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삼매경

[서평]건강기사 제대로 읽는법

by 칠면초 2009. 4. 8.

김양중 저 | 한겨레출판 | 2009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건강기사 제대로 읽는법 (한겨레 출판, 김양중 지음)

 

약국을 하던 친정 언니가 늘 하는 말이 있었다. “양약은 한 곳을 치료해주면 다른 한 곳을 망가트린다”고 물론 약간의 과장법이 포함되었지만 틀린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비만으로 다리 동맥경화 급증’, ‘위식도 역류질환 급증’, ‘40대 돌연사 급증’, ‘어린이 천식환자 급증’, ‘심한 근시도 질병으로 인식해야’, ‘○○제약, 한국인 ○○에 관한 건강의식 최하위라고 발표’, ‘증상 없어도 ○○ 검진 필수’……. 최근 언론에 등장한 건강 관련 기사의 제목들이다. 마치 ‘대한민국은 질병공화국’임을 선언하는 듯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만 아파도 어제 언론에서 언급한 그 병은 아닐까 걱정한다. 어젯밤 공중파 텔레비전에서 무엇무엇이 몸에 좋다고 하자, 오늘 아침 전국의 마트와 시장에서 해당 식품 품귀현상이 벌어진다. 각종 식품들로 냉장고를 채우고, 비타민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병 권하는 세상’에서 기꺼이 병과 더불어 사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건강은 인터넷, 텔레비전, 신문 등의 매체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주제 가운데 하나다. 그러다보니 그야말로 요즘은 건강 정보 쓰나미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 기사 제대로 읽는 법』은 이 부조리한 현실에 제동을 건다.

 

이렇듯 우리가 접하는 무수한 건강 정보 가운데 과연 진실은 얼마나 될까? “언론매체가 너무도 자주, 의도적으로 혹은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한다”고 현직 의료전문기자인 저자는 고백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올바른 정보를 찾아낼 수 있을까? 저자는 건강 정보에 대한 독해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답한다. 건강 정보를 접할 때 그 너머에 있는 진짜 진실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책은 페이지마다 우리가 한 번 쯤 고민했을 문제들을 던져놓는다. 지금 우리는 ‘병 권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제약회사는 약을 많이 팔아 수익을 늘리기 위해 끊임없이 신약을 발매하며, 언론을 통해 그 사실을 널리 알린다. 의료 분야에서 ‘소비자는 왕’이라는 논리가 통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고도의 지식을 요하는 의료분야에서 소비자의 알 권리가 너무도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소비자가 왕이라는 우리네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 병의원이라는 말이었다. 우선 고도의 지식을 요하는 의료분야에서 소비자의 알 권리가 너무도 한정되어 있다. 온갖 의학용어들이 난무하는 병원에 들어선 순간, 환자는 의사가 권하는 모든 조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방적인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된다.

 

자동차를 고르는 일이라면, 나름대로 인터넷 사이트 등을 뒤져서 자기에게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다. 설사 나중에 잘못 샀다고 후회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자기 목숨과 직결되는 선택은 아니다. 그런데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 선택하는 것은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말에 전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들의 독선은 지속되는 것이다.

 

건강의 개인 책임만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어떤 질병에 걸리면 그 사람이 잘못해서 걸린 것으로 이해된다. 비만만 해도 그렇다. 식신, 게으름뱅이, 자신의 몸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 등등으로 불린다. 실제로 그들이야말로 자동화 문명의 피해자가 아닐까? 혹은 운동할 시간이 없거나 경제적 여유가 없는 안타까운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 책은 그동안 어두웠던 시력을 확 높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