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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임에서 명품에 대한 정의를 자체적으로 내린 적이 있었다. 사실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 명품과는 조금은 무관한 사람들이었다. 그 가운데 누군가 하는 말이 “1%만이 알아보는 게 명품이랍니다. 누구나 알아보는 건 그만큼 희귀성이 떨어지므로 명품대열에 들 수가 없다 네요” 정확한 근거에 준한 건지는 모르지만 일리는 다분히 있었다.
강남의 어느 아파트에서는 그들만이 아는 쌀집이 있고, 그들만이 먹는 물을 파는 곳이 있고, 그들만이 가는 술집이 있다는 말을 들으며 1%만 안다는 사실에 온 몸이 부르르 떨리기도 했다.
이 책의 작은 소제목은 ‘1% 리더들만 알았던 결정의 기술’이다. 워낙 1%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던 나로서는 그 제목이 딱히 달갑지 않았다. 며칠을 책꽂이에 꽂아두고 다른 책을 읽었다. 그런데 고독한 리더와 결단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머물렀다.
역시 책은 달랐다. 과연 1%만이 알았을 정보를 접하며 고독한 리더를 떠올리게 되었다. 20세기를 만들어낸 걸출한 인물과 위대한 결정의 순간을 통해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간 인물들과 그들의 고귀한 결단을 책은 소상히 전하고 있다.
책은 위대한 결단의 힘을 인식, 타이밍, 예지, 확신, 겸손, 영감 등 6가지 특성을 중심으로 명쾌하게 분석한다. 요즘 심리학자들의 분석이론을 공부하던 중이라 6가지 특성이라고 하니 다분히 공부하는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특성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서술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역사적 상황과 사실을 생생하게 이야기하듯 되살려 준다. 참으로 흥미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미 프로야구 최초로 흑인선수를 영입한 브랜치 리키, 평화를 위해 자신의 생명과 정치적 경력을 걸었던 이집트의 사다트와 이스라엘의 베긴 등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이루어졌던 위대하고 놀라운 결단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나폴레옹을 따르던 한 장군의 말에 따르면, 나폴레옹은 망원경으로 적군의 형세를 판단하기 위해 한 번 빙 둘러본 다음, 그 즉시 언제 어디를 공격할지 알았다고 한다.
인텔 사장은 메모리칩 사업이 한창 번성하고 있던 즈음 오히려 위기를 감지했다고 한다. 그 결과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탄생시키고 회사 수익을 가파르게 상승시킨 아이디어가 태어났다.
이 수간 소수의 리더만이 가질 수 있는 천재적 징표를 엿볼 수 있다.
더구나 면도기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면도를 팔아야 한다는 이론으로 성공한 ceo 킹캠프 질레트는 눈부신 통찰력의 소유자였다. 남자들의 면도시간을 대폭 줄이고 산업에 뛰어들 수 있게 만든 그는 “그것으로 돈을 번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남들이다”라는 말을 남가기도 했다. (209p) 나치의 박해에 반대해 평화주의를 포기하고 폭력을 용인한 라인홀트 니부어 등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역사가 그렇듯 우리의 인생은 수많은 결정들의 연속이다.
이 책은 급변하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간 인물들과 그들의 고귀한 결단을 깊고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풀어내 우리에게 알려준다. 보통 어려운 결정은 가능한 모든 결과를 검토할 시간이 없는 상태에서 내려야 할 때가 많다. ‘지금-여기에’라는 학설을 발표한 게슈탈트라는 철학자는 모든 현상학적 이미지를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의 상태로 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때로 상황을 즉시, 또는 매우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해야 한다. 철강 재벌인 찰스 슈왑은 “최고의 의사결정자는 현재를 마치 지나간 과거인 양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를 지나간 과거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어떻게 현재에 이르렀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내가 이 책을 흥미 깊게 속독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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