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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표지와 ‘생각풍경’이라는 제목은 참으로 잘 어울렸다. 작가의 감성에스프리라는 이 책은 자전적 산문집이다. 다분히 가족적인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지만 동질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내용들. 작가의 지난 기억과 그에 대한 그리움은 책장 하나 가득 풍경을 담고 있다. 펑펑 울고 나면 후련해지듯이 ‘생각풍경’은 삶에 지치고 고단한 중년들에게 소중한 동반적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로 채워져 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눈물들을 흘렸던가. 만나서 기쁨으로 울고, 헤어지면서 가슴 아파 울었던 기억 기억들… 어제도 울고 오늘도 울고 내일도 운다. 너무나 그리워서 사무치게 울고 너무나 외로워서 소리 없이 운다. 때로는 너무나 행복해서, 너무나 아름다워서 다시 울기도 한다. 소리 없이 흐느끼기도 하지만 펑펑 소리 내어 울기도 한다. 울음이 있다는 것, 눈물이 있다는 것, 그것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오랫동안 언론 현장에서 일선 기자로, 편집장으로 세상을 섭렵해온 전직 언론인이자 시인 전향규 씨의 ‘생각풍경’은 온통 눈물로 채색하고 있다. 그런데 그 눈물은 독자들에게 자신이 살아온 길과 현재 서있는 위치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던져준다.
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과 그에 대한 저자의 짤막한 글귀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생각풍경이다. 중년들의 감성 에스프리 ‘생각풍경’이라는 문구처럼 책은 그리움, 사랑, 기다림, 그리고 생각을 담고 있다.
지천명이 넘은 나이이면서도 스스로 ‘청춘시대’라 강변하는 작가의 삶 저변에는 인간 전체 삶의 희로애락이 에스프리로 펼쳐진다. 지나간 어제를 추억하고 되새긴다는 것은 반성의 의미도 있지만 그리움이 더욱 크다. 지난 추억을 그리워하면서 생각의 숲을 이루어 간다. 그리고 그런 숲은 잠시나마 평안함을 준다.
33편의 이야기에 흔하게 등장하는 소재는 어머니, 형, 아들, 그리움, 눈물… 이런 것들이다. 특히나 그의 형에 대한 그리움은 독자들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읽을수록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풍경들…내게도 소중한 형제들을 기억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갈수록 삭막해져가는 세상, 내 집 전화번호는 물론이고 친구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기억하기 어려운 디지털 시대에 작가는 말한다. 한술 더 떠 잊지 않아야 할 그리움과 추억의 풍경들을 붙들어놓자고 호소한다. 그러기에 메말라가는 가슴에 촉촉한 풍경하나 그리고 싶어지는 책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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