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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톡톡

내 마음은 무엇으로

by 칠면초 2018. 6. 24.



나는 유난히 아이 업기를 좋아했다. 걸음마를 시작해 마냥 걷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도 굳이 엄마가 업어줄게하며 등에 들쳐 업기를 곧잘 했다. 아이 가슴이 내 등에 따뜻함으로 다가오면 업혀있는 아이보다 내가 더 편안하고 행복함을 느꼈다.

 

내 아이보다 어렸던 어린 시절 나는 무척 작았다. 초등학교 입학때도 둘째 언니 등에 업혀 학교에 갔을 정도였다. 차가운 봄바람을 언니 등으로 막으며 어린 나는 학교가 가면 갈수록 멀어지기를 바랬던 기억이 난다. 학교 운동장에선 뒤에 서 있는 언니가 사라지면 어쩌나 뒤돌아보고 뒤돌아보던 6남매 막내의 초등학교 입학식 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즈음에, 셋째언니와 영화구경을 간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게도 우린 안방마님이라는 미성년자 불가 영화를 둘이 간 것이다. 아마 언니의 호기심이 막내인 나를 데리고 가지 않았나 싶다. 영화는 김지미 최무룡 주연의 영화로 당시 흔한 내용이던 안방마님과 머슴의 이루지 못할 ‘love story’였다.

 

지금도 영화 줄거리와 몇몇 장면들이 또렷하게 떠오르는 건 그날 영화를 보고 오는 길의 감미로움 때문인지 모른다.

 

영화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밤길을 걷는 내 걸음이 안스러웠는지 언니가 나를 업었다. 극장에서 먹다 남긴 과자봉지를 손에 꼭 쥐고 언니 등에 업혀서 올려다 본 하늘은 별이 참 많았다. 하늘을 한 번씩 올려다보기만 하면 그 별들이 쏟아져 언니와 내 가슴사이 공간에 채워지곤 했다. 내 생애 가장 많은 풍요를 담았으며 그 시절 나에게 주어진 최상의 행복이었다.



    

하지만 사람이란 소유하면 할수록 내 손이 그동안 비어있음을 깨닫는 것인지... 언니 등에서 다졌던 풍요함은 현재의 나를 종종 빈곤하게 만들었다.

 

신혼시절 조금은 한적한 신촌역 부근에 살았던 우리 부부는 저녁산책을 자주 하곤 했다. 어느날 함께 걷던 남편이 갑자기 등을 돌리며 업히라고 했다. 순간 마음속에 밝은 별무더기가 피어나는 듯 했다. 남편 등에 업혀 학교가 가면 갈수록 멀어지기를 바랬던 초등학교 입학 때처럼 우리집이 더 멀어지기를 바래기도 했다.

 

생각하면, 어린 시절 언니 등에서 가졌던 풍요함과 신혼시절 남편의 등에서 느꼈던 사랑의 감정을 내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난 그렇게 아이들을 업었던가보다.

   

 

얼마전, 가족들과 가까운 야산을 갔다. 내려오는 길에 젖은 풀을 밟고 그만 미끄러지고 말았다. 발이 금세 퉁퉁 부어올랐다. 남편이 급하게 손수건으로 발목을 매고는 부축해주었지만 발을 땅에 디딜수 없을 정도로 아파왔다.

 

안되겠다. 내 등에 업혀남편이 내게 등을 내미는 순간 큰아들이 나섰다. “아니에요 아빠, 제가 엄마를 업을게요..엄마 어부바~~” 장난스럽지만 남편만큼 커버린 아들은 내게 성큼 등을 내밀었다. 신기하게도 아들의 등과 내 가슴 사이 공간에 하늘에는 보이지 않던 별들이 채워지며 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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