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겨울...가뜩이나 우울한 마음에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2년새 3명의 가족을 잃어
서울대 치과대학 시절만 해도 그는 남부러울게 없는 사람이었다.
4년 내내 수석을 했고 생활비까지 포함한 장학금을 받는 수재였다.
그는 '부족할 것이 없었던 만큼 교만했고 남에 대한 배려도 없었던 시절'이라고 회상한다.
대학교 3학년때 갑자기 은행장이었던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다.
병명은 간암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셨다.
그러나 또 다시 큰 슬픔이 닥쳐왔는데 둘째 형의 허망한 죽음이었다.
왜 사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김포공항 화물터미널에서 다른 짐들과 뒤섞여서 들어오고 있는 형의 관을 보는데,
삶이 참 허무해지더라구요.
인간의 삶이란 이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인가,
왜 사는 것인가 하는 본질적인 물음들이 머릿속에 가득했죠."
절박한 심정으로 그는 성경을 집어 들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종교에 대해서는 별 관심도 없었고 친구들이 함께 교회를 다니자며
권유하는 것도 못다땅해 전도하려면 우리 집에 더 이상 오지 말라며 거부했던 그였다.
그런데 그의 불행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버지와 형을 잇따라 보낸 뒤 결혼했던 김교수는 첫아이를 잃었다.
출산을 겨우 한달 남겨둔 유산이었다.
"저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는데 무슨 의욕이 있겠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고 방황도 많이 한 시절이었습니다.
그토록 즐겁던 의학공부도 더 이상 눈에 안들어왔지요. 그땐 오로지 성경만 봤어요.
성경책을 갖다놓고 성경 말씀 하나하나 찾아서 노트 두 권에 정리핵면서 온 마음을 다해 읽었지요.
그러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그의 행복을 시기라도 하듯 또 다시 불행이 찾아들었는데 이번엔 아내의 난소암이었다.
아내는 9번의 항암치료를 끝내고는 혈액수치가 정상치로 돌아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재발하여 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가족 중에 암환자가 있으면 당사자도 힘들겠지만 가족들도 많이 힘들죠.
전 순간순간의 고통을 통해서 배운 것 같아요.
제 자신이 너무 온실에서 자라서 남의 고통을 잘 모르고 자랐는데,
하나님이 시련을 통해 다른이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깨닫게 해주신거죠."
잇따른 불행속에서 터져나온 '도대체 왜?' 하는 질문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집어든 성경.
그 속에서 찾은 해답이 없었다면 그는 삶의 위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을 것이란다.
투병 중인 아내가 남편에게 보낸 이메일 한 통
여보, 늘 함께 지내면서도 잘 이야기를 못했지?
항상 어린애처럼 받기만 하고 당신과 아이들에게 해준게 없어 늘 미안해.
게다가 큰 병에 걸리고 보니 두렵고 떨리고 너무 무서웠어.
다른 가족도 나와 똑같이 불안하고 두려울 것이라는 걸 깊이 헤아지리 못한 것 같아.
가엾은 민지,민혜가 얼마나 마음이 아프며 당신도 얼마나 힘들겠어.
내가 아프니 나만 보고 있었던게 속상해.
어제 민지가 와서 밤에 기도도 하고 아침에 엄마가 새벽기도를 갔으면 좋겠다고 했어.
아침에 기도하러 가서 민지 때문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주님이 민지를 통해서 말씀하시고 격려해주시는 것 같아.
아침에 민지가 학교 가면서 내게 편지를 썼다고 해서 보니 얼마나 대견한지.
주님이 정말 깊이 사랑하시는 것 같아.
새벽에 기도도 잘하고 가정예배도 같이 잘 드리고 아빠를 위해서도 기도하라고 썼어.
민지 편지 보고 울면서 그렇게 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구속하셨을 뿐 아니라 우리를 치유하셨음을 믿어.
주님이 십자가에서 고난 당하신 것은 우리의 죄와 질병을 모두 담당하시고 승리하셨으므로
꼭 날 고치시고 영광 받으실 것을 믿어.
민지, 민혜,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해줄게.
내가 많이 마음 아프게 한것 용서해줘. 여보 사랑하고 고마워.
<주부생활 2월호, 288~294중에서 편집>
(지선이 글이다. 기사를 읽으면서도...다시 한번 직접 타이핑 하면서도..계속 눈물이 흐른다...한때 가족으로 인연 맺어져...살아왔던 시간들..41살에 암에 걸린 지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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