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태우며)-이효석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뜰의 낙엽을 긁어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만, 낙엽은 어느 새 날아 떨어져서, 또 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의 사람의 수효보다도 많은가 보다....... 벚나무 아래에 긁어 모은 낙엽의 산더미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속엣것부터 푸슥푸슥 타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어 오르고, 바람이나 없는 날이면, 그 연기가 낮게 드리워서, 어느덧 뜰 안에 자욱해진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 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이하 생략)
여고시절 교과서에 나온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는 여고생의 꿈을 키워주던 수필이었다.
그리고 가져 본 생각 ‘정말 낙엽을 태우면 그 속에 커피 향이 나올까?’ 였다.
올 가을은 참 더웠다.
기상관측 이래 가장 뜨거웠던 가을이 잠시 선선해지더니 한겨울 추위가 느닷없이 모습을 드려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주말의 낮 시간을 촉촉이 적시곤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보행자 도로는 수북하던 낙엽을 차분히 내려앉혔다. 낙엽들이 빗물을 머금은 거다.
이제 낙엽은 곧 치워질 것이다. 일부러 방치했던 부천의 걷고 싶은 길 곳곳에도 마냥 놔둘 수 없다.
부지런한 미화원의 손길로 도로 구석에 쌓인 부대에 벌써부터 꽉 들어찬 낙엽들은 가로수를 보급하는
시립양묘장으로 가려는 듯 분주하다.
남은 낙엽은 부대 째 소각장 아궁이로 들어가는 건 아닐까.
사실 많은 자치단체는 대부분의 낙엽을 태운다.
생활쓰레기만 받는 소각장에서 거부하는 까닭에 1톤의 낙엽을 별도의 시설에서 태우는데 대략 20만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숲을 가꿀 자원을 태워 온난화를 부추기는 꼴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양질의 퇴비로 숙성시키려면 낙엽의 상태가 좋아야 한다.
그런데 도시 가로수의 낙엽은 질이 떨어진다.
인파에 밟히고 크고 작은 건축물과 공장, 그리고 자동차에서 뿜어지는 배출가스에도 오염되었지만
문제는 낙엽 사이에 쓰레기가 많다는 점이다. 휴지, 담배꽁초 등등...
낙엽을 태우지 말아야할 이유는 더 있다.
끈적거리던 살충제가 가뭄 때문에 충분히 씻기지 않아 태우는 사람의 폐로 들어갈지 모른다는 거다.
잠시 낭만을 베풀어준 도시의 낙엽은 아무래도 소각보다 퇴비로 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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