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김재진 -
벌레 우네요.
은종이 구겨지듯 가을이
열려있는 문틈에다
봉투 한 장 밀어넣네요.
살아있겠지?
자다가 나가보면 마당에
달이 훤해요.
아무도 만나지 않는 세월
초록이 남기고 간 힘으로 견디다 보면
넘어갈 수 있겠지요.
*가을을 앓았던 한 시인은 여름의 풀을 베고 늘 잠을 청했다고 한다.
초록을 지우지 못하는 미련이
벌레 우는 가을을 함께 울었나보다.
풀은 바람이 불면 쉽게 눕는 것처럼 보이나 바람이 지나가면 다시 고개 들고 생명을 계속한다.
더구나 숫자가 많으니 조금쯤 뽑혀나가도 별로 표시도 나지 않는다.
거기에 진정한 초록의 힘이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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