의 공간에 살아있고, 누군가의 숨소리를 느끼고 따뜻한 손길 하나 내어주면  그만이다. 내가 힘든 진짜 이유를 찾아 설명해주는 귀한 책 한 권 쯤이면 더위도 잊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