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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톡톡

백로, 그들의 이중성

by 칠면초 2008. 12. 4.

해바라기 코스모스와 함께 구르는 바퀴들.

시흥 자전거 도로는 자연의 정서를 맘껏 읽게 한다.

산기슭에 있는 자귀나무에는 분홍빛 자귀꽃이 주렁주렁 피어있어

멀리서 보면 나무에 예쁜 리본을 단 것 같다.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억새가 드리운 물가에는 파란 깃털 물총새가 앉아있고 하늘에는 백로가 유유히 날아간다.

억새밭을 하얀색으로 아름답게 수놓은 ‘선비의 상징(?)’ .

하지만 요즘 곡식이 익어가며 백로는 더 이상 선비대접을 받지 못한다. 새들이 주는 피해가 심상치 않다.

 

보기에 그럴싸한 하얀 백로가 떼를 지어 울어대거나 역한 냄새의 배설물을 내뿜는가 하면

농작물 피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백로들은 특히 새벽에 울어대 인근 주민들은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소연 한다.  

 

                                                                                   

 

 

주민들은 선비백로를 쫓기 위해 징과 꽹과리를 치고 해변가에서나 울릴법한 폭죽까지 터뜨리고 있다.

“백로가 마을에 들어오면 좋은 징조라는 것은 옛말이여~”

장곡동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다는 한 할아버지는 한 숨만 내쉰다.

“소나 닭의 배설물 냄새는 백로에 비하면 향수라 부르고 싶을 정도지.”

농작물과 나무 피해도 적지 않다. 백로들이 인근 논에 있는 미꾸라지와 개구리,

올챙이 등을 잡아먹기 위해 농작물을 마구잡이로 짓밟고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도 어느 마을에선 마을 뒷산에 있는 수백마리의 백로떼를 쫓아버리려고

대나무를 베어내는 작업까지 했다고 하니 아름답게 보아 줄 백로가 아니다.

 

 

 

하지만 백로들이 바로 옆 소나무숲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애꿎은 대나무만 잘려나간 꼴이 됐다고 한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해당 행정기관에 백로떼를 마을에서 쫓아내는 조치를 취해달라는 

집단민원을 제기했다니 백로로 인해 농민들이 받는 피해가 가히 짐작이 간다.

 

한 조류학자는 ‘백로는 먹잇감이 풍부하고 자연환경이 깨끗한 곳이 아니면

절대 집단 서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시흥시도 오염되지 않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백로떼의 서식지 보호도 중요하고 농촌 주민들의 주거환경 보장도 간과할 수 없는

이 상황 어찌해야 하는지.

날아가는 백로떼를 사진에 담으며

 “아~~멋있다” 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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