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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스크랩] [서평]엄마의 은행통장

by 칠면초 2009. 3. 27.

‘엄마’라는 단어는 듣는 것만으로도 보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엄마는 아주 경쾌하고 사랑스럽다. 엄마는 절대 완벽한 엄마가 아니다. 그런데 이 평범한 엄마에게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언제나 아이들을 위해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특히 어떤 상황이 닥쳐도 아이들이 스스로를 귀중하게 생각하도록 배려하고 격려했다.

엄마에겐 두 개의 통장이 있었다. 작은 은행과 큰 은행의 통장이었다. 아빠가 급료를 받아오면 엄마는 생활비를 빼어놓고 작은 은행에 남은 돈을 넣어두었다.

 

그런데 때론 작은 은행의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기곤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각자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아빠는 담배를 끊기도 하며 일을 해결해 나간다. 하지만 불안하지는 않았다. 큰 은행의 통장이 있었으니까. 대파업이 일어났을 때에도 엄마는 우리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애썼다 (16p)

 

이렇게 큰 은행의 통장은 언제나 가족의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 세월이 지나 첫 원고료를 받은 딸이 엄마에게 달려간다. 수표를 건네주며 어서 큰 은행으로 가서 저금을 하라고 자랑스레 말한다.

그때 엄마는 처음 고백이라는 것을 한다. “통장 같은 건 없어, 애야. 여태 살면서 난 은행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걸.”(18P)

 

엄마는 아이들이 다 자랄 때까지 은행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돈 때문에 불안하지 않도록 희망과 용기가 저축된 상상 속의 은행통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한 번도 은행에 가본 적이 없는 엄마가 간직하고 있던 ‘은행 통장’! 아이들을 안심시키고 따뜻하게 했던 그 통장 안에 무엇이 얼마나 들어 있던 걸까? 엄마들이라면 한번쯤 가족을 위해 갖고 싶은 통장 이야기가 연극적인 소녀 카트린의 눈을 통해 경쾌하게 전개된다.

 

책을 읽으며 ‘지금 엄마의 역할은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엄마다. 세계 대공황을 지나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3년 세상에 나온 이 책은, 1900년대 초 미국으로 이민 온 할머니의 체험을 소재로 한 이민 가족의 소박한 가족애를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만났던 ‘엄마’가 아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엄마는 그야말로 뻔뻔스럽기도 하고, 머리로 안 되면 몸으로 부딪히고 보며, 오지랖 또한 넓은, 위트가 넘치는 엄마다. 엄마를 따라 일상의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오늘 우리들의 짐을 당당하게 메고 갈 힘과 용기가 솟아나게 한다.

살아갈수록 인생살이에 어설픈 내 모습을 잠시 잊고, 딱 주인공(딸 카트린) 수준의 눈높이가 되어 마음 편히 그대로 책 속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성장소설이다.

 

책이 출간된 지 67년이 지난 현재, 또 한 번의 대공황을 맞고 있는 세계인들에게 ‘엄마의 은행통장’은 다시금 희망과 용기를 건네준다. 세상엔 돈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인생의 가치와 인간에 대한 믿음, 소중한 삶의 덕목들을 하나하나 일깨워준다.

 

소설 속에서 엄마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It’s good!”이다. 때론 기분이 좋아서, 때론 아이들을 격려하며, 때론 의지에 가득차서 했던 말이 바로 “It’s good!”이었다. 나도 오늘부터 이 말을 입에 달고 살기로 했다. “It’s good!”

출처 : 애드블로그
글쓴이 : 이혜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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