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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제 꿈은 시인이었습니다. 그리고 화가 였습니다. 더 커서는 주체적이 여성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시골로 내려와서 이 세가지 꿈을 다 이뤘습니다. 이제 틈틈이 시작한 일이지만 밤새 시를 써서 직원들에게 읽어주기도 합니다.(착한밥상 머리말)
많은 사람들이 앞날을 꿈꾸며 이런 꿈을 가지는 경우가 적이 종종 있을게다. 착한밥상은 밥 짓고 글 쓰는 시골 밥집 아줌마 윤혜신의 소박하지만 건강한, 가격은 저렴하지만 밥상은 풍 성한 우리들 밥상 이야기다.
저자는 시골 밥집 아줌마다. 충남 당진의 시골마을에 있는 그 밥집에서 그는 안주인이자 주방장으로 바쁜 삶을 살고 있다. 그녀는 어머니와 외할머니로부터 소박한 우리 음식을 배우고, 결혼 후에는 궁중음식을 전수받은 시어머니로부터 엄하게 교육받아 현재의 요리 전문가가 된 것이다.
책 속에는 이야기 한 토막마다 그와 어울리는 윤혜신 식 요리 73가지가 만드는 방법과 함께 소개돼 있다. 건강한 밥상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따라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녀의 소문난 글 솜씨도 맛있다
또한 자신이 가진 요리 기법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10년을 넘도록 요리선생을 하며 수많은 제자를 키워냈다. 그런가 하면 2001년 프랑스에서 열린 ‘한국 전통요리 축제’에 주 요리사로 참가하기도 했다.
“밭에서 갓 따온 싱싱한 재료를 씻으며 행복하다가, 양념을 하며 조금 슬퍼지고, 지지고 볶으면서 혼란스러워진다. 우리의 뱃속은 전쟁 중이다. 그 밥과 그 나물을 원하는데 그 빵에 그 고기만 들이밀고 그 깡통에 그 봉지만 구겨 넣는다. 우리의 뱃속이 쓰레기통이 되었다. 아무거나 입에 달거나 부드러우면 가리지 않고 집어넣는다. 입에서는 달지만 우리의 위장에서는 불이 나고 몸살이 난다. (17p)
그의 밥상에 대한 철학을 엿보자면 음식을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살찌우는 양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명이 가득한 재료를 정성을 다해 조리하고, 좋은 마음으로 대접해야 건강한 양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의 밥집 ‘미당’은 이러한 그의 생각을 펼치는 도화지인 셈이다.
윤혜신 부부가 시골로 내려온 것은 삶을 가치 있게 만들고자 하는 스스로의 혁명이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40년 동안 도시의 매캐한 공기를 마시며 살아온 내가 불현듯 시골에 가서 밥집을 하면서 살겠노라고 하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어떤 이는 그 밥집을 꼭 시골로 내려가야 하느냐고 말리기도 했다.(145P)
“봄 내내 정말로 시골에 내려오길 잘했구나 싶다. 겨우내 잠자고 있던 씨앗들이 따스한 봄이 되자 아우성을 치며 땅위로 돋아났다. 그 많은 새싹들 중에는 봄나물이 수두룩하다. (139P)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쁘게만 살게 되고, 물질에 얽매이게 되는 도시의 삶은 가치 있는 노동과 생각을 방해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실천했다. 결과는 만족스럽다. 자연의 속도에 맞춰 살며 텃밭 가꾸고 싱싱한 제철 재료로 요리하며 이웃들과 정을 나누는 지금의 삶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몸으로 느끼면서 밥집을 하고 친구들과 지내는 일은 무척 고맙고 즐겁습니다. 저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그렇게 시골사람으로 밥집 아줌마로 신나게 지내고 싶습니다. 월간 [작은 책]은 그의 숨은 글 솜씨가 발휘된 좋은 장이었다. 3년 동안 밥상 이야기를 연재하며 독자들을 웃고 울게 했다. [작은 책]에 연재됐던 글들을 다듬어 다시 모은 것이 [착한 밥상 이야기]이다. 거기에 그의 자연과 마음을 담은 요리들, 시골살이 풍경들이 어우러져 그의 신나는 ‘시골 밥집 아줌마’로서의 삶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책 속의 요리는 자연요리를 기본으로 한다. 윤혜신은 궁중요리를 기본으로 사찰요리, 자연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특기이다. 궁중요리는 시댁의 가전으로 엄하게 배웠고, 사찰요리·자연요리는 어릴 적 시골 할머니의 손맛을 기억하는 그가 찾아낸 ‘자연스러운 음식’이다.
그의 요리는 재료가 중심이다. 생명이 가득한 제철 재료를 정갈하게 손질해 그것이 가지고 있는 맛과 영양을 그대로 살려준다. 조미료는 절대 사용하지 않고 양념은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요리마다 사진으로 보이는 래시피는 미각을 돋아준다.
맞다. 우리는 진정한 맛을 보기 이전에 별별 소스를 끼얹고 양념으로 범벅을 해버린다. 원래의 재료가 무엇인지 모르고 소스와 양념 맛으로 먹어 치운다. 나는 늘 밭에서 갓 따온 싱싱한 토마토와 양파와 가지, 오이와 호박을 씻으며 행복하다가도 양념을 하며 조금 슬퍼지고, 지지고 볶으면서 혼란스러워진다. (53P)
‘착한 밥상 이야기’는 음식솜씨, 말솜씨만큼이나 맛깔난 글솜씨를 제대로 보여준다. 왜 잡곡밥을 먹고 조미료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지 도도하게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해 설파하는가 하면(그 밥에 그 나물, 나는 야한 음식이 좋다, 나는 편식한다, 골빈당 등), ‘내 밥 잘 먹는 친구, 태순이’에게 한없이 따뜻한 애정을 보이고(내 밥 잘 먹는 친구, 태순이), ‘맛있는 것 만들어 놓고 오토바이 타러나간 남편을 애처롭게 기다린다’며 푸념(나물 캐는 아내, 오토바이 타는 남편)을 하기도 한다.
또, 밥상 앞에서 조선간장이 있어야만 식사를 하시던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가 하면(할아버지의 조선간장), 작은 손으로 큰 밥상을 차려내는 자신을 대견해 하기도(작은 손 큰 밥상) 한다. 한가한 날에는 건강한 삶의 터전이 된 시골식당을 그려보기도 한다.(시골식당 이야기) 그야말로 왕수다며 종횡무진이다.
그 와중에도 그가 절대 놓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좋은 사람으로 행복하게 살아야 하고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하자면, 잘 먹고 잘 살자는 얘기이다. 나 또한 책장을 덮고 올해 처음 시작한 주말농장 텃밭의 씨앗을 고르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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