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에서 살살 녹는 ‘韓牛의 변주곡’
쇠고기가 2008년 상반기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시작한 촛불시위는 결코 ‘달나라의 장난’이 아니었다. 연일 거리엔 시민들의 촛불이 수를 놓았고, 대통령의 지지도는 무섭게 추락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따른 시위는 87항쟁의 21세기 버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먹을거리라는 어찌보면 단순하고, 미시적인 영역이 대한민국을 들끓게 했다.
인천시 부평구 갈산2동에 있는 한 쇠고기 식당도 파동을 일으킬 것 같다. 부평구청 맞은 편 여성문화회관 옆에 자리잡은 ‘누렁소 정육식당’이 지난 3월에 개업, ‘한우의 대중화’를 표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가격표를 보면 꽃등심 1인분(150g)에 1만5천원이다. ‘호주산 수입소겠지’라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고기 맛을 보는 순간 ‘웬 떡이냐’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누렁소 정육식당 임형준(43) 대표는 “부천도살장에서 ‘1+’급 한우를 경매로 조달, 머리와 내장을 제외한 생체를 직접 발골해 신선한 상태로 진공포장해 보관한다”고 말했다.
구이감은 구이감대로 국거리, 불고기, 장조림 등 모든 부위를 저렴하게 팔 수 있는 이유다. 손님들이 싸게 먹어서 좋기는 한데 남는 게 있느냐며 오히려 임 대표에게 걱정하는 조의 덕담을 건넨다. 불판 위에 놓인 쇠고기를 보면 뿌듯하고, ‘착한’ 가격에 행복하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쇠고기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만큼 누렁소 정육식당은 개업 5개월 만에 부평은 물론 인근 부천과 인천까지 ‘대박’ 집으로 입소문이 퍼져나갈 분위기다.
구워 먹고, 삶아 먹고, 날로 먹는 등 먹는 방법에 따라 한우의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 저렴한 가격과 신뢰할 수 있는 한우 말고도 이 집을 또 다시 찾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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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의 변주곡이 시작된다.
4인 가족의 경우 우선 한우모듬(600g, 4만원)을 주문하면 된다. 채끝등심, 부채살, 갈비살, 육회가 연이어 나온다. 거세우를 내기 때문에 숫소에서 나는 누린내도 없고, 암소처럼 부드럽운 육질을 보이는 한편 마블링도 뛰어나다. 익은 고기가 입안에서 살살녹는다. 기호에 따라 간장소스나 소금에 찍어먹어도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난다.
육회가 나오면 ‘쇠고기가 이 정도로 부드럽구나’라는 점을 느낄 수 있다. 흐물흐물 입에서 그냥 녹아든다. 기름기가 없는 부위를 얇게 채쳐서 파, 마늘을 곱게 다지고 간장, 설탕, 소금, 깨, 참기름, 잣 등을 버무려 달콤한 배를 곁들여 먹는데 씹을 것도 없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생고기가 싫은 손님은 살짝만 구워먹으면 부드러운 언양불고기맛을 느낄 수 있다고 임형준 대표가 귀뜸한다. 어떤 손님은 공기밥을 시켜 반찬으로 나오는 버섯, 상추에 고추장 한 술 떠넣고 참기름 한방울 떨어뜨려 육회비빔밥을 제조해 먹기도 하고, 아예 본메뉴에 추가하라는 손님도 부지기수란다.
한우모듬에 갈비살(1만2천원)이나 차돌박이(1만원), 또는 꽃등심(1만5천원) 중 1인분 정도만 추가하고 후식냉면(2천원)이나 공기밥을 먹을 경우 5만∼6만원 정도의 부담없는 가격으로 육즙 풍부한 맛좋은 한우를 즐길 수 있다.
안창, 토시, 살치, 제비추리 등 특수부위는 워낙 양이 적어 많은 손님들에게 내드릴 수 없어 죄송하다고 했지만, 단골손님에게 공짜로 제공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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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시미와 수육이 어느새 대표메뉴가 되다.
신선하기만 하다면 모든 부위를 다 사시미로 먹을 수 있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맛은 역시 치맛살로 제공된 육사시미. 마니아들은 생선도 제 맛을 느끼려면 회로 먹어야 하듯, 고기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일단, 육사시미를 판매한다는 자체만으로도 100% 한우를 보장한 것이고, 고기의 신선도도 유지됐다는 뜻이다.
참치회처럼 담백해 마니아들이 누렁소에 고기 들어오는 날만 기다렸다가 달려오기도 한다.(300g, 3만원) 육회와 달리 사시미는 보통 된장쌈장에 먹는데, 와사비장이나 기름장에 먹어도 된다.
최근엔 수육도 주목받고 있다.(300g, 3만원) 질 좋은 사태와 양지머리를 푹 고아 얇게 저며놓고 곱게 채썰어 간장소스를 끼얹은 양배추, 오이, 파를 곁들여 먹는 이른바 웰빙식품이다. 불에 굽지 않아 깔끔하고 푹 고았으니 기름기 없고,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에 섬유소까지 충분히 섭취할 있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꼽힌다. 겨울엔 따뜻한 설렁탕 국물을 끼얹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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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면 팔수록 손해입니다.
점심특선으로 설렁탕(5천원)과 뚝배기불고기(5천원)가 있다. 한우 암소의 고기는 부드럽지만 뼈가 작고 약해 국물을 우릴 때 덜 우러나는 편이지만 거세우는 이같은 단점을 보완, 설렁탕에 제격이다.
사골과 잡뼈를 가마솥에 넣고 12시간 동안 세 번을 우려낸다. 구수하고 영양 만점이다. 특히 기름을 모두 걷어낸 설렁탕을 신설할 때 팩포장해 급냉으로 보관해 판매하기도 한다.(3천원) 바쁜 아침 든든한 요기거리로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뚝배기불고기는 한우 100g 이상 들어가는 탓에 원가 이하의 가격이다.(5천원) 많이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품폭이다. 인근 문화센터 아줌마들과 지갑이 얇은 샐러리맨에게 인기가 있다.
시원한 멸치육수에 된장, 호박, 두부, 청양고추, 파 송송 썰어넣고 고급 한우 자투리 부위를 얇게 저며 끓인 칼칼한 소고기된장찌개도 일품이다. 된장찌개만 따로 팔지 않고 후식용으로 공기밥에 딸려 나가는 메뉴다. 된장찌개가 맛있어서 고기를 먹으로 오는 손님들도 있다.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이 있다. 아삭아삭한 무짠지. 누렁소에 온 손님치고 ‘무짠지 더 주세요’라고 말 하지 않은 손님이 없을 정도다.
임형준 대표는 “소 한마리를 전체 다 들여와 모든 부위를 맛볼 수 있다”며 “가격이 싸다보니 처음엔 수입소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는데, 손님들이 맛을 보장하면서 입소문이 나 고객층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2층 도합 400㎡(약 120평) 규모의 식당으로, 주차장도 넉넉하다. 1층은 50명까지 손님이 들어갈 수 있고, 2층엔 단체손님이나 조용한 모임을 원하는 직장인, 가족들을 위한 방(8∼30인실)이 준비됐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오후 10시까지. 글=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사진=김성중기자 jung@i-today.co.kr
찾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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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 누렁소 정육식당
▶위치 : 인천여성문화회관에서 굴포먹거리타운쪽으로 우회전하면 바로.
▶메뉴 및 가격 : 한우꽃등심 1인분(150g) 1만5천원, 한우갈비살 1인분(150g) 1만2천원, 한우육사시미(300g) 3만원, 한우차돌박이(150g) 1만원, 한우육회(300g) 2만5천원, 한우불고기 1인분(150g) 6천500원, 한우모듬(600g) 4만원
▶문의 : ☎032)330-8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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