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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스크랩] [서평]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

by 칠면초 2009. 4. 7.


 

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

이세벽 지음
굿북 2009.03.05
펑점
인상깊은 구절
엄마는 꿈과 희망 발전소를 재가동시킬 젊은이만 오라 부른다. 그러나 일식이 시작되면 올아올 수 있듯이 그곳으로 갈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이라는 제목을 접하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이정표를 생각했다.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길을 찾았던 건 결국 이정표 덕분이었음을....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책은 지하철역 이정표가 모두 사라졌다는 가정으로 시작한다. 동대문운동장역 지하에서 7년 동안 엄마를 기다려온 철수도, 재벌의 하수인이 되느냐, 공정한 재판관이 되느냐 고민하던 부장판사도 지하철역에서 사라진다. 철수는 엄마를 잃어버린 뒤로 7년째 동대문운동장역에서 노숙자로 살고 있다.

 

중간 즈음부터 갑자기 이솝우화처럼 동물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다양한 동물의 세계가 아닌 쥐와 고양이 두 종류다. 지하철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쥐와 그 천적이 고양이인 것이다.

 

어린 소년 철수는 엄마를 찾아 나섰다가 얼어 죽을 뻔한 뒤로 줄곧 동대문운동장역에서 엄마를 기다려왔지만 그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황금쥐보다 엄마를 더 좋아한다. 철수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엄마가 없었다면, 기다려야할 엄마가 없었다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마저 없었다면, 아마 철수도 다른 노숙자 아이들처럼 행인들을 괴롭히는 지하의 악당이 되었을 것이다.”(22P)

 

철수에게 엄마는 희망인 것이다. 하지만. 지하철역 이정표가 모두 사라진 그날 철수는 붉은 고양이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이정표가 없어서 길을 잃고 쩔쩔매는 부장판사를 만난다. 여기서 등장하는 부장판사와 철수는 한 몸이다. 자아의 결합인 것이다. 이 부분에서 “어라?”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드르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책의 내용을 이끌어간다. 두 사람은 적지 않은 마찰을 겪고 때론 서로의 적이 되어 서로를 위험에 빠트리기도 한다. 내면의 갈등이다.

 

“내 모습이, 내 진정한 모습이 그토록 타락하고 비열한 인간이었단 말인가. 아, 지금의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거짓의 가면을 쓰고 있단 말인가. 어린 아이를 희롱하고 권력과 부에 아부하고자 했던 내가 진실한 나였단 말인가.”(258P)

 

부장판사는 자신의 비겁한 모습을 되돌아보며 철수를 받아들인다. 비로소 어린 자아를 되찾고 순수함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시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부장판사가 철수를 받아들였듯이 어린 자아를 되찾지 않으면 우리는 소통부재에서 헤어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꿈도 이룰 수 없을지 모른다. 특히 지금의 시기엔 더욱 그렇다. 제왕적 자본주의를 꿈꾸는 황금쥐의 논리에 우리는 쉽게 부응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황금쥐의 유혹도 만만찮다.

“솔직히 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어. 꿈꾸는 걸 이루어 주는 셈이지. 황금그룹에서 열심히 일하면 10년 안에 집을 장만할 수 있잖아. 그건 보증수표나 마찬가지야. (중간생략) 그들에게 그런 꿈을 실현시켜주는 게 누구지. 바로 나야. 그런 내가 국가가 된다면 어떻겠나.”(271P) 우리는 이런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하지만 어린 자아를 찾은 부장판사는 말한다.

 

“하늘을 찌를 듯한 빌딩들, 산을 깎고 들판을 메워 만든 고층 아파트, 도로를 질주하는 번쩍이는 자동차, 넘치는 풍요의 거리가 사람들의 꿈과 희망일까요. 아닙니다. 단언컨대 그것들은 욕망의 바벨탑입니다. (중간생략) 사람들은 자본주의적 욕망을 꿈이라고도 하고 희망이라고도 부릅니다. ”(272P)

 

한판 승부을 피 할 수 없는 시작이다. 가끔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자아를 찾은 부장판사와 같아야 하는지...아니면 횡금쥐의 유혹을 받아들여야 하는지...이때 해결사처럼 등장하는 우체통,,,,난 감히 이 부분에서 우체통을 언론으로 해석했다.

 

 부장판사는 처음 우체통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황금쥐는 재벌이야 . 다 가지고 있는데 황금쥐가 세상을 통째로 집어 삼키기라도 한다더냐. 그 엉터리 우체통이 그랬단 말야?”(중간생략)음모를 꾸민 건 황금쥐가 아니고 우체통 같단 말야(221P)

황금쥐는 막강하다. 황금쥐는 계획대로 제왕적 자본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철수와 부장판사는 이를 제지하고 철수의 엄마를 찾기 위해 차원 저편에 있는 절망의 골짜기를 찾아간다.

 

책은 읽는 동안 카피라이터였던 작가의 사고를 따라가기에 조금은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 치 책을 읽고나서 “사람들에게는 돈보다도 꿈과 희망이 필요합니다.”(306P) 라는 메시지가 이 책의 함축된 내용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다. 어른이 된 우리는 동화를 읽으면 탐욕에 물들지 않은 어릴 때의 순수함을 잠깐이나마 되찾고 싶어서. 혹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자신만의 꿈을 기억하고 싶어서일 게다.

 

철수와 부장판사사가 마지막 찾은 절망의 골짜기에서 희망의 꽃씨를 피웠던 것 처럼, 아직은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씨앗이 있음은 행복이다. 

출처 : 애드블로그
글쓴이 : 이혜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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