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에서 당쟁을 빼면 남는 것이 없을 만큼 끊임없는 당쟁의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 네 가지를 소설가 김인숙의 화려한 필체로 만나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거기다 조선 4대 사화를 다룬 최초의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큰 책 ‘조선4대사화’다.
책은 사화를 지루하지 않게 차분하게 당시 이야기를 전해준다. 조선시대에는 학파의 대립과 권력 쟁탈로 인해 많은 선비가 화를 입은 열두 가지의 큰 사화가 있었다. 이 책은 그 중 가장 큰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4대 사화(무오사화, 갑자사화, 기묘사화, 을사사화)를 간추려 정리했다.
무오사화 갑자사화의 무대가 된 연산군 시절. 연산군은 어릴 때 몸이 약해 사가에서 병 치료를 했던 기록이 있다. 그것도 우리나라에 연꽃 씨앗을 가져온 강희맹의 집이었다.
연산은 태어난 지 한 해 뒤에 병에 걸려 숭례문 밖에 있는 강희맹의 집으로 요양을 떠났다(35P)
강희맹은 내가 사는 곳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사당과 묘가 있어 책을 읽으며 반가웠다. 하지만 자신을 길러준 큰 어머니 박씨를 겁탈했다는 기록에서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후에 연산군이 폭군으로 되었던 원인을 살펴보면 바로 장녹수와 주변의 간신들이었다. 조정을 손에 쥐었다고 생각한 연산은 매일 향연을 베풀고 기생을 궁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때 궁중으로 들어온 여인들을 ‘흥청’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마음껏 떠들고 논다는 ‘흥청거리다’가 유래되었다(80P)
특히 임사홍은 ‘사홍스럽다’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간신의 극을 이웠음을 알 수 있다. 거기다 그의 아들 임승재는 죽어가면서도 “왕에게 여자를 더 바치지 못해 안타깝다”고 유언을 했다니 대물림의 간신 집안을 보여준다.
왕위에 오르며 전평적인 난폭함을 보이던 연산군도 장녹수와 같은 요부에게는 꼼짝 못했다는 기록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성종이 연산을 세자로 책봉할 당시 내린 하교에는 "성품이 온화하고 품위가 있어 만백성의 칭송을 받았다"라고 글귀가 보인다(P410)고 적혀있다.
무오사화가 일어나며 인심이 흉흉해지자 홍길동이 등장한다. 허균이 지은 소설속의 가상인물이 아니라 역사속의 실존 인물인 것에 놀라웠다. 역시 홍길동은 도둑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이 살던 선조시대 실록에도 홍길동에 대한 기록이 나오는데 재미있게도 이 시대에는 홍길동이라는 이름이 오늘날 행정양식 작성에 대표적인 이름으로 통하게 된 부분이 흥미로웠다.
이뿐 아니라 영조 때에는 홍길동이라는 이름이 장사꾼들이 맹세할 때 쓰던 이름이었다는 설도 있다. 이것이 당시의 부패한 사회상을 고발하기 위하여 허균이 도적 홍길동을 의적으로 근사하게 쓰면서부터 욕에서 맹세를 하는 이름으로 바뀐 것 같다는 추측일 뿐~~.
다시 연산군으로 돌아가 간신 임사홍의 두 아들 중 한 아들이 연산군을 비방하는 시를 짓자 아들을 죽이고도 친구와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 후로 연산군의 신임은 얻었으나 후일 세인들로부터 간신과소인 이라는 비웃음을 당한다.
이렇듯 책은 4대 사화 뒤의 이야기들을 실록과 야사를 보편적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무오사화는 훈구세력과 사림세력의 정면충돌이었다. 김종직의 조의제문 원인이었으나 (P99) 세조 성종 연산군 안정하지 못하는 세력들의 반란이기도 하다. 인정하지 못함은 참으로 많은 불행을 야기시킨다.
즉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몸부림쳤던 훈신과 척신들은 사화를 빌미로 사림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고 정계에서 쫓아냈던 것이다. 그러나 역대 왕들은 이 갈등을 교묘히 이용해 왕권을 강화시키는 계기로 삼기도 했으니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는 정치판의 판도를 한 눈에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하여 어떻게든 상대를 제거해야만 했던 개개인의 갈등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하고 있으며 아울러 4대 사화가 일어나게 된 배경과 경과, 그리고 사화로 인해 어떤 결과가 빚어졌는지에 대해 세세하게 파헤치고 있다.
물론 처음 사화를 일으킨 장본인들은 사화의 결과가 일파만파의 파장으로 번져 수많은 생명의 목숨을 앗고 피바람을 일으키리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일을 벌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화의 마무리는 생각보다 엄청난 재난을 몰고 왔다. 왜냐하면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사화라는 명분이 교묘하게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역사는 이긴 자의 기록이다. 패배자는 말없이 승복하고 어떠한 것도 감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역사다. 현재도 동일하다는 사실,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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