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저장과 검색 기능을 컴퓨터가 대신하게 되면서, 사람에게는 더 중요한 임무가 부각되고 있다. 주입식 교육에 의해 많은 지식을 기억하기 보다는, 창의적인 교육으로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사고정리학>은 인간의 두뇌는 앞으로도 일부는 창고의 역할을 계속해야 할 테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두뇌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분명히 책상 위에 있어야 할 서류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고, 방금 떠올랐던 기발한 아이디어는 깜깜한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져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고, 제발 잊었으면 하는 일들은 갈수록 더 또렷하게 떠오르면서 막상 절대로 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일들은 치매환자라도 된 것처럼 자꾸 잊어버리고…….
누구나 한 번쯤 위와 같은 딜레마를 느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그리고 그런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또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청소를 안 한 방처럼 뒤죽박죽된 우리의 머릿속을 깔끔하게 정리해 창조적 열정으로 넘쳐나는 아이디어 뱅크로 만들 수 있을까?
<사고 정리학>은 이런 문제의식에 대한 날카롭고 명쾌하며 실질적인 조언과 해답을 주고 있다. 글라이더와 비행기는 멀리서 보면 비슷하게 생겼다. 하늘을 나는 것도 마찬가지여서 글라이더가 소리도 없이 우아하게 활공하는 모습은 비행기보다 오히려 아름다울 정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글라이더는 자기 힘으로는 날 수가 없다.(P16)
우리나라 학생들의 교육에 대해 ‘졸업논문도 지속적으로 지도해 줘야하는 대학생의 문제점’역시 글라이더형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교육은 글라이더식 교육이다. 우아하게 나는 듯하지만, 스스로는 날 수 없는. 비행기처럼 스스로 날 수 있도록 자발적인 생각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많이 알면 좋다는 단순한 논리로 이것저것 정보만 습득하게 된다면, 기억하는 컴퓨터에 지나지 않는다. 여러 정보를 적절히 정리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 있는 사고력을 길러줘야 한다.
이 책은 ‘생각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단순히 생각이 흘러가는 것과는 어떻게 다른가?’, ‘생각과 지식의 관계는 어떤가?’와 같은 근원적인 물음에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사고와 ‘생각하기’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동양인들은 말을 할 때마다 "I think......"라는 전제를 다는데, 원래 그렇게 사색적인 사람들이냐는 것이었다. 그는 동양인의 대화에 이런저런 꾸밈의 말이 많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자꾸만 튀어나오는 I think......에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P185)
동양인들의 이런 습관은 판단을 흐리기 위한 베일 역할을 하는데, 진행형이고 불확정형의 사고다. 이런 불분명한 사고는 글쓰기를 통해 분명해질 수 있다. 저자는 "글쓰기는 인간을 엄밀하게 만든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사고를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논리적인 일본어 글쓰기를 개척한 에세이스트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 뭔가는 떠오르는데 정리가 되지 않는다면, 이 책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책은 애초 1983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가 1986년 문고본으로 개정되었는데 2007년 하반기부터 새롭게 베스트셀러에 진입, 2008년 한 해에만 25만 부가 팔려나가면서 누적 판매부수가 100만 부에 이르렀다. 또한 2007년 10월 이후 일본 최대 오프라인서점 기노쿠니야에서 무려 21주 동안이나 문고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했으며, 2008년 5월에는 온라인서점 아마존 재팬에서 종합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런데 “도저히 20년 전 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새롭다. 오히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동안 뒤죽박죽된 머릿속이 말끔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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