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에 대한 예배 - 황지우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지표 위에서 가장 기품 있는
건목(建木); 소나무, 머리의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친다.
*한 사람을 용서하는 일이란 평생이 걸린다.
용서하기 위해서는 먼저 용서하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
폭설에 휘어진 소나무처럼 내 온몸이 휘어질지라도 결단이 없으면 용서는 시작되지 않는다. 그러나 흰 눈을 뒤집어쓴 저 소나무는
용서할 일보다 용서받을 일이 더 많은 건 아닌지 먼저 물어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