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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과연 존재할까', '영혼이라는 것은 진짜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봤을 화두다. 만만찮은 않은 문제를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나간 대화체의 소설이 제목도 특별한 ‘물리학자 김만섭이 신을 만난 얘기’다.
소설은 '김만섭, 자살을 시도하다'를 시작으로 '신에게 따지다', '신과 친구가 되다', '신을 증명하다', '죽음에서 살아나다' 등 5장으로 구성됐다. 사후(死後) 세계에 의문을 품고 죽음을 택한 '김만섭'이 신을 만나고, 과학과 논리를 무기로 신에게 따지다가 신과 친구가 되고 급기야는 젖 먹던 지혜까지 다 짜내 신을 증명한다는 줄거리다. 당연 가상의 소설이다. 가상의 인물인 '물리학자 김만섭'이 자살을 통해 신과 만나 얘기를 나누고 궁금증을 해결한다는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소설이다. 그런데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도 읽으며 실존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종교적 소설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 책은 재미가 있다. 책을 들고 궁금증과 다소 황당한 설정으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배꼽을 쥐며 웃거나 미소를 짓게 한다. 책 전체에 깔려있는 유머와 해학과 풍자 덕분에 딱딱할 수 있는 과학이나 논리전개를 쉽게 넘기게 된다. 그리고 그 대화의 당사자인 것처럼 책을 읽게 된다.
주인공 김만섭과 신(神)이라 불리는 인물의 대화가 주류를 이룬다. 인간으로서 자신에 대한 주제파악을 하고 신은 신으로서 자신에 대한 주제파악을 하기 위한 이 토론은 궁지에 몰린 주인공이 신에게 평소에 궁금했던 것을 따지기 시작하면서 서로 밀고 당기는 씨름으로 발전한다. 처음엔 '신'이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한 성격장애자이며 에고마니아라고 주장하던 주인공 김만섭은 나중에 '신'이 우주를 관통하는 무한 그 자체이며 언어로 정의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깨닫는다. 물리학자인 그는 과학적 사실과 논리로 그것을 증명해낸다.
어찌 보면 김만섭은 나일수도 다른 독자일수도 있다. 그는 적당히 삼류이고 적당히 비겁하다. 주인고으이 질문은 내가 갖는 질문과도 흡사하다. 아니 과학교육을 받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현대인이라면 다 품게 되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전지전능한 신이 인간이 죄를 지을 것을 미리 다 알면서 왜 자유의지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핑계 삼아 벌을 주는지, 게다가 잘못을 판단하는 기준이 시대와 장소에 따라 바뀌는 것인데 왜 사후에 영원히 벌을 주는 것인지, 신이 왜 성격장애 인간과 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왜 세상에 신이 그렇게 많으며 또 그 많은 신의 이름을 빌어 허구헌날 전쟁을 하게 만들어 놨는지 등이다.
이렇게 시작한 주인공의 신에 대한 이해는 대화를 통해 점점 깊어지다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까지 발전한다. 둘은 친구처럼 되어버리며 인간과 신은 영원히 하나라는 암시를 준다.
‘어린이의 노래는, 바나나는 길다, 긴 건 기차, 기차는 빠르다, 빠른 건 비행기, 비행기는 높다, 높은 건 백두산....
과학자의 노래는, 끝없는 건 숫자 ,숫자는 무한, 무한한 건 하나, 하나는 우주, 우주는 무한, 무한한 건 신..신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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