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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속연인

"여보 오랜만이야"

by 칠면초 2009. 4. 27.

 

"오랜만이야 여보"로 시작하는 '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는 햇살이 따뜻한 무덤이 무대다.

‘민들레 홀씨되어’음악이 잔잔히 흐르는가 싶더니 곧이어 김광석의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흐르는 음악만 듣고도 이미 연극내용이 짐작이 가늠되지만 곧이어 연극배우의 등장은 생(生)과 사(死)라는 양면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그동안 직설화법과 날카로운 풍자가 대세를 이루던 연극판에 오랜만에 눈가에 눈물이 몽실몽실 맺히는 연극을 만났다. 가정의 소중함을 잔잔하게 엮은 ‘민들레 바람되어’는 한 남자(안중기)가 일찍이 사별한 아내의 무덤을 찾아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실제는 한 남자의 독백과 그의 상상일 뿐......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는 햇살 바른 곳 자그마한 무덤이다. 신혼에 사별을 한 아내의 무덤. 아직 잔디도 마르지 않은 곳에서 한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이다. 남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조용조용, 혹은 난폭하게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털어놓는다.

 

재혼을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위해 꽃다발을 들고 산소를 찾은 남편은 "난 당신이 꽃을 좋아하는지 몰랐어"라고 말한다. 남편은 아내가 꽃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실제 몰랐다. 아니 꽃보다 돈을 더 좋아했다고 생각했다.

 

흔히 부부사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꽃보다 꽃값을 물었던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며 서로 통하지 않는 대화를 후회하기도 하고 새로운 삶(재혼)에 대한 흥분도 감추지 못한다.

 

 

세월이 흘러도 죽은자는 묵묵히 자리를 하지만 산 자들의 삶은 끊임없이 변화를 맞는다. 남은 자를 대변하는 남편은 사춘기를 맞아 이해할 수 없는 자식의 행동을 아파하며 죽은 아내를 찾아 " 내 자식이 아닌가봐" 라고 힘들어한다. 홀로 남은 아빠의 모습에 관객은 슬프기만 하다. 


더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재혼한 아내와 고락을 함께 하지 못한 남편, “당신과 산 횟수보다 더 많이 지금 아내와 살았건만 내 아내는 오로지 당신”이라는 고백을 한다. 뿐만 아니라 "사는 거 다 그렇지뭐...그럴거야..."라는 혼잣말도 관객의 심장을 헤집고 들어간다..

 

                              

 

이혼과 재혼, 그리고 다시 이혼이 많아진 요즘 세상, 어쩌면 연극은 이러한 세상에 일침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것 같지만 예사롭지 않은 이야기로 들려짐은 연극배우들의 역할덕분이다.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서 인기를 모았던 배우 안내상 씨는 자칫 진부 할 수 있는 소재를 지루함 없이 관람하도록 역할을 했다. 드라마서 보이던 가벼움은 사라지고(일부 흡사한 부분도 있었지만^^) 목이 메는 목소리와 손짓발짓의 연기는 관객의 흐느낌과 더불어 배우의 목소리를 잠기게 만들었다.


 

                                  

 

젊은 청년이던 남편의 머리는 이제 희끗희끗한 노인이 되고 만다. 이들과 달리 평생을 함께 한 노부부의 무덤 속 대화는 극의 양념처럼 웃음을 던져주는 감칠맛을 주었다. "산 속 무덤 어느하나 소설같은 사연 없음이 있으랴..."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느 덧 극은 종반을 향해 달린다. 아내의 무덤 앞에서 눈을 감는 남편..... 이들의 사랑은 민들레 홀씨 되어 훨훨 날아간다.

연극이 끝나고.....
한참동안 박수가 퍼지는 순간, 이런 기회를 준 '소비자 닷컴'에 감사와 함께 다음 기회도 노크하고 싶어졌다. 더욱 이 연극의 가격이 3만5천원이라는 사실에 그 기쁨은 배가되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