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에서 - 나희덕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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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한 번쯤은 저렇게 터덜터덜 걸어봤으리라
그 길 어딘가 비춰오는
희미한 불빛이 희망이 된 적도 있었을 테고.
앞으로도 희망의 불빛을 따라 쉬임없이
걸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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