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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톡톡

부겐베리아 추억

by 칠면초 2017. 8. 27.


9월이 되면 
부지불식간 가을로 접어든 기분이다. 


지루할것만 같은 
매일매일이 더운 그 세상은 
5월도 9월도 보이지 않고 
부겐베리아만 지치지 않고 길가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꽃잎의 초라함이 안타까워  
12가지 색의 잎이 꽃보다 아름다운 
부겐베리아.


 


잎으로 화려함을 치장해 사람의 눈길을 잡아야 하는 부겐베리아는 
마치 미숙한 아기를 품은 엄마와 같다.  

살면서 누군가를 진정으로 위함은
곧 자신을 정확하게 사랑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5월이 가고 9월이 와도,
북반구에 머물다 
남반구에 갔다 왔다 해도 
세상은 여전하다. 


그곳은 또 다른 세상이 아니었나보다.
이미 내가 존재하고 있던 세상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세상...  


 
그래도 
내가 아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기다림과 함께 늙어가야 
제대로 늙는 게 아닌가 싶다. 
늦었지만 이제서야 사는 법을 좀 배우나싶다.  



부겐베리아 화려한 잎을 종이에 싸며 
불현듯 
추운 방에서 떨며 지낼 걸 뻔히 알면서도 
외투 때문에 겨울을 기다리던 
시인 박인환처럼. 
가을과 겨울이 다가오면... 


 
책을 읽자. 
그리고 글을 쓰자. 
그리고 사람을 만나자.  
그리하여 9월의 문을 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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