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엔 땅과 씨름하고 겨울로 접어들면 산 속으로 들어가 반달곰 자국을 따라다니닌다는 사람.
지난 주말, 한 트럭 백 만원하는 배추를 싣고 올라왔다.
배추는 오랜 가뭄과 풍작으로 가격을 잃었다.
그는 속상해 하지도 않고 배짱 두둑이... 무료급식소에 전화 걸었다.
"필요한 만큼 가져 가세요."
달려 온 이들은 대 여섯 장의 겉잎을 막 떼어내더니 반쪽으로 쪼개
속이 꽉 찼는지 살핀다. "샛노래서 쌈 싸먹으면 좋겠네"
"시원하게 물김치를 담글까? 포기김치를 담글까?"
"금방 버무린 겉절이도 좋은데....."
다듬어진 배추들은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시집갈 준비를 한다.
그 뒤로 자꾸만 눈에 띄는 진초록의 거죽들.
흙 묻은 겉잎들은 패잔병처럼 누워 짓밟혔다.
본래 그것들이 드세어진 것은 비바람과 햇볕과 병충으로 부터
제 살붙이들을 보호하려고 감싸느라 저리 된 것인데....
잎맥을 조여 으스러지게 껴안아 준 죄 밖에는 없는데....
아무도 희생을 알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한 사람, 농삿꾼은 안다.
사람이 떠난 빈 자리에서 겉잎을 곱게 정리해 자루에 넣는 그의 손길이 오랫동안 머무르는것을
난 분명 보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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